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엿 같은 세상에 날린 펀치

by 장복산1 2012. 2. 20.

석궁 테러 사건의 당사자인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가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진다는 각오로 자신의 이름을 딴 '석궁 김명호' 출판사라는 1인출판사를 차려 자신의 이름으로 사건 전모 등을 담은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책을 지난 9일 출간 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판검사, 헌법재판관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을 ‘법을 위반하는 면허를 취득하였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멍청할 정도의 자신감', '상습적 거짓말', '위선', '대법원에 대한 맹종' 등을 덕목으로 삼고 있다며 사법부를 거침 없이 비판합니다. 이들은 철저히 기득권층의 편에 서서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는 적재적소에서 법을 위반하고 ‘터진 주둥이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 대는’ 판결로 서민을 억압하고 있다며 사법부를 향한 독설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책에 욕설이나 감정이 섞인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박힌 사람도 가라. 비난해야 할 상황에서 욕하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고 지랄인가? 이 책은 욕 없이는 읽을 수 없다"는 대목은 이상하게 호기심 마저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판사, 니들 그렇게 까불다가는 뒈지는 수가 있어"라는 막말까지 거침없이 내 뱉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김명호 전 교수의 돌출행동을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석궁 테러 사건에 대해 법원이 증거조작을 한 재판이라며 석궁으로 판사를 쏜 사건을 '석궁 시위'라고 미화했다."  (조선일보 기자수첩 2012. 2. 12 안준호기자)는 주장을 하는 기사도 쓰고 있습니다.


그러데 사건을 변호 했던 박훈 변호사의 이야기는 좀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나는 처음 이사건을 기록한 "부러진 화살" 의 책을 출판한 저자인 서형작가를 처음 만났던 1박2일 동읍단감 블로거팸투어 때만 해도 사실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영화화로 제작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 오르며 후배에게 연행되다시피 해서 영화를 보기까지도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왜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가서 쏘아야 했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박훈 변호사를 두번 만났습니다. 처음은 창원 을 야권국회의원후보 블로거 합동인터뷰에서 만났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약 3,000개 정도의 법이 있는데 모두 쓰레기라고 합니다. 과연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양아치 변호사의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박훈 변호사를 또 한번 마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러진 화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어느 자리였습니다. 박훈 변호사가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대법원은 사건이 발생한지 4일 뒤,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서 이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테러'라며 엄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전국법원장회의가 이미 수사와 판결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박훈 변호사는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한국사회 전반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박 변호사는 "부러진 화살"은 한번도 국민의 감시를 받지 않은 폐쇄된 권력인 브레이크 없는 사법권력을 향해 김명호가 날린 통쾌한 펀치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그를 두번 만나면서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부분이 점점 많아 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사법권력도 국민의 감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나는 절대적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법원장 지검장 이상은 선출직으로 해야 한다던지 아니면 유럽에서 도입 운영하는 배심원, 참심원제도를 이제는 우리도 도입해서 사법권력이 국민들의 감시와 견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견을 달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을 처음 출판한 서형 작가는 지난해 10월에 창원단감 블로거 팸투어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7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는 "책 <부러진 화살>서형 작가 초청 블로거 인터뷰도 했습니다.

 

블로거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쓴 "SBS<그것이 알고싶다.>관련해서"라는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부러진 화살>이란 책에서 사법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에 대해 폭로했고 제가 문제 삼고 싶었던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그리고 법정은 판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판사에게 감히 대들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법대로 하자며 맞서 싸운 김명호와 박 훈의 의미는 대단히 큽니다." 서형 작가의 이와 같은 주장과 반성하지 않는 확신범 김명호 전 교수가 주장하는 재판권의 주인인 국민이 반드시 재판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명호 전 교수는 "석궁 사건은 법원이 ‘초등 학생들도 속이지 못할 수준의 증거조작’을 통해 재판을 감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천하에 자발적으로 까발린 ‘사법부 자폭 개그’라고 단정하며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개그를 통해 검찰, 법원, 헌재가 어떻게 공조하는지, 언론은 어떻게 왜곡 보도하는지,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인간들은(저자 주변의 인사도 예외없이) 어떻게 그런 장단에 춤추는 지를 까발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의 실체에 대한 확신은 박훈 변호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제3자의 입장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기록한 서형 작가는 그가 쓴 글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하며 좀 더 냉정한 모습으로 관찰한 흔적이 있습니다. "김명호 교수는 남들이 할 수 없는 힘든 싸움을 했다. 그러나 판사 집단을 악마, 쓰레기로 표현하며 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는 표현은 사건의 실체와 영화 "부러진 화살" 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엄연하게 다르게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작가 서형은 더욱 분명하게 이 문제의 실체와 영화의 메시지를 구분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옷의 피가 박홍우의 혈흔이라고 밝혀진다면, 그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김명호 전 교수나 박훈 변호사는 자신들의 혈흔감정 요구를 판사가 기각한 사실을 박홍우판사가 제출한 증거가 조작이라는 단정하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형작가는 체면(권위주의)으로 해석이 된다고 했습니다. 고위법관 명예훼손 고소 건도 직접 하지 않고 경비대장을 시킨 것도 체면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처럼 동료 법관에게 피를 달라고 하는 것도 그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행위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게 작가의 의견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서형 작가는 '체면중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폭행에 의한 상해죄라면, 박홍우는 김명호에게 치료비를 물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예로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홍우 판사가 진짜 피해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다. 고 합니다. 나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만큼이나 '부러진 화살'의 미스터리는 지금 인간의 한계를 스스로 느끼는 수 많은 오류 속을 해매며 떠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법원은 사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미리 판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안준호기자는 '석궁으로 판사를 쏜 사건'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김명호 전 교수와 박훈 변호사는 혈흔검증 거부를 들어 법원의 증거조작으로 단정합니다. 그러나 "부러진 화살"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관심은 김명호 전 교수가 석궁으로 박홍우 판사를 쏘았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는 이미 관심의 대상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김명호 전 교수가 엿 같은 세상에 엿 같은 방법으로 밖에 통쾌한 펀치를 날릴 수 없는 현실에 국민들이 공분하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바로 비상식이 상식을 힘으로 누르는 것에 대한 몸부림이며 브레이크 없는 사법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공통된 분노일 것 입니다. 국민들이 필요해서 만든 재판이라는 제도는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사법권력은 엿 같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