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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베르린에서 온 편지를 보고

by 장복산1 2016. 4. 28.

참 가슴아프고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이 편지를 보게 되믄 서독이겄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 딸, 너무 힘드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심이 찌져진다. 오메 이년아 돈 벌라고 밥은 절대 굼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가치 살자. 1966년 12월 동짓날 즈음에 어미가.” 그 때는 그랬습니다. 배가 고파서 밥만 먹여 주면 일당도 없이 하루종일 일만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도 없었고 아르바이트 시급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돈 번다고 점심을 굶으면서도 하루종일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고, 무상급식은 고사하고 도시락도 없어 허기진 배를 수도물로 체우며 공부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불과 50여년 전 8,000명 넘는 사람들이 탄광에서 일하러 독일까지 갔습니다. 1만 명이 넘는 간호사들도 독일로 일 하러 갈 때 우리집 처형 한 분도 해군간호장교를 그만두고 독일로 돈 벌러 간 일이 있습니다.

 

그분이 왔습니다. 빨간구두를 신고 서울에 왔습니다. 이제는 70이 넘은 나이에 빨간 자킷을 입고 연극배우가 되어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관객에게 쏟아내는 고백과 같은 이갸기를 엮은 "베르린에서 온 편지"라는 연극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우리 내외는 서둘러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을 찾았습니다. 마음같아서는 "환영! 박화자 귀국공연 베르린에서 온 편지" 라는 펼침막이라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아르코예술극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이번 파독간호사들의 귀국공연은 하나금융그룹이 연극 단원과 독일인 배우, 파독 간호사 등 27명을 초청했습니다. 기독교 국제구호NGO 함께하는사랑밭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하고 외교부와 롯데호텔, 재외동포재단, 주한독일대사관 등이 공동후원으로 참여해서 공연을 주선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국이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파독 간호사들이 이억만리 타국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며 힘들게 일하며 번 돈이나, 명분없는 전쟁이라고 하던 월남전에 참전한 장병들이 목숨바쳐 벌어들인 돈들을 국내로 송금하면서 결국은 이 외화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숨길 수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배경으로 연극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파독간호사 현자씨의 막내딸이 5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 장면이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아픈 기억들의 상처를 되 살리고 있었습니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로 간 현자씨는 독일인과 결혼합니다. 주인공 현자씨는 처음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공항 직원의 착오로 잃어버린 가방을 50년 만에 돌려받게 됩니다. 가방 안에는 먼 타국으로 떠나는 딸에게 쓴 어머니의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아련한 기억속의 편린(片鱗)들을 하나 하나 퍼즐속에 주어 담으며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서툰 독일어로 현실에 적응해 가는 아픈기억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파독 간호사인 주인공 현자씨는 독인인 의사 뮐러씨를 만나 결혼하고 이름도 현자뮐러로 바뀌게 됩니다. 한 편 이날 공연장 객석에서는 아흔을 넘긴 현자씨의 모친이 아직도 변함없이 현자씨를 열열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내외와 막내를 포함해서 처가쪽 5남매 가족들 19명도 총 출동해서 독일 간호사로 출연한 배우 박화자를 열열히 응원히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반세기라는 기나긴 세월이 흘러간 지금은 과거의 아픈 상처들을 모두 가슴속에 묻어 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파독간호사 연극단 "빨간구두" 화이팅...!!

 

 

 

 

 

 

 

 

 

[관련 뉴스 영상 바로가기] 연합뉴스 --> http://www.youtube.com/watch?v=Wa2r0NpKE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