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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안철수현상은 국민들이 쓰는 단성소(丹城疏)

by 장복산1 2012. 9. 24.

전하의 국사가 그릇된지는 이미 오랩니다. 나라의 기틀은 이미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이미 떠났으며. 백성들의 마음 또한 이미 전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비유하건데 큰 나무가 백 년 동안이나 그 속을 벌레한데 파 먹혀 진이 빠지고 말라 죽었는데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폭풍우가 닥치면 견디어 내지 못할 위험한 상태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실정에 있은지가 오랩니다.

 

조선 명종 11년(1555년) 남명(南冥) 조식(曺植)선생이 단성현감에 제수되자 머리 조아려 주상전하에게 올린 사직상소문인 단성소(丹城疏)는 의(義)와 경(敬)을 존중하고 아는 것을 실천하는 실로 선비정신의 표상이 되는 내용입니다. 조식은 경상좌도의 대학자 이황과 같은 시대에 살면서 경상우도를 대표하는 유학자로 그와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조선 중기 학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태어난 생가터가 있는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를 지난 주말에 또 다녀왔습니다.

 

 

지난 해에도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는 합천 블로거팸투어에 참여해서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 남명 조식선생님 생가 터와 놔룡정을 둘러보고 삼가까지 들판으로 이어지는 선비길을 걸었던 일이 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가 뇌룡정 담장을 반은 덥고 있어 마치 뇌룡정이 벼가 익은 들판에 살며시 내려 앉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남원 실상사가 보기드물게 들판에 자리잡은 사찰이라 한 번 들리면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뇌룡정도 누렇게 익은 벼들이 담벼락을 둘러치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오래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입니다.

 

뇌룡정은 문화재자료 제 129호로 1985. 1. 23 지정도었으며 경남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 남명 조식선생님 생가터 앞 들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뇌룡정은 연산군 7년(1501)에 남명 조식이 지은 정자로, 1900년대 초 허위 등이 고쳐 지었다고 합니다.  조식은 48세 때 합천군에 뇌룡정과 계복당을 짓고 학문을 연구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뇌룡정이란 장자에 나오는 ‘시거이용현, 연묵이뢰성 시동처럼 가만히 있다가 때가 되면 용처럼 나타나고, 깊은 연못과 같이 묵묵히 있다가 때가 되면 우뢰처럼 소리친다.’에서 따 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정자는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래도 옛날에는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경상도 지방에서 한 선비가 올리는 상소문 하나가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하고 조정 대신들은 물론 임금의 마음도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나라를 경영하는 관리들이나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불신하며 심지어 서로 비난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국민들은 대통령과 나라의 정책을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통신수단의 발달로 전국에서 올리는 국민들의 상소문이 온라인으로 시시각각 전국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차고 넘치는 국민들의 상소문은 이제 올라인과 SNS를 통해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의 소통공간을 도배하며 공해수준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짜증섞인 국민들의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들은 이제 비난의 수준을 넘어 언어폭력의 수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서로를 배려하며 자기의 주장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상대를 비난부터 하고 보는 마타도어식 비난들과 흑색선전만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나라의 정치를 담당하는 정치인들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알지를 못하고 국민들에게 거짓말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시기가 온 모양입니다. 금년 대선에는 누구도 명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인 '안철수현상' 이라는 이상한 현상이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안철수현상'이 왜 일어 났으며 안철수현상이 명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기존의 정치행태에 지쳐버린 국민들이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안철수현상이라는 정치현상은 안철수라는 특정인을 통해서 국민들의 잠재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국민들이 안철수에게서 어떤 명확한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뇌룡정을 다녀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이 시대를 대변하는 남명 조식선생님 같은 속이 후련한 상소문이라도 한 장 써서 온 국민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 변하기를 온 국민들은 소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2012대선을 맞아서 국가의 운명을 담보하며 나라가 변하고 정치가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단적 행동으로 단성소(丹城疏)를 쓰고 있습니다. 안철수현상으로 표출하는 국민감정을 사실은 누구도 장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코 안철수 혼자서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살릴 수 있는 메시아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합해질 때에 대한민국은 변화할 수 있고 정치도 변할 수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도 보편적복지도 정치인들의 구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단코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