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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갱불 불로거들이 예상했던 총선 당선자들

by 장복산1 2012. 4. 13.

지난 4.11총선 개표를 진행하던 날 갱불 불로거들이 사보이호텔에 방을 하나 빌려서 상을 차리고 둘러 앉았습니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그간 후보초청 블로거 합동인터뷰 진행과정을 점검해 보고 스스로 평가하자는 의미로 모였습니다.

 

갱불 회장인 김훤주 기자님, 선비님, 달그리메님, 실비단안개님, 이윤기님, 천부인권님, 쪽모이님, 김주완국장님, 크리스탈님, 전남대학교 한선 교수님과 장복산인 나를 포함해서 11명이 모였군요. 갱불 총무님인 달그리메님이 수고를 해서 술도 준비하고 안주도 준비를 했습니다. 풍성한 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았습니다.

 

텔레비젼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작하자 텔레비젼을 끄고 총선 당선자들을 예측하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경남, 부산지역에서 무소속을 포함한 비 새누리당 후보들 중에서 과연 몇명이나 당선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작게는 한 명부터 9명까지 다양한 예측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4명에 한표를 던졌구요. 당일 참석 블로거 중에서 쪽모이님과 크리스탈님이 같이 4명 당선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우승을 했고 나는 상금을 받아서 그 상금으로 새벽 2시에 택시를 타고 진해로 넘어 왔습니다.  

 

 

선거 개표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총선기간 중에 우리가 진행했던 후보자 초청 블로거 합동인터뷰에 대한 자체 평가와 문제점들을 따져 보며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진주지역구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인 새누리당 후보들은 블로거들의 인터뷰 요청에 혼쾌하게 응하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의미있고 글감이 풍부했던 블로거 합동인터뷰는 단연 창원(갑)의 문성현 후보와 김갑수 후보의 인터뷰였다는 생각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려 여섯명이나 참여했던 진해지역 인터뷰는 내용도 그렇지만 진행자체도 가장 실패한 블로거 합동인터부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가장 멋지게 블로거 합동인터뷰도 하고 후보 단일화 과정도 깔끔하게 감동적으로 한 문성현 후보가 3보1배를 한 것이 총선 패인의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는 의견들이 단연 당일의 톱 화제로 등판했습니다.

 

 

더구나 달그리메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한 창원시 후보들이 다들 미쳤나 봅니다. 가 더욱 빛을 발하면서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후보들이 다들 (미)(쳤)(나) 봅니다. 청사를 꼭 창원에 유치하겠다는 결의의 뜻으로 통합진보당 손석형 문성현 후보가 의기투합해서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정말 유권자들의 수준을 물로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성현 후보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갑수는 이런 식의 지역주의가 싫다며 선대본부장 자리를 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양산의 송인배 후보는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당선을 예측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아쉬워 하더군요. 진보의 성지라고 여기던 창원에서 두석 모두를 새누리당에 넘겨준 문제들을 서로 분석하는 토론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도의원을 중도사퇴한 손석형 후보에 대한 문제점 부터 출발한 진보세력이 둔 자충수는 김창근 후보와 끝까지 단일화 하지 못한점에 더해서 문성현 후보까지 합세한 3보1배가 완벽한 자충수의 결정판이었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진해도 민주통합당의 완벽한 공천실패로 인한 자충수가 결국은 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진해지역구에서 지난 16, 17, 18대 총선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지자체 통합으로 인한 진해주민들의 성난 민심과 김학송 국회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심리가 서둘러 표출되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자만심과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현상까지 부추기고 말았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최초 공천신청을 한 후보들 4명이 서로 경선하기로 합의한 사실도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당내공천심사를 해서 임의로 2명을 탈락시키면서 특별한 기준이나 원칙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민주통합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던 김병로 후보가 민주통합당과 무소속을 저울질하면서 출마를 결심하는 시기가 늦어진 것도 야권 및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현상에 일정부분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내가 개입해서 출범한 '2012 진해시민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를 중도사퇴하면서 시민운동과 정치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시민운동이 정치와 어디를 경계점으로 삼아야 하는지하는 문제였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지자체통합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절차적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민단체 스스로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가 비판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은 두번의 경선과정을 거쳐서 선출된 공당의 야권후보가 무소속후보와 더 이상은 단일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공식발표하고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연출했습니다.

 

특정후보를 시민단일후보라고 두번 세번 기자회견을 하고 상대편은 그가 단일후보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합니다. 시민들이 보기에는 정말 꼴볼견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나는 처음 진해시민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를 출범할 당시만 해도 어느정도 어려움을 예상은 했지만 성숙한 시민들의 힘을 빌려 아름다운 축제분위기에서 감동적인 단일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정치판에서 하는 짓거리나 시민단체에서 하는 일을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오직 당선만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시민운동의 영역이고 어디서부터가 정치인들의 영역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들은 정치적 생산자들이고 국민들은 정치적 소비자들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새로운 이슈를 생산하고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이슈들을 심판하거나 때로는 취사선택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미국의 유명한 소비자단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지 궁금했습니다. 나는 내 블로그에 '시민운동과 컨슈머리포트' 라는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자료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적어도 시민단체는 정치에서 한발 정도는 뒤로 물러서서 비판이나 감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민단체가 정치판에 너무 깊숙하게 빠져들면 그들과 공범자가 될 확율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정치적 무한책임을 지기 마련입니다. 더 이상은 그들을 비판할 기준이나 잣대를 잃어버고 말것 같은 생각도 들없습니다. 결국은 진해지역구도 내가 염려하던 밀운불우(密雲不雨)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진해 주민들은 난장판이된 총선 기자회견에 혼란과 실망을 넘어 염증을 느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