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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뿌린대로 거두리라.

by 장복산1 2012. 5. 6.

'뿌린대로 거두리라' 하는 말이 성경에있는 말씀인지 아니면 영국에서 전래되는 속담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화페단위가 파운드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옛날 영국에 있는 어느 마을의 빵장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빵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매일 아침 버터를 만들어 공급해 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납품되는 버터를 보니까 정량보다 조금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납품되는 버터를 저울로 일일이 달아 보았는데 예측한 대로 정량에 미달되었습니다. 화가 난 빵장수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에게 변상할 것을 요구하며 법정에 고발했습니다.

 

이 재판을 맡은 재판관은 체포된 농부의 진술을 듣고 놀랐습니다. 버터를 공급하던 가난한 농부의 집에는 저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 짜리 빵의 무개에 맞추어서 버터를 자르고 포장해서 납품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서 자신의 1파운드 짜리 빵의 규격을 조금 줄이고 양을 줄였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농부는 줄여서 만들어진 빵의 규격에 맞추어 버터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그 버터가 함량미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대가는 빵장수가 치러야 했던 것입니다. 나는 지난 2주 가까이 건실했던 한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고 법원의 판결로 회생절차를 거쳐 다시 파산하는 과정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논리가 가장 우선해야 하는 기업을 사법부의 경직된 법의 잣대로 회생을 판단하고 파산을 판결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갈팡질팡하는 아주 생소한 모습들을 직접 경험 했습니다.

 

 

우리집 옥상에는 두 평 남짓한 화단이 있습니다. 화단(花壇)은 원래 화초를 심기 위하여 흙을 약간 높게쌓아 만든 꽃밭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집 옥상에 있는 화단은 꽃을 가꾸기 보다는 상추며 돋나물과 달래를 키워서 우리 내외가 여름 한 철을 풍성하게 먹고 남을 만큼 넉넉하게 채소를 기르는 공간입니다.

 

지난 2주 가까이 내가 진해를 떠나 있는 바람에 옥상 화단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 했습니다. 잘 자라던 상추며 달래가 모두 시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이름도 모르고 사다 심었던 포도나무 한 그루가 이제는 두 그루가 되면서 여름 한 철에는 달고 맛있는 청포도를 따 먹고 남는 것은 포도주를 담기도 합니다. 그 포도나무 그늘에 있는 돋나물만 풍성하게 웃자라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오늘은 웃자란 돋나물과 대파들은 솎아내고 새로 상추 모종을 사다 심고 물을 주며 화단을 다듬고 나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왔습니다. 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전교수가 쓴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공동체의 가치창출을 위해서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생각하며 믿고 있는 다수결의 원칙이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간교한 지혜가 만들어 낸 비 합리적 산물인지 모릅니다.

 

화단은 화초를 기르는 공간이지만 채소를 기르기도 합니다. 얼마나 잘 가꾸느냐에 따라서 우리 내외가 먹고도 남을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자칫 관리를 하지 못하면 풀만자라는 쓸모 없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이번에 내가 처음 경험해본 한 기업의 회생과 파산절차의 중심에 서서 기업의 파산을 지켜 보면서 사회적 법률약자들에 대한 법류전문가들의 집단적폭력을 목격했습니다. 원칙과 상식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온 몸으로 저항해 보았습니다.         

 

원래 파산법의 입법취지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기업의 회생이나 파산은 2006년4월 기존 회사정리법, 화의법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법절차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합제정되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통상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되면 기업회생개시결정이 나고 이후 법원의 조사 절차를 거쳐 회생계획안을 내게 되고 관계인 집회를 거쳐 회생계획인가 또는 불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법률적 절차를 거쳐서 한 기업의 회생이 결정되고 법원에서 파견한 관리인이 경영하던 회사가 단 1년만에 다시 파산을 판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반된 판결에도 누구하나 관심조차 없습니다. 파산법은 깡패법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사법부 주변을 맴돌며 사회적 법률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이 파산하며 파생되는 수 많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고 두렵기도 합니다.

 

내가 지난 한 주간 진해를 떠나 전주에서 한 기업의 파산과정의 중심에 서서 온 몸으로 항의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어제는 아내가 말 없이 곰국을 끌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법률약자들에 대한 법률전문가들의 횡포에 가까운 집단적 폭력에 국민들 스스로가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각자의 권리보장을 위해서 국민스스로 제정하고 만든 법률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한 법률용어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법적 다툼은 이미 법률전문가들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미 어떤 원칙이나 상식의 경계마저 무너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즘 '나는 꼼수다.'라는 팟케스트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나꼼수의 김어준이 지은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 돈으로 누른다. 밥줄 끊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트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 해, 그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 거리면돼, >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법에 쫄고 있는 모양입니다.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가치를 소중하게 가꾸어야 할 법을 법률전문가들이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빵장수가 빵은 보지 못하고 버터만 보면 안 됩니다. 화단은 꾸준하게 가꾸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법이 정치적으로 기울거나 법률 전문가들의 고유영역이라는 사고는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도 뿌린대로 거둘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아직 개혁의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개혁은 이제 시대적 사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