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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4.11총선은 여권승리 아닌 야권연대의 참패다.

by 장복산1 2012. 4. 16.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번 4.11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여권인 새누리당의 승리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감성지수로 계산하면 4.11총선은 여권의 승리가 아니라 야권연대의 참패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연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컷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특히 야권의 낙동강벨트로 주목받던 부산, 경남지역은 국민의 기대만큼 야권에서 국민들의 눈 높이에 시선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남지역의 야권연대를 주도했던 시민단체들의 역활분담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한 번쯤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오는 24일 <19대 총선 평가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총선평가 워크숍에서는 4.11총선과 지역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시민운동의 역할과 정당과의 관계'를 소주제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나는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번 총선에서 '2012 진해시민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을 중도사퇴하고 말았다는 사실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시민운동에 미천한 경험이나 능력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한계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과연 시민운동과 정치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정치인들의 정치활동과 시민운동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시민단체가 야권연대나 단일화의 목표달성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돌격대 같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진해지역 총선과정을 지켜보면서 우선 준비되지 않은 야권정당들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이 컷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해지역구는 지난 16, 17, 18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에서 후보조차 등록하지 못한 보수성향이 강한 군사도시입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지자체통합에 분노하는 주민들의 싸늘한 민심에 여당 3선 국회의원이 총선 예비후보등록을 철회하고 불출마선언까지 했습니다. 

 

집권여당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수교체까지 하는 발 빠른 대응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예비후보들 4명이 합의하고 준비한 경선을 뚜렸한 해명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공천심사라는 명분으로 김하용, 김종율 예비후보를 탈락시키고 말았습니다.

 

결국은 2월 27일 오전 10시 반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종길, 심용혁 후보가 국민참여 경선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30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김하용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기이한 기자회견을 하고 말았습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불안은 이미 민선 3선의 진해시장 출신인 김병로 후보가 민주통합당 출마와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다 1월31일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예견된 사항입니다.

 

문제는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경남지역 야권연대를 주도하던 시민단체인 '경남의 힘'에서는 이미 경남지역 야권연대의 틀을 마련하고 각 지역구마다 서로 다른 상황이나 입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진해지역구는 보수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무소속 출마자들의 난립이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역마다 다른 사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야권연대만 고집하는 경남의 힘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의 정치실험 같은 공천과정을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민주통합당 공천혁명 정치실험인가? 오만인가? (http://blog.daum.net/iidel/16078556) 라는 글을 내 블로그에 포스팅한 일이 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인 경남의 힘을 의식한 진해 통합진보당은 처음부터 후보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이후 무소속 후보들과 민주통합당 후보간의 단일화 과정은 단일화 일정이 너무 빠르다. 늦다. 하는 의견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시민단체의 주도로 단일화가 매우 적극적 자세로 변하면서 거의 돌격수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연히 단일화의 중심에 있어야 할 후보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시민단체가 무소속후보 단일화를 발표하고 다른 후보들은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는 해프닝을 연출합니다. 혼자 하는 무소속후보 단일화 무슨 의미 있나? (http://blog.daum.net/iidel/16078561)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은 이미 시민단체가 돌이키기 어려운 경계를 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적극적 정치행위를 함으로 인하여 진해 야권 및 무소속후보단일화는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최소한 야권 및 무소속 후보단일화가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지 못하더라도 기존정치세력들이 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같은 실망은 절대로 주지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평범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공천과정이지만 민주통합당의 당내경선을 거쳐 민주통합당의 공식 후보가 된 김종길 후보가 통합진보당 김희경 후보와 다시 단일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무소속 김병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인 김종길 후보의 단일화는 김종길 후보가 가히 폭력적 수준의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은 단일화 과정의 상황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끝 없이 이어지는 기자회견은 물론 공당의 후보가 공식적으로 더 이상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는 없다는 보도자료까지 발표하고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여출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과연 시민단체의 역할이 어디까지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단일화과정은 진해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유권자들의 생각이나 판단은 무시한체 단일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생각으로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닥치고 단일화에 과연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동의할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차피 변칙은 또 다른 변칙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진해지역구 총선은 결국 여당후보에 의한 후보매수설까지 유포되면서 선거가 끝난 시점에도 깨끗한 승리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추한 모습의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미련한 동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 당장 세상을 모두 내 생각대로 바꾸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들을 하지만 내가 아니라도 세상은 변하고 지구는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보장하는 참정권을 누구라도 임의로 제한하거나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적 가치라는 이유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의 방법이 아닌 차선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야권 및 무소속연대나 단일화에 나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원칙과 상식마저 무시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그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하는 닥치고식 연대나 단일화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해 4,11총선은 밀운불우(密雲不雨)  (http://blog.daum.net/iidel/16078563 

 

내가 4.11 총선은 여권의 승리가 아닌 야권연대의 참패로 규정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정책부재나 위기대응 능력도 문제지만 당선가능한 지역구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지역이 너무 많습니다. 창원 진해구의 닥치고연대, 성산구, 의창구의 도의원 중도사퇴 논쟁과 삼보일배는 선거의 기본마저 무시하고 유권자를 얕잡아 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배운대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할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경남지역 야권국회의원 숫자가 한 두명 즐어든 것 이상으로 야권연대나 단일화에 대한 시민단체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해지역 유권자들을 정치적 피로감에 지치도록 총선기간에 끝없이 반복된 기자회견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오히려 야권에 무메랑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