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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이야기/이춘모의 여행후기

천년의 숨결 천년의 소리를 만나다.(1)

by 장복산1 2011. 10. 1.

(2) 천년의 소리 ‘소리길 탐방’

(3) 농부 시인을 만나다.

(4) 합천 영상테마파크 탐방

(5) 가을 햇살을 맞으며 걸어본 선비길

 

나는 이번에 아주 기억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뜻 깊은 여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는 모양입니다. 글 쓰는 재주도 별로 없는 사람이 1박 2일을 여행하고 다섯 꼭지나 되는 posting 소제목을 미리 정하고 글을 쓴다는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 마지막코스인 합천 삼가 황토한우를 먹는 자리에서 잠시 했던 토론이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항상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도전을 하라는 달그리메님에게 내가 반론을 재기하며 토론을 한 일이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거 저거 욕심을 내기보다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래 질겁을 하고 미리 포기하기 보다는 무엇이건 시작을 하고 도전해 보는 것도 맞을 것 같은 생각때문에 이렇게 욕심을 내 봅니다.


(1) 천년의 숨결을 만난 해인사

그래도 내가 블로그를 한다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국 파워블로거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에 내가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와 쥬스컴퍼니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단'에 처음 따라가면서 나는 가슴이 설렙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합천 해인사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가슴은 설레고 있습니다.

 

나는 사실 합천 해인사를 제법 여러 번  다녀 갔습니다. 그러나 여행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서 여행의 목적이나 의미가 달라집니다. 가족들과 왔다면 가족여행이 됩니다. 술먹는 친구들과 왔다면 술이 목적인 여행이 되고, 우리 동네에서 하는 계모임에서 왔다면 관광버스문화를 즐기는 여행이 됩니다. 그러나 이번여행은 나에게 무척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예감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 생각을 다듬어 글을 쓰는 파워 블로거들과 동행하는 여행입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글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방향감각이 마침 눈에 익은 삼각모양의 기념품상가를 만나면서 정리가 됩니다. 해인사를 올라가는 길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전에는 차도를 따라 걸어올라 간 기억인데 개울을 끼고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는 새로운 길을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지만 '2011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열리는 기간이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해인사를 생각하면 항상 길고 깊은 계곡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합천하면 해인사를 떠 올리지만 정작 합천군에 대한 별다른 특별한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여행이 파워블로거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라는 기대도 있지만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에서 대장경 진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가슴설레는 일입니다. 해인사에서는 이번에 대장경 진품을 공개하고 다시는 진품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기회의 희소성이 더 큰 가치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해인사를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계곡과 오솔길에서 가끔 만나는 데크로드가 차도로 올라가던 때 보다 지루함을 덜 해 줍니다. 그리고 오솔길 옆에서는 기나긴 세월들을 엮고 있는 다래넝쿨, 물푸레 나무, 자작나무도 가끔 만납니다. 그리고 해인사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해인사 입구에서는 많은 무리의 일본인 단체관광객들도 만났습니다.

        해인사 입구에는 사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목이 항상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비석거리를 지나 해인사를 오르는데 여인네 두명이 해인사(海印寺)의 이름을 해석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다해에 도장인자니까 바다에 도장을찍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에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하나로 세워진 가람이라고 합니다. 해인사라는 사찰의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에 나오는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구절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해인삼매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 없이 깊고 넓은 큰 바다에 비유하여 거친 파도, 곧 중생의 번뇌망상이 비로소 멈출 때 우주의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물 속에(海) 비치는(印)경지를 말한다고 합니다.

 

 

 

지금 해인사에서는 여러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2011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 '2011 해인아트 프로젝트' '1029일 천도법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길을 연 '소리길'을 걸으며 천년을 계곡에 흐르던 소리를 들을 계획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인사의 신비로움

해인사의 신비로움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법보전(法寶殿)과 '수다라장' 으로 들어 가는 가운데 문이 그림자와 어우러저 만든 특이한 모양의 사진 하나도 새롭고 신비합니다. 대장경을 천년동안 보존할 수 있는 건축물의 온도나 습도를 조정하고 통풍시설을 설계한 선조들의 지혜는 현대과학으로도 풀기 어려운 신비로움 그 자체입니다. 팔만대장경을 관람하고 돌아 서면 해인사의 또 다른 신비한 선의 흐름을 보면서 누구나 다시 한 번 감탄하기 마련입니다. 기와와 지붕들이 조화를 이루는 선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은 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경내에 흐르는 굵고 깊은 선들의 신비로운 조화는 그저 바라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2011 해인아트프로젝트'

 

 

 

친일 승려 변설호를 만나다.

이번여행에서 만난 또 하나의 행운은 친일문제를 연구하며 이번에도 '친일파는 살아 있다.'는 책을 펴낸 정운현 선생님이 동행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보림재 ( http://blog.ohmynews.com/jeongwh59/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는 정선생께서는 해인사를 가는 버스에서도 인사말을 대신해서 사명대사의 석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해인사 입구 홍제암에 있는 사명대사 석장비는 일제 때 해인사 주지였던 변설호가 출세를 위해 동료 승려를 일경에 밀고하는가 하면 일경에 아부하기 위해 사명대사의 비석을 네 조각으로 내는 데 앞장을 섰다고 합니다.

 

해인사 홍제암에 있는 사명대사 석장비를 네 조각 내서 한 조각은 해인사 내 경찰주제소 정문 디딤돌로 사용하고 나머지 조각들은 해인사 구광루와 명월당 앞에 방치 했다고 합니다. 일제 때 네 조각으로 쪼개졌던 것을 1958년에 다시 접합하여 복원을 합니다. 사명대사 석장비는 비석 중앙에 정확하게 십자가 모양으로 그 이픈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석 앞에 세원진 안내문에는 일제 때 부서진 내용만 있을 뿐 변설호라는 해인사 주지가 비석을 네 동강 내는데 앞장을 섰다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나는 해인사를 수 없이 다녀 왔지만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습니다. 정선생님의 설명은 정말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우리는 사명대사의 석장비를 둘러 보고 돌아 서서 일제의 또 다른 아픈 상처를 만났습니다. 일제가 소나무마다 송진채취를 하면서 남긴 상처들을 보았습니다. 해인사에 이렇게 많은 소나무들이 이런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그냥 너무 무심하게 해인사를 방문하고 기념사진이나 찍고 덜렁거리며 지나치던 자신이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솔직히 이 나이를 먹도록 일제가 전쟁말기에 항공유를 보충하기 위해서 삼천리 금수강산 소나무마다 이렇게 깊고 많은 상처들을 남겼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