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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차라리 사쿠라가 되겠습니다.

by 장복산1 2012. 2. 7.

원래 사쿠라는 일본말로 벚나무라고 합니다. 그런대 국어사전에는 사쿠라 [sakura[]]를 여당과 내통하는 야당의 사이비 정치인이나 사기를 쳐 그릇된 짓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쿠라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본 것은 혹여 누가 원칙과 상식을 따지며 고집하는 사람이 일본말을 쓴다는 시비라도 걸게되면 변명을 미리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이야기 하기를 이상하게 주변에서 영어단어를 섞어 쓰면 유식해 보이고 일본어를 섞어 쓰면 친일파 같고 한자를 섞어 쓰면 꼴통 보수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던 생각이 떠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사쿠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에 자기를 칭찬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고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이 없다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이치조차 터득하지 못하고 항상 남을 비판하는 일에 열중하며 60평생을 살이 온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아들마저도 아버지는 아들을 한번도 칭찬하거나 인정해 주지 못하고 나무라기만 한다는 불평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도 "2012 진해 시민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진해 야권 및 무소속후보들을 단일화 해서 이번 총선에 여당과 1:1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참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 버릇 개 못준다."고 정치권을 비판하는 냉소적인 글을 두편이나 블로그에 써버렸습니다. 어제 밤에 아주 가깝게 지내는 후배가 조심스럽게 이문제를 거론하며 충고를 합니다.

 

 "위원장님이 쓴 "진해를 팔아 먹은 매향노(賣鄕奴) 논쟁" 이라는 글이 너무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쓴 "로또복권을 꿈꾸는 진해 국회의원후보들" 이라는 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진해 예비후보들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내용이라는 그 후배의 말에 나도 사실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 빤한 남을 비판하느 일을 멈추지 못하고 미련을 피우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오늘 아침에 경남도민일보에 장정임 시인이 쓴 '부러진 화살' 원칙 없는 사회의 비극' 이라는 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원칙을 따지면 까다로운 사람이 되는 세상의 이야기 입니다. 사실은 나도 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을 쏘았다는 기사를 보고 그를 '또라이'로 보았던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후배가 나를 연행하다시피 해서 같이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았습니다. 그는 영화 속의 김교수 케릭터가 나와 너무도 비슷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는 아니라고 부인하는 중 입니다.

 

영화속에 양아치변호사로 묘사된 박훈변호사도 두번이나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다시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을 출판한 서형작가도 두번째 만나러 갑니다. 박훈변호사를 두번째 만나서 영화 "부러진 화살"에 열광하는 국민적 관심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소불위의 우리나라 사법권력은 이미 전국법원장 회의를 소집해서 김교수의 행동이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엄단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법부가 미리 사법권력으로 수사도, 재판도 한 사건이라 영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장정임 시인도 '한 수학교수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 팽배한 적당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교수직에서 내쫓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권력의 자리나 따뜻한 자리를 지키려면 지식과 열정이 아니라 그저 말없이 웃어주고 따라주는 겸손(?)과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원칙과 상식을 따지는 내가 얼마나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자신에게 석궁이라도 겨누고 싶을 만큼 정의감과 열정이 많을수록 분노와 좌절이 많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사쿠라"가 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모릅니다. 동행하던 후베가 자신이 쓴 "진해 야권후보자 합동인터뷰를 보고...(댄싱 퀸이 생각난 이유)" 라는 글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누가 봐도 좋아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주 좋은 글이더군요. 나는 얼마 전에 "나는 합리적 보수입니다." 는 글을 쓰더니 오늘은 나는 사쿠라를 자청하고 있습니다. 원칙만 따지는 고집불통 보다는 차라리 사쿠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재판이 개판이라고 하더니 요즘은 정치판도 개판이고 선거판도 개판인 모양입니다.

누구를 위한 단일화고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 때는 정말 피곤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진해에서 국회의원 한명 바꾼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진해가 망하는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