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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by 장복산1 2009. 9. 11.

 

그 동안 살아 온 흔적들을 돌아보니 세월은 빠르고 세상을 너무 무심하게 살았다는 생각이다.

내가 환갑을 맞았던 2007년에는 그냥 별 생각 없이 홍콩을 들려서 푸켓으로 우리 가족 다섯 명이 가족여행을 떠나서 오래 만에 이국에서 집사람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돌아온 기억이 나지만 그냥 즐거웠다는 기억밖에는 별로 인생이나 가족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불과 2년이 지나 집사람이 환갑을 맞으면서 다시 가족여행을 제의하는 아이들에게 집사람이 어느 날 밤 늦게 홍콩에 근무하는 큰 딸과 자신의 환갑여행을 사양하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잠결에 자신의 환갑여행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타는 차가 오래되었으니 아버지 승용차를 하나 새로 바꾸어 주라고 전화로 제안하는 통화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다.  


사실은 그래서 지난번에 아이들 셋이서 힘을 합해서 선물한 삼성-SM-5승용차를 하나 선물 받아서 잘 타고 있으면서 다시 집사람 환갑이야기는 꺼내기도 뭐하고 해서 없던 걸로 치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큰딸이 제안해서 우리 가족5명이 저녁이라도 같이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왕에 서울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할 것이라면 서울에 있는 큰 이모님 내외를 초대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자니 대전에 있는 둘째 이모도 마음에 걸리는지라 집사람이 우리가 서울 올라가면서 대전 있는 둘째 이모를 모시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큰딸과 나누는 전화소리를 옆에서 들으면서 갑자기 가족과 친척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세상을 살기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무심 하리 만치 가족을 잊어버리고 친척을 잊어버리고 세상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지난주에는 우리가 29년간을 영업하던 회사의 부도가 나면서 문제가 발생하여 일주일이 넘게 서울에 머물러 전국의 전문점 사장들을

모아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운영위원회를 결성하여 활동회비를 거출하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의 문제로 서울에 있었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은 지난 일요일 아침 갑작이 원주에 있는 형님이 생각나며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로 향하고 있었다.

형님은 몇 년 전에 위암수술을 받았으며 얼마 전에는 제천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제껏 병문안도 한번 가지 못하고 그냥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양이다.


철원에 있는 누이에게도 원주를 가겠다는 전화를 한번 하고 30여년 만에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원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 오래 만에 타 보는 기차 여행은 새로운 추억으로 다가 오면서 수십 년 전에 타 보던 3등 열차와 비교되는 무궁화호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원주 역에 도착하여 40여 년 전에 떠났던 원주역전 거리를 돌아서 역전시장이며 아련한 추억속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독병원 앞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남부시장에서 버스를 다시 내렸다.

내 기억 속에는 남부시장 부근에 있던 칠성사진관에서 수년간 조수생활을 하면서 사진기술을 익히던 기억도 있지만 남부시장 거리의

모습도 무척 궁금하다는 생각과 함께 작은 과일상자라도 하나 사서 들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성일아파트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머리가 하얀 늙은 형님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우리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늙었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도 무심하게 세상을 살아 온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가족이란 어릴 때는 형제지간의 정을 나누면서 콩알도 반쪽을 나누어 먹을 정도로 한 몸같이 끈끈한 정을 나누다가 차차 자라며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서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고 아들, 딸들이 태어나면 또 다른 가족이 탄생할 때 가족은 친척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내가 한 가정을 이루고 아들 딸 들을 나아 기르면서 나는 우리 가족들과 너무 멀리 떨어진 진해에 살면서 가족을 일어 버리고

친척을 일어버리고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자신을 지탱하고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오늘 문득 집사람이 환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늦었고 너무 늙도록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30년 가까이 매일 점포를 지키며 장사를 해 오던 아내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에 조바심마저 난다.

집사람 입장에서 친정과 시집 식구들이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일부는 일면식도 없는 사돈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마저 마프게 저려 온다.


그러나 자신의 환갑에 친척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식사라도 함께하자는 나의 제안에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내가 고집을 피웠다.

이제 우리가 얼마를 더 산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내 칠순에 한번 자리를 마련하자는 아내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었다.

내가 칠순이 되기까지는 원주형님이나 서울 큰동서 내외는 80이 넘는 10여년의 세월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냥 아침 일찍 무작정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토요일 저녁에 저녁을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하며 일을 벌려 버리고 말았다.

다행하게 철원 누이도 동의하고 원주형님과 제천 큰누이 아들인 철한이도 동의하면서 둘째 누이에게도 연락하라는 부탁을 했다.


정말 결혼 39 년 만에 양가 가족이 자리를 함께하고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다.

그리고 장미 한 송이라도 전하면서 "사랑 한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은 생각이다.

오늘은 너무 어렵고 힘든 세상을 해치며 살아 온 우리 내외의 아픈 가슴을 우리 스스로 씻어 내리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자동차를 선물하고 오늘 이 자리를 다시 마련 해 준 사랑하는 큰달 희정이, 아들 병민이, 그리고 막내 민정이 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아들 딸 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제일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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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 회갑 기념 가족 모임: 2009년 9월 12일 18:30 ~

                               장소: 서울 강남구 삼성동 78번지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