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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이 다른 이유

by 장복산1 2012. 9. 20.

지금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가 어릴 때는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시골이지만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는 기억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십리나 오리를 걸어서 통학을 했으니 두뫼산골이 맞습니다. 이번에 합천 블로거 팸투어를 하면서 대기초등학교 자리에서 숙박을 하면서 옛날 생각이 납니다.

 

아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비슷한 규모나 주변환경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대기녹색농촌체험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본관 건물 옆에 마치 펜션같은 숙박시설을 지어서  농촌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한 모양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이 지금의 농촌입니다.

 

지난해는 합천호가 내려다 보이는 펜션에서 묵었는데 올해는 초등학교 자리를 리모델링한 농촌체험관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와 같이 합천으로 귀농해서 농사일을 하며 사는 농부시인 서정홍 선생을 초청해서 농부생활을 하며 경험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서정홍 선생은 농사를 짓지만 시인입니다. 그리고 농사를 지어도 농약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뿌리지도 않습니다. 비닐하우스로 땅을 덮어씌우는 그런 농사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유를 즐기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선생이 사는 나무실마을에 도시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젊은 여선생님 두어분이 더 귀농을 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모두가 잘 적응하며 농부로 살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합니다. 귀농은 말 그대로 촌에 돌아 와서 농사를 짓는 것이고 귀촌은 농촌으로 돌아 와서 농사는 짓지 않고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귀농과 귀촌은 사전적 의미도 다릅니다. 귀농은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농사를 지으려고 시골로 돌아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농사를 지으려고 시골로 돌아가다. 라고 하고 귀촌은 촌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와 이번에도 서선생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주 비슷한 느낌을 느낀점이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을 너무 2분법적 방법으로 제단하는 것 같은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소 양진영을 중심으로 냉전체제가 시작되면서 동지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매우 위험한 2분법적 사고가 세상을 지배한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이고 몹쓸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전부 농촌으로 돌아 가서 흙이나 파고 농사나 지으면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논리로 들립니다. 물론 자연과 자유를 즐기며 몸소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일을 실천하며 진정한 귀농을 해서 농부로 살아가는 서정홍 선생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부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기준이 있기 마련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해서 모두가 농촌으로 돌아 가면 과연 도시에는 누가 살며 도시는 누가 남아 지켜야 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런 저런이야기를 막 나누려는 순간 블로거 몇 분이 전주가 있어서 그런지 팸투어 프로그렘 진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해 지고 말았습니다. 진행상의 문제라면 팸투어를 진행하는 주최측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지 손님을 초청해 놓고 손님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좀 민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인내하며 같이 웃으며 소통하려고 하는 서선생님은 과연 많이 수양을 한 모양입니다. 

 

나도 이제는 나이가 먹으면서 자꾸 농촌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겹겹이 쌓입니다. 늘 생각만하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야말로 늘 생각만하며 세상을 사는 사람 같습니다. 생각은 이미 나도 농촌에 귀농해서 집도 여러체 지었고 농사도 수 마지기를 농사짓는 농부입니다. 농촌 이야기를 하면 항상 아내와 실랑이질을 합니다. 아내는 나 보고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처다 보지도 말라고 합니다.

 

우리집 옥상에 있는 한 평 남짓한 화단에 해마다 고추며 오이, 호박, 배추와 무우도 심어 보지만 번번히 실페만 합니다. 겨우 한다는 것이 5~6월이 되면 상추농사는 우리 내외가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하게 가꿉니다. 거름이 부족한 것인지 기르는 장소가 시멘트집 옥상이라 땅기운을 받지 못해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체소들은 한 번을 제대로 키워보지 못했습니다. 아내에게 핀잔을 들을 만 합니다.

 

 

대기녹색농촌체험관에서 하루밤을 자고 아침에 동행한 블로거님들이 손수 준비한 아침밥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마도 달그리메님, 실비단안개님, 커피믹스님같은 여성 블로거님들이 이렇게 손수 아침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늘 농촌으로 귀농을 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사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