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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빨갱이 속은 진짜 빨간색 일까?

by 장복산1 2020. 4. 3.

빨갱이는 원래  강어귀나 연안에 굴을 파고 생활하는 망둥어과의 물고기로 몸빛은 적황색의 새빨갛고 작은 몸을 가진 바다고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깃발이 붉었던 데 근거하여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하는 표현의 속어로서 반공주의 정치적 문화가 강한 사회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거나 기득권의 입장에 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 밤에 오랜 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오래 만에 하는 통화라 자연스럽게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의례 일상적으로 전화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번 총선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진해사람들은 반드시 진해시를 팔아 먹고 지자체를 강제 통합한 이달곤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참 아이러니한 운명이라고 했지요.  


그러자 이 친구는 갑자기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면서 흥분하기 시작하더군요. 문제인 정권은 종북좌파들이 득세하는 빨갱이 정권이라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종북좌파(從北左派)라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 성향을 띠면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이르는 말 일진데 어떻게 우리가 북한을 추종하겠느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빨갱이에 공산주의자들이 맞다고 합니다. 사실 나는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이나 동기들 모임에 가면 가능하면 정치적인 이야기에는 아예 끼어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어떤 일이건 한 번 좋게 보면 모든 것이 좋게 보이기 마련이고 한 번 밉게 보면 하는 일마다 미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나이가 70을 넘으면 사람들이 이유 없이 고집스러워지고 자기생각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나 생각은 아예 무시해버리는 옹고집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모양입니다. 민주적 방식으로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며 욕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반대할 수도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사상적 이념이나 정치적 생각을 판단하는 기준들은 서로 다른 차이의 수준을 넘어버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에 기분 좋게 시작한 친구 간의 전화통화도 결국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상대를 비난하는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도대체 빨갱이가 뭐지?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 한다는 공산주의는 왜? 생겨났을까? 사람들은 왜? 좌우로 갈리고 남북으로 갈릴까? 영남은 왜?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고 호남은 왜? 진보의 텃밭이라고 할까? 사실은 모두가 같은 한국 사람들이 아닌가?


원래 공산주의나 빨갱이가 나쁜 뜻은 아니다.

사전에는 공산주의(共産主義)를 사유 재산제 대신에 재산의 공유를 실현시킴으로써 계급 없는 평등 사회를 이룩하려는 사상 및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자본주의(資本主義)란 생산 수단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노동력을 사서 생산 활동을 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경제 구조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계급 없는 평등사회는 인류사회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현실은 공산주의가 인류사회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공산주의가 탄생한 배경에 아주 흥미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경제학의 여러 분야를 검토한 마르크스는 노동가치설에 기초하여 '잉여가치이론'을 도출해냈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는 자기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게 되고 이 지불받지 못하는 잉여노동시간에 창출된 가치, 곧 잉여가치는 자본가의 수중에 들어가 이윤을 형성하는 불평등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세 유럽의 농민은 토지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영주에게 빼앗기고, 영주는 지주가 되어 농민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지대를 받는 관계가 토지와 자본의 공유를 실현하려는 운동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빨갱이’란 말이 일제 강점기 항일무장유격대를 지칭한 ‘파르티잔(partisan)’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고, 러시아 혁명 때 공산주의자들이 붉은색 완장을 차고 활동한 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항일무장유격대를 우리는 독립투사들로 추앙하고 있지요. 그러나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쟁의 아픈 역사가 우리사회에 북한식 공산주의나 빨갱이에 대한 치유하지 못할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민족의 아픈 역사적 배경이 노년층이나 보수 세력에게 공산주의의 "공"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빨갱이가 상징하는 빨간색만 봐도 소름이 돋고, 반대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이 풀어야 할 숙제는 경제민주화

그러나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일한만큼 대가를 취하는 자본주의도 문제점이 있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자본만능주의는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되기 마련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자본주의가 넘지 못할 한계일지 모릅니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보장제도나 사회복지정책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 무상급식 하나를 가지고도 포퓰리즘이니 사회주의 세상이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 세상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요즘 1인1표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국민이 1표씩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치는 그래도 어느 정도 민주화가 실현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국회의원에 입후보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도 한 표를 행사하고 말단 공무원도 한 표를 행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의 자본시장은 국가도 통제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자본이 흐르는 데로 부의 세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먹고살기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자본주의가 원망스러운 세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번 총선에서는 진해사람들이 타협하지 못하고 고집만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뭐라도 하나 사회보장제도나 국민복지정책을 제안하면 무조건 포퓰리즘이고, 공산주의라고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 무상급식까지 포퓰리즘이라고 모질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세력은 없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빨갱이들 색상인 빨간색을 이번총선에서 보수우파인 미래통합당의 상징 색으로 사용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보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진해를 팔아먹은 주역이 어떻게 진해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나는 그것이 더 궁금합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면 혹자는 "속 까지 새빨간 빨갱이xx"라고 욕을 할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제 밤에 나하고 통화한 오랜 친구조차 이런 글을 읽기가 매우 불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단지 나이를 먹어 늙었다는 이유로 사실을 인정하고, 사리판단을 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까지 무조건 빨갱이 같은 생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합당하지 못합니다. 진해 사람들은 진해를 팔아먹은 사람일지라도 무조건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들도 이제는 바꾸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