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그리고 이야기/이춘모의 여행후기

합천 사는 농부시인을 만나다.(3)

by 장복산1 2011. 10. 3.

(1) 천년의 숨결 해인사

(2) 천년의 소리 ‘소리길 탐방’

 

(4) 합천 영상테마파크 탐방

(5) 가을 햇살을 맞으며 걸어본 선비길

 

나는 경남도민일보와 쥬스컴퍼니가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한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단' 파워블로거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세 번째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인사를 둘러 보고 새로 난 '소리길'을 탐방한 후 대장경 천년 축전을 관람하는 것으로 정한 모양입니다. 합천 오면 빠질 수 없다는 붕어찜으로 저녁을 먹고 합천호가 내려다 보이는 '별바라기 팬션'에서 '합천사는 농부시인 서정홍과 대화'시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서선생은 경남도민일보에서 글을 통해서 자주 만나기는 했지만 직접 뵙기는 처음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하는 기회는 나도 처음 입니다. 가끔 무슨 수련회 같은 경우는 있었지만 짜여진 주제를 토론하고 강의를 들은 경험이 전부 입니다. 오늘은 도시를 버리고 합천에 와서 농사를 일구면서 글을 쓰고 시를 쓰는 농부시인이 글을 쓰는 파워블로거들과 대화를 한다니 기대가 큽니다. 대화는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오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과연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행복의 조건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토론이 끝난 다음에도 아직 여운으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서선생께서는 주로 인간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망치고 사람을 망친다는 사실에는 동의를 하지만 어떤 특별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정말 세상은 살 맛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욕심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면서 세상은 바뀌고 발전합니다. 작은 욕심도 버리지 못하는 정말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지만 서선생은 너무 똑똑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자동차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고 핵을 개발하면서 자연은 망가지고 인간도 본성을 잃어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서선생은 강의를 할 때나 이웃들에게 집을 두채 이상 가지고있는 사람들은 한 채만 소유하고 주위에 한 채씩 나누어 주라고 권유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7명이 두 채씩 가지고 있던 집을 이웃이나 친지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도시의 시멘트에 가두고 경쟁하는 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줍은 듯 한 표정과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 합니다. 서선생님의 표정에서는 정말 어수룩한 농부일 뿐 어떤 카리스마를 느낄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어딘가 숨어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9월 30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서선생님이 쓴 '[농촌이야기]사람이 멧돼지보다 못 해서야.' 라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글이란 그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심성과 한 인간을 지배하는 사고를 숨기지 못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표현 수단인 모양입니다. 멧돼지는 배가고파 마을로 내려오지만 배부른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못된 짓을 한다고 나무라는 글의 내용이나 직접 만나본 서정홍선생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혼란스러운 도시속 욕심들을 버리고 농촌이나 산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은 생각을 하고 동경하지만 솔직히 당장 실행에 옮길만한 용기가 없습니다.  

 

별바라기 팬션을 오르기 전에 유성가든에서 붕어찜으로 저녁식사를 하던 모습도 나에게는 새롭고 추억으로 오래 간직할 순간이었습니다. 붕어찜 그릇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드려대는 모습을 보며 파워블로거들이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도 놓치지 않고 순간포착을 하고 기록을 남기려는 근성같은 열정들이 파워블로거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좀 쑥스럽고 부끄럼도 느끼면서 분위기를 타고 겨우 사진 몇 컷을 찍었습니다.     

 

 

      

누룽지를 뒤집어 쓴 저 모습은 정말 압권(壓卷)입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정말 대단하고 좋은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개는 대단한 행운입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내고 친일문제를 연구하는 정운현 선생께서 이번에 '친일파는 살아 있다.'는 신간을 출판했다고 합니다. 어제 출판사를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4권을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행운이 나에게 돌아 왔다는 사실도 정말 행운입니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서 선물하는 신간을 연장자 중에 내가 받을 처지가 아닙니다. 당연히 김용택선생님이 받으셔야할 선물을 죄스럽게 내가 받아 왔습니다. 리뷰를 꼭 써야하겠습니다.

 

    

밤이 깊도록 친목을 다지는 술판이 벌어지고 노래를 합니다. 나는 젊은 시절 음치를 면치 못하고 어느 모임에서나 '산토끼'를 불러서 별명이 산토끼가 되었습니다. 아니면 슬며시 자리를 피해야 봉변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열심히 노래방을 드나들며 노래공부도 했습니다. 술이 거나하면 노래가 좀 됩니다, 그도 노래 반주가 있고 마이크를 들어야 하고 노래가사를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밤은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영락 없이 또 산토끼를부르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언제고 기회가 되면 꼭 노래를 한 번 불러야 하겠습니다. 소주를 한 병은 마셔야 하고 노래방에 가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될 때 멋지게 배호노래도 한 번 부르고 나훈아 노래도 불러 보고 싶습니다. 나도 조건과 분위기만 맞으면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증명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아침에 별바라기 팬션에서 합천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보았습니다. 합천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