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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민속촌 가족나들이

by 장복산1 2017. 6. 2.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가족(家族)이라고 합니다.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하지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바쁜세상을 살면서 식구가 같이 밥을 먹기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밥을 같이 먹는 식구는 고사하고 아예 결혼조차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면서 부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집단인 가족이라는 집단이 해체되는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도 협동조합 일을 한다고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내와 떨어저 주말부부로 산지가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큰 딸은 홍콩에서 생활하고 아들 내외는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습니다. 막내가 직장때문에 수원에서 살다보니 우리가족은 다섯 식구가 모두 뿔뿔이 헤어저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전적의미로는 가족이지만 같은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하기가 어려우니 식구라고 하기도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이 아내와 같이 매월 한 번정도는 주말에 서울에서 만나 고궁산책이라도 하고 밥을 같이 먹자며 "주말 고궁산책"이라는 멋진 이름까지 지어서 경복궁을 산책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글에 번호까지 붙였던 일이 있습니다.  

관련글 가기 --> 주말 고궁산책 (1) 경복궁 | 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http://blog.daum.net/iidel/16078810

 

 

 

그러나 아내가 팔을 다치고 발가락이 부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면서 "주말고궁산책" 약속은 그냥 약속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막내 생일에 아내가 수원으로 올라와 오래만에 세명이 모여 같이 밥을 먹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래만에 가족이 만난 김에 용인민속촌 가족나들이를 하자는 제안이 성사되면서 온전하게 하루를 식구가 같은 공간에 머물며 민속촌을 구경하고 삼시세끼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가족이 이렇게 활짝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용인민속촌이 개관하고 얼마 않된 30여년 전 어린 아들 딸들을 대리고 아내와 같이 민속촌 구경을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는 그냥 어린애들을 핑계로 의례적으로 한 가족의 가장이 해야하는 의무로 가족소풍을 왔던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느낌이 다르군요. 막내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맞춘 덕분인지 사진에서도 가족이라는 냄새가 물씬풍기는 행복한 모습의 표정들이 남아있습니다.

 

 

 

 

 

 

 

민속촌에는 볼거리도 많고 행사도 많더군요.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전통혼례로 민속촌에서 어느 청춘남녀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운좋게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공짜로 관람하는 공연들도 모두가 수준급이었습니다. 용인민속촌은 서울과 가깝다보니 수도권의 유능한 연기자들이 민속촌에서 공연을 하면서 관람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3월에 구경한 제주민속촌과 대조가 되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이렇게 가족이 한 공간에 같이 머물면서 즐기고 웃우며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이렇게 색다른 감흥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은 세상을 살기가 그만큼 어렵고 힘들어 졌다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가장이 혼자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해서 벌어다 주는 월급으로 아내는 살림을 살고 자식을 키우는 구조로 식구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 가족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 먹고사는 세상입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가장이 혼자서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이 혼자서 벌어도 한 가족을 부양하며 살던 세상에서는 가장이 가장의 대우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의 귀가를 기다리며 저녁상을 차려 놓고 가족들이 기다리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참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향수에 취해서 괜시리 횡설수설하며 넉두리를 하는군요. 

 

 

그러나 가족이 같이 만나기도 어렵고 식구가 같이 밥을 먹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오래만에 아내하고 막내가 삼시세끼를 같이 먹으면서 민속촌 나들이도 같이하고 저녁에는 소주까지 한 잔 하고보니 가족에 대한 그림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사실은 어쩌면 가족이라는 집단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언제 또 민속촌 가족나들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민속촌 가족나들이는 참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