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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소통(疏通)이 불통(不通)인 창원시장

by 장복산1 2010. 10. 22.

KBS에서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차정인 기자의 "뉴스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교수의 특강을 녹화한 영상을 보고 블로거팁닷컴의 Zet님이 정리한 글에 "수평적 사고방식은 한국인에게 불리하다."는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구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극존칭부터 다양한 존칭이 존재하고 있다. 언어는 사고체계를 지배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대학 학번이나 출신 고등학교를 비교해보고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저 사람이 내 위인지 밑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마음 편하게 대화를 하는 게 한국 사람들이다 보니 수평적 사고방식이 힘들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대한항공 이야기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20여년전 세계최하위의 항공사였다. 비행기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불과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상위 항공사로 거듭났다. 단시간에 세계 최하위에서 세계 최상위가 된 항공사의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런 도약의 비법은 무엇일까?  비행기 조정석에는 기장과 부기장이 타고 있는데 기장이 피로 혹은 판단착오로 위험한 것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 때 부기장이 역할을 대신하여 보완할 수 있다. 즉 기장과 부기장은 상호 보완체제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항공사의 기장과 부기장은 한국말로 소통하다보니 부기장은 기장에게 토를 달지 못하는 문화가 됐다. 기장이 괜찮다. 고 하는데 부기장이 토를 달지 못하니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말을 하지 못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다가 기내에서 하는 한국 사람들끼리의 대화도 영어로 바꿨다. 그러다 보니 존칭도 사라지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경고도 하게 되면서 사고율이 급락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 돋음 할 수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 책에 나온다. 한국인의 언어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융합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무척 의미 있는 대목이다.

나는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면서 새로 선출된 박완수 통합 창원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컷 던 것이 사실이다.

창원시청에는 열린 민원과라는 부서도 있다. 열린 민원과에는 열린 시정담당에 3명의 직원이 배치되고 , 직소민원담당에도 3명의 직원이 배치되어 열심히 시청직원들과 시민들의 민원을 시장에게 직소하여 해결하려는 의지라는 생각이다.

창원 인터넷 시보에는 박완수 창원시장이 각 구청을 순회하며 "시민 만남의 날"을 정해서 구민들의 바람과 고충을 듣는다는 기사와 "주민 요구사항 끝까지 챙긴다."  "찾고 만나고 묻고 현장행정출발" 이라는 요란한 홍보문구들도 보이는지라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9월 9일 진해시민포럼과 희망진해사람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도시개발 주민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주위의 협조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주민들 스스로 개최한 토론회치고는 매우 성공적인 토론회였다.

우리는 이 토론회에서 수렴한 주민들의 다양한 여론과 그간 우리가 보고 느끼는 지역의 현안들을 박완수 창원시장에게 전달하려고 시장면담 요청서를 시청민원실에 접수한지가 이미 달포가 넘었다.


그동안 추석도 끼고 시장님 일정이 바빠서 시장님 면담이 어려우니 담당실장님을 만나라는 권유를 하는 전화를 두 세번 받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통보도 없는지라 오늘은 직소민원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이미 창원시장 면담불가라는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시민이 서면으로 민원실에 정식 접수한 민원은 민원사무처리규정에 따라 처리결과를 민원인에게 통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자체 통합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균형발전이나 지역화합이라는 구호는 이제 그 효력을 다 한 모양이다.

법률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구호이거나 선동성 구호일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이제  무엇을 따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진해에서 진 빛은 진해 땅을 팔아서 갚아야 한다는 논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통합정신이라는 생각 때문에 작정하고 시운학부 터를 팔아치우려는 박완수 창원시장에게 우리는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서 시운학부 터 매각을 진행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며 요구를 했던 것이다.


비싼 용역비를 주고 시운학부 터 개발용역을 의뢰하여 지난 20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결과를 수용하는 진해의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용역결과는 창원시장이 작정한데로 땅을 팔아 빛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단 한명만 찬성하고 모두가 반대하는 시운학부 터 매각문제를 박완수 창원시장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나는 좀 체로 시민들과 소통(疏通)하려는 생각조차하지 않는 창원시장은 소통(疏通)이 불통(不通)인 시장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삼성 겔럭시-S가 아이폰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를 조직의 수직적 운영과 수평적 운영의 차이로 보거나 조직의 경직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원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창원시민이 한 달이 넘도록 시장을 면담할 수 없다면 시민을 자신의 수하로 보는 수직적 사고거나 아니면 담당직원들이 시장의 말에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언어문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장님, 시장님 우리시장님하며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나 부르는 시민들은 만나고 소통하며 비판이나 반대의사는 수용하지 못하는 소통이라면 진정한 소통(疏通)이 아니라 소통(小桶)이거나 불통(不通)인 것이다. 


나는 소통(疏通)이 불통(不通)인 창원시장이라면 108만 메가시티의 꿈은 그냥 일장춘몽(一場春夢)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