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죽을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사는 인생

by 장복산1 2019. 11. 16.

요즘은 모두가 바빠서 죽을 시간조차 없이 사는 것 같이 바쁘게 사는 세상 같습니다. 어쩌다 침묵 속에 잠자던 기억속에서 한가롭게 시골 양지바른 골목에 앉아서 졸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를 때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는 모두 이렇게 바쁘게 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바빠서 죽겠다." 는 소리를 연발하며 바쁘게 사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태어난 1940년대와 2000년대의 세상은 천지가 개벽한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바쁘다고 해 봐야 종종 걸음으로 하루 종일 움직이는 행동반경이 그리 넓지가 않았습니다. 잘해야 동구 밖에 있는 밭으로 일을 하러 가거나, 뒷산으로 나무하러 가는 것이 일과의 전부다 보니 크게 바쁘게 살 일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쩌다 장날이라도 되면 10리 밖 읍내 장터까지 가서 친구도 만나고 막걸리도 한 잔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생활영역이 한정되기 마련이지요. 교통도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소통수단도 전보를 치거나 이장 집에 하나 있는 전화가 전부 던 시절에는 모두가 한가롭게 세상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세상이 비행기를 타고 날라 다니고 하루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생활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다 보니 궁금한 것도 많고 해야 할 생각도 많아지겠지요. 어쩔 수없이 이제는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고 초단위로 쪼개서 생활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여유를 부린다는 것은 참 한심한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여유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슬로우 시티가 생기기도 하나 봅니다.



[ 바쁘다. 그거 다 핑계야~ ]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모임에 가입하기 마련이고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다 보면 총무도 하고 회장도 하게 되더군요. 나도 총무도 많이 하고 회장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송사넷(송파사회적경네네트워크)이라는 단체를 조직하는 일에 적극 관여하다 보니 회장을 맡아서 또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언제 어느 모임에서나 같았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일반회원일 때 하고 회장이 되었을 때 하고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핑계는 얼마 던지 생기더군요. KBS TV 개콘에서 감옥에 있는 사람보고 핑계대지 말고 문상가자고 하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어느 모임이건 일반회원일 때는 회의에 별 관심 없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정도였습니다. 어쩌다 회의 일자도 잊어버리기 일 수고 조금만 바쁜 일이 있으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모임에 빠지기 일수 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장이 되고 나면 한 번도 빠지는 일이 없이 회의일자를 기억하고 참석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합니다. 송사넷에 총무 직을 맡은 분이 있습니다.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세상을 사는 분 같습니다. 본인이 직업상 하는 두세 가지 일을 같이 합니다. 아마 1인 3역을 하며 바쁘게 살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 총무는 바쁘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취약계층 및 어르신 돌봄 기금마련을 위한 일일주점행사>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송사넷 멤버이며 사회적경제단체인 솔뫼상생협동조합에서 " 취약계층 및 어르신 돌봄 기금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을 한다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사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단체 카톡방에도 공지했습니다. 그러나 좌석이 술좌석이라 그런지 약속된 시간에 우리 회원들 얼굴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총무하고 회장 둘이서 좌석 잡기가 마땅하지 않아 송파구 바르게살기위원 한 분과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나하고 비슷한 70이 넘은 양반이 술을 참 많이 마시더군요. 


                                                            <송사넷 김순규 총무님>

[ 뭐가 더 중헌디!! ] 

맥주잔이 두어 순배 돌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송사넷 11월 월례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회원들 간에 친목과 단합을 다지는 모임을 진행하자는 안건이 제출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마침 소상공인 협동조합 벤치마킹 쿱투어라는 프로그램이 하루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버스 임차비와 식대가 지원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고 신청했습니다. 이미 11월 계획이 다 짜진 상황이라 어렵다는 것을 좀 무리하게 요구해서 담당자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송사넷 11월 월례회와 쿱투어를 병행하면 될 것 같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행사에 참석할 회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자연히 가능한 많은 회원들이 참석할 수 있는 날자를 선택한다고 총무하고 나는 주중인 28일과 주말인 30일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합석하고 있던 바르게살기위원도 우리의 대회에 적극 가담하며 핸드폰 일정표를 보며 거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28일은 바르게살기가 등산하는 날이라 않 된다고 우리보다 더 큰 소리를 지르며 우리 대화에 개입하자 총무님이 한 소리하더군요. "뭐가 더 중헌디!! 그 바르게살기 등산은 안 가면 돼요" 그렇군요. 바르게살기위원회에서 등산가는 행사는 송사넷 월례회 겸 쿱투어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핑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까지 죽을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사는 세상에서 나름은 세상을 사는 지헤를 터득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내 앞에 다가오는 일에 순서를 정하고 살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뭘까? 그리고 가장 시급한 일은 또 뭘까? 생각하면서 중요한 순서대로 덜 중요한 일에는 핑계를 만들어 드려 대고, 덜 급한 일에는 급한 일을 또 핑계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어려운 일 보다는 쉬운 일에 먼저 집중하고, 여유 있게 어려운 일에 집중해서 해결하며 세상을 사는 요령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번 송사넷 월회 겸 쿱투어에 회원들이 핑계대지 말고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첯번쩨 공감도 누르고 댓글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