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을 울타리를 치고 보는 시민의식

우리 내외는 아침마다 여좌천 데크로드를 걸어서 진해 내수면 연구소에 있는 내수면생태공원을 산책한다. 저수지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들도 가꾸고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면서 잔잔한 저수지의 수면은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마음까지 잔잔하게 어루만지는 느낌을 주는 참 좋은 산책길 이다.

 

내수면생태공원 입구에는 얼마 전 아름다운 튜울립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산책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화단주변을 대다무와 비닐 끈으로 칸칸이 둘러친 울타리 모습이 몹시 눈에 거슬린다. 나는 아름다운 꽃을 가리고 있는 울타리가 눈에 거슬린다는 생각으로 내수면생태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경직된 사고를 나무라며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함께 산책을 하던 아내가 꽃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시민의식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민의식도 공원 화단에 울타리를 쳐야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아내는 아직은 시민의식을 신뢰하고 양심을 믿을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논쟁은 계속되었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진해여중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논쟁은 더욱 크게 비화되고 말았다. 길 양편에 있는 커다란 화분에 심어 놓은 튜울립들이 화근이었다. 이상하게 가지런하게 심어진 꽃이 한 두포기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내는 누군가 심어 놓은 꽃을 뽑아간 흔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는 그럴리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언성까지 높아지고 있었다.

 

나는 내수면생태공원 입구에 튜울립 화단에 울타리를 친 사실은 관리자가 시민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시민의식을 무시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진해여중 앞의 대형화분에 심은 튜울립을 어떤 분명한 근거도 없이 시민들이 뽑아 갔다고 단정하는 아내의 생각도 너무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무시하고 의심부터 한다는 생각때문에 그만 언성까지 높아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산책하는 날이 지나면서 화분에 심어 있던 튜울립들도 하나 둘 줄어드는 사실을 목격하면서 나는 마치 아내에게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 같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분명한 물증에 할 말이 없다. 나는 잃어버린 양심에 묻힌 시민의식의 피할 수 없는 물증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면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수면 연구소 입구 생태공원 정문에는 공원을 관리하는 근무자가 한 명 있다. 나는 근무자가 있어도 주변에 예쁜 꽃을 심은 화단에 울타리를 쳐야하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갔다. 그리고 진해여중 앞에 있는 화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고 심었던 튜울립들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화분의 기능조차 잃어버린 꽃 없는 화분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지 그도 나는 무척 궁금하다.

 

잃어버린 양심속에 묻힌 시민의식에 대한 이야기는 튜울립 꽃을 심은 화단과 화분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진해 역에서 진해여중과 진해여고를 가자면 철길 아래로 지나는 지하도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하도에는 항상 쓰레기로 넘쳐난다. 대부분이 음료수 병이나 켄 그리고 우유팩과 과자봉지들이 마구 버려지면서 쓰레기장을 방불하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치울 생각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주로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는 길이니 교육상 문제도 있고 하니 청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몇번 관할 주민자치센터와 구청 청소담당부서에 전화도 해 보았지만 쓰레기를 치우는 것 만큼 어지르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지하도는 항상 넘치는 쓰레기로 지저분하다. 어쩌면 치우는 일보다는 어지르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진해여중이나 진해여고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라도 한 번 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중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를 배려할줄 아는 시민의식을 가르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진해역에서 진해여중과 진해여고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지하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