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반세기만에 몰수당하는 진해 군항제

by 장복산1 2012. 2. 24.

지난 2월 22일자 데일리 레저신문 보도에 의하면 창원시는 [‘이어온 군항제 50년, 이어갈 군항제 50년’이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4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중원로터리를 비롯한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펼쳐지는 진해군항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벚꽃축제다. 창원시가 진해군항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5개국 22개 여행사 대표들을 초청, 군항제 설명회를 곁들인 팸투어를 실시하고 관광교류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합니다.

 

창원시청 건물에는 진해 군항제 50주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외형상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진해시가 지자체 통합으로 창원시에 편입되면서 진해 군항제도 세계적 축제로 발 돋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을 드려다 보면 50년 가까이 유지해 오던 진해의 민간 축제가 창원시에 몰수당하는 상황으로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하기 어려운 창원시장의 횡포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진해 군항제를 알리는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진해 군항제의 유래입니다.

 

군항제는 지난 195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하여 온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충무공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제를 지내는 것이 전부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의 규모와 내용이 점점 커지고 발전함에 따라 1983년부터는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가 사단법인으로 발족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군항제 행사를 주관해 오고 있습니다.

 

사실은 나도 "진해에서 꼭 개혁이 필요한 두 민간단체"라는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던 중입니다. 사단법인체로 구성 운영하는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와 '진해중앙시장번영회'는 분명히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다고 하더니 매년 수십억 원씩의 국비 및 시비를 지원받으면서 멀쩡한 차도를 가로 막고 외지인들에게 공공도로를 식당으로 분양한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주민들에게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성을 주장할 명분이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수 민간단체가 반세기동안 진해군항제를 운영하며 키워온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에 대한 공과를 부인할 진해주민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고 이상인 선생께서는 모자라는 군항제 축제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전국으로 기업체방문투어를 하면서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며 스폰서를 받아 내던 이야기는 진해 사람들에게는 생생한 기억으로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군항제행사 기업체 스폰서 요청을 거절하려는 기업체 비서실에서 회장님이 출타중이라고 하면 회장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버티고 앉아서 기어코 스폰서를 받아내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진해 군항제에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축제나 행사의 내용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제례행사로 시작한 군항제는 만개하는 벚꽃과 군항이 어우러지면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봄을 알리는 전국 최초로 시작하는 최대의 벚꽃축제행사로 발전하였습니다.

 

언젠가 나도 군항제위원회(당시명칭)가 축구대회, 씨름대회를 유치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 이상인선생과 진해 군항제의 정체성문제를 논쟁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군항제는 행사의 취지에 합당한 예술행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축제행사보다는 이충무공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할 수 있는 예술문화 행사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진해, 마산, 창원이 통합되면서 창원시는 진해군항제를 관광문화상품으로 키워가려는 의지가 읽히고 있습니다. 창원시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경남도 우수문화관광축제 선정위원회에서 도내 18개 시군에서 제출한 대표축제 가운데 '진해군항제'가 우수축제로 선정돼 도비 5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 뿐이 아니라 창원시는 군항제 기간에 외국관광객 2만 명 유치를 위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5개국 30명이 참가한 군항제 관광교류 팸투어를 개최하고 중국, 일본, 한국의 대형 관광회사와 관광교류 MOU도 체결했다.고 합니다. 미국 CNN도 진해 경화역과 여좌천을 한국의 명소로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이제 진해 군항제행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축제행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2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벚꽃이 만개한 진해거리를 누비며 Wonderful !을 연발하며 관광하는 진해군항제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진해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창원시장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사고와 주민들을 무시하는 업무처리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위에 진해군항제 관광교류 MOU 체결식 사진에 무슨 이유로 이충무공정신선양회 이사장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방자치란 창원시장이나 지방공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주민들을 다스리는 지방자치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주민들 스스로 지역문제를 다스리는 것을 지방자치라고 할 것입니다.

 

창원시장은 이런 지방자치의 구현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이고 공무원들은 가장 효율적인 지방자치의 구현을 위해서 보조적 역할을 하는 고용된 지방자치의 구성원입니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지역 민간단체에서 반세기동안이나 운영하던 지역축제행사를 창원시가 몰수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창원시장의 독선적사고의 산물인 횡포의 수준이라는 생각을 나는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창원시에서는 명분상 진해군항제 축제위원회라는 민간단체를 새로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창원시장은 무슨 이유로 50년 동안 군항제를 운영하던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라는 민간단체를 두고 새로운 축제위원회를 구성했는지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군항제 축제위원회가 자생적으로 탄생한 민간단체라는 우매한 변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만약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기다리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가 통합되고 처음으로 맞이한 제49회 진해군항제 행사도 사실은 창원시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방법으로 행사운영에 관여하는 문제에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토로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축제에 지원하는 국비나 시비는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는 절대 않 된다는 생각입니다. 국가기관의 지원은 지원으로 끝나고 지자체는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의 축제로 발전할 수 이도록 지원 육성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는 지난 1월 26일 오후 창원시 3·15 아트센터에서 마산YMCA·경상대학교 주관으로 마산 '임항선 폐선에 따른 활용 방안 토론회에'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창원시에서는 담당 공무원도 참석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참 좋은 의견과 아이디어들도 많이 개진되었습니다. 특히 광주푸른길가꾸기 박상은 사무국장의 '푸른 길과 옛 기차길 동네'라는 발표는 지역 민간단체가 어떻게 지방자치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임항선 사업에서 시민 의견이 창원시 행정에 반영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창원시 행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장을 목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지방자치행정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자체통합으로 진해 사람들은 창원에 흡수통합 되었다는 상실감이 매우 큽니다. 

 

창원시장은 지방 자치권마저 상실했다는 진해사람들의 상실감에 더해서 '반세기만에 몰수당하는 진해 군항제'라는 주민들의 생각이나 자존심까지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화합과 균형발전은 통합의 가장 우선하는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