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면
달리던 차도 멈추어 서야 한다.
그리고 빨간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면
건널목을 건너던 사람들도 멈추어 서서 파란신호등을 기다린다.
그러나 당장 불을 끄러 가야하는
소방차는 싸이렌을 울리면서라도 달려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정말로 숨 넘어 가는 급한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앰블란스 자동차를 빨간 신호등이라고 해서 붙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하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자면 최소한 지켜야할 기초질서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이렇게 날마다 우리자신이 알게 모르게
질서라는 굴레를 쓰고, 상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며
수많은 법률과 규정이라는 틀에 억매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병원을 한번 가려고 해도
우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정해진 인도로 걸어가야 하고
길을 건널 때는 신호를 지키며 기다려야한다.
병원에 도착하면 또 한번
도착한 순서대로 순번표를 뽑아들고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은행에서 내 돈을 찾을 때도 카드나 통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동 지급기에서는 자기만 아는 비밀번호가 있어야 하고
창구에서 돈을 찾는다 해도 통장과 도장이 없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가슴이 갑갑함을 느낀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자기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습관적 삶 속에서도 어떤 이유나 문제들을 삼아 자신을 통제하는 수단을 동원한다.
때로는 법률이나 규칙, 또는 규정들을 정하고 약속을 하기도 하고,
정해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리저리 따져보고 제판도 하고 벌을 주기도 한다.
세상이 복잡 해 지면서 우리를 통제하는 수단은 더 정밀해지기 마련이고
어떤 상하의 조직이 필요한 조직사회라면 더 세밀한 통제수단을 마련할 것이다.
요즈음 종합부동산세를 6억원을 기준으로 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은
종합할만한 부동산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당 찬은 말잔치로 들린다.
내가 살고 있는 진해에서도 올바른 시정을 펴 달라고 선출한 시장이
시운학부 땅을 어떤 업체의 공사대금으로 주기로 한 것을 물러서 되팔면
수백억 원을 세수로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덕만 매립공사를 어떤 시의원이 서둘러 하자고 하더니
이제는 천혜의 자연자원이라며 반대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그러나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사사건건 관심을 가지고
일일이 개입을 한다는 자체도 주제 넘는 일이고 가당 찬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어리석은 인간들이란 자신들이 만든 삶의 미로를 헤매다가
언젠가는 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느끼기 마련이고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것 보다는 어느 일정부분은 포기 할 줄도 알고
때에 따라서는 양보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들이
나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경험하게 하는 빨간 신호등을 하나 보았다.
나는 진해 중앙시장 입구에서 작은 점포를 하나 운영하면서
그일 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진해시민이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장사도 잘되기도 하다가 안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저런 이유로 그런 변곡점의 한계를 넘는 불경기를 경험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진해시청에서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우리골목에 차양 막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데 무슨 공사가 3년이나 걸리면서도 제대로 한다는 생각보다는 의문만 커간다.
관공서에서 시행하는 4억이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상한 모습인데
처음 계약을 한 업자는 계약금 1억 몆 천만 원만 챙기고는 공사를 포기해 버리고
엉뚱한 업자들이 몰려들어 엉터리 같은 날림공사를 한다는 의문을 지우기가 힘들다.
언제나 그러던 데로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가던 길도 멈추고
파란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려서 길을 건너던 평범한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감독관청인 진해시청은 지역의 구심점인 살아있는 조직이다.
공사와 관련된 불법도로점용 문제를 상식 없이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다.
힘도 돈도 없는 복개천 포장마차들은 행정대집행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철거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같은 조건을 해결하면서 또 다른 잣대로 법을 제단하고 있었다.
상식에 없는 4억 공사에 1억수천여만원의 추경을 집행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일꾼을 자처하던 시의원들을 믿고 이런저런 사연들을 적어서
주민들이 궁금한 사항들을 주민들을 대신하여 알아봐 달라는 요구는 거절되었다.
지방자치법 의회청원심사 규착에 맞지 않는 다는 상식 밖의 이유 때문이다.
헌법 26조가 명시한 청원법을 근거로 진해시장에게 접수한 청원서도
한달이 넘고 두 달이 되어도 대답이 없다면 이미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공개요구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다.
근거도 없는 법률적 조항들을 이유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답변만 하고 있다.
우리 지역출신 국회의원에게 지자체의 직무감사를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다.
이정도면 이미 진해에는 상식이 통하는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시운학부 땅이 어떻고 제덕만 매립이 어떻고 하는 극히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이야기까지 모두 따지거나 간여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소방차나 엠블란스가 아니라면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답변을 하는 것은 극히 상식적인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법을 법대로 다 지키며 살 수는 없지만 법이나 규정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이 합의하고 동의하는
상식마저 통하지 않는 세상은 우리가 꾸는 꿈이 아니다.
우리는 평범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할 따름이다.
물은 수중기가 되기 전에는 위로 올라가는 법이 없다.
작은 물이든 큰물이든 언제나 아래로 흘러간다.
큰 돌은 작은 물에 버티고 있지만 큰물이 흐르면 버틸 수 없다.
큰물과 함께 흐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나 혼자서 진해시청에 켜진 상식이 통하지 않는 빨간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는 하나, 둘씩 꿈을 꾸는 진해시민들이 모일 때면 큰물이 되어
큰물과 함께 그도 흐르고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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