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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이춘모가 보는 세상이야기 (3)

by 장복산1 2009. 5. 18.

 <충무동 주민자치센터 황당 사건>


사람은 누구나 항상 모든 일들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이나 판단을 조정하기 위하여 법률도 만들고 규정도 정하며

좀 더 세밀한 서로의 생각이나 영역을 나누기 위하여 잣대도 만들고 저울도 만들어 계량하는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내 떡이 작아보이자 계량기를 만들어 저울질을 하고 자로 길이를 재면서 정확한

수치를 따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이 항상 다른 사람들 보다는 조금이라도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착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신이 내린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나

의견에 동의하고 박수치기를 바라는 것도 어쩔 수없는 본능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내 글을 남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기분좋은 것도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식이라는 보편타당한 통계를 기준으로 어느정도 서로 양보하며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


나는 얼마 전 해외참전 전우회에서 참전 기념탑을 새우고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색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충무동 자치위원회 사무실에 들려 내가 과거에 주월 한국군사령부 보도실에 근무했다는 사실을 증명 해주는

병적증명서가 Fax 민원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얼마를 기다리는데 옆 자리가 시끄럽더니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다.


옆에서 듣기로는 연세가 75세 되신 노신사 한 분이 동 직원에게 노령교통수당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었다.

민원인의 말씀은 65세가 되면 노령교통수당이 지급되는데 본인은 그 사실을 미쳐 몰랐던 모양이다.

민원인이 68세가 되어서야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동사무소에 신청해서 그 후로 노령교통수당을 지급 받았다는

사연인데 문제는 10년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이 떠오른 과거에 지급받지 못하고 지나간 3년 치 노령교통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문제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문제제기와 함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본인이 65세부터 68세가 되기까지 지급받지 못한 3년 치 노령교통수당의 행방에 대한 의문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지금와서 동사무소를 찾아와 담당직원에게 논리정연하게 이의를 재기하며 따지는 것이다.


동사무소직원의 설명은 노령교통수당은 본인이 지급신청을 하는 시기부터 효력을 발생하도록 법률로 규정해서

현 시점에서는 특별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원인은 자신이 신청의무를 소홀히 한 의무사항은 생각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만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다.

모든 법률을 제정할 때는 법률을 정하는 입법취지가 있기 마련이고 법률 집행기관의 재량의 한계도 분명하게

정하기 마련이다.

법률이란 항상 지식수준이나 계층의 차이 또는 빈부의 차이가 있기 마련인 모든 국민에게 공평정대하게 집행하고

적용하여야하기 때문에 집행기관의 재량권을 최소화하여 제정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IPA: /nɔblɛs ɔbliʒ/)라는 말이 머리를 맴돌며 구경하는 제삼자의 입장인

내가 더 갑갑하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

한번정도는 내가 개입할 여지를 찾아보았으나 워낙 완고하게 자신의 논리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민원인의 기세에

나는 그만 물러 서고 말았다.


논쟁은 쟁점을 돌고 돌아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차 상급자까지 가세하여 설명을 시도 해 보지만 언성만

점점 높아진다.

급기야 진해시장이 자신의 후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끝없는 논쟁은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담당직원이 선, 후와 절차를 설명하면서 오른손을 들어 좌우를 가리키자 이제는 어른에게 삿대질까지 한다는

예상 못한 복병이 사건을 확대하면서 담당직원의 이름을 적어 내라는 민원인의 호통소리까지 들린다.

탁상을 치는 소리와 이xx, 저x 하는 욕설까지 뒤섞인 고성이 오가는 황당한 사건을 목격 하면서 나는 그만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인내하거나 자신을 통제할 어떤 방법을 찾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사건에 개입하고 말았다.

"담당자님.~!! 민원인이 요구하시는 데로 이름을 적어서 드리세요. 만약에 담당자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내가 증인을 서 드릴 것이니 걱정하시 마세요."

"내가 제삼자 입장에서 아무리 보아도 민원인께서 너무 심하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내가 지금까지 불평만 일삼던 진해시청 공무원들 중에는 이다지 힘들고 어렵게 인내하면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 하는

공무원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상식 없는 시정에 불만을 품고 <상식이 통하는 시정을 꿈꾸는 진해시민모임>이라는 길고도 이상한 이름의 시민단체를

구성하려는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상식 없는 공무원도 있지만 상식 없는 시민들도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인간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나들며 끝까지 인내하던 담당공무원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나는 요즘 유난히 많은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을 진해시청 게시판에 올리면서 열린정부 홈페이지에 진해시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의 공개도 요청하고 있다.

오늘은 나도 혹시 나 자신이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어떤 포플리즘(Populism) 에 빠진 이성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충무동 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약자를 대변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시민운동도 절차와 상식을 존중하며 자신을 주장하고 자신의 의무를

생각하며 권리를 주장하는 그런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 해 본다.

참교육운동을 주창하며 출범한 전교조나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출발한 민노총같은 단체들이 조직이

비대해지고 권력화 하면서 때법같은 상식없는 폭력시위에 국민들이 외면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우리는 실전같은 학습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충무동 주민자치센터 황당 사건>이 무척 오랜 기간 나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 기억을 더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자신에게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