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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시장님 이제는 억지를 세우지 맙시다.

by 장복산1 2011. 6. 2.

 

남영신의 한국어용법 핸드북에 ‘억지’라는 단어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한 대목이 있다. 억지는 일종의 고집스러운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떼'도 고집의 하나지만 거의 동물적인 고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해서 '억지'는 자기의 생각을 관철하려는 이성적인 고집이 원인이 된다. 그래서 '억지를 부리다'나 '억지를 쓰다'와 함께 '억지를 세우다'라는 관용어가 생겼다. '억지를 세우다'는 무리하게 고집을 끝까지 부린다는 말이다.

 

'억지 춘향이' 라는 말은 억지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일이 억지로 이루어진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억지가 센 지도자를 만나면 부하들이 괴롭다. 꿩을 닭이라고 억지를 부리면 부하들은 할 수없이 꿩을 닭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일이 억지 춘향 격으로 이루어지니 좋은 결과가 나타날 리 없다. 부실 대책, 부실 공사, 부실 관리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슬프지 않은데 남의 눈이 무서워 흘리는 눈물은 억지 눈물이다. 반성하고 싶지 않은데 반성하라고 하면 억지 반성을 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하는 일은 억지로 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자율을 중시한다. 자율을 가로막는 상사의 억지는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악이다. 그렇다면 '억지' 는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힘 센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어른이 자녀들에게 부리고, 세우는 것이겠다. 떼를 쓰는 아랫사람에 억지를 부리는 윗사람이 꾸려 가는 조직은 어떤 조직이 될까? 마침 창원시 의회에서 벌어진 억지논쟁들을 떠 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당사자들 간에 서명까지 다 해놓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뒤흔드는 억지라는 생각이다. 시의원이 자꾸 질문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한다고 해서 기자회견을 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은 봉급은 받아먹고 일은 하지 않겠다. 는 '떼‘를 쓰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주민투표도 거치지 않고 시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의결해서 통합하고 통합청사 결정을 미루는 창원시의회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 틀림없다.

 

어제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지방분권운동 경남본부가 주최한 ‘통합창원시 통합청사 해법과 대안모색’이라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마침 창원시의회 의원 3명이 패널로 참여를 했고 다수의 시의원들도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공직자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억지를 세우는 모습으로 비치는 발언들을 하면서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합 할 때는 주민투표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시의회 의결만으로 속전속결 식 통합을 하고서 통합청사 위치 하나 선정하는데 무려20개월의 용역기간을 요구하는 창원시장의 억지 같은 요구에도 시의회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꽃은 지방의회다. 주민들은 지방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지방자치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위임한 것이다. 지방자치의 예, 결산심의권과 조례제정권을 부여한 것은 지방자치행정의 모든 정책적 의사결정권을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또한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지방자치행정을 집행하는 집행권을 위임한 것이다. 이런저런 정책적 판단이나 막대한 지방제정의 투입이 필요한 사업들을 마구잡이로 시작하고 억지를 세우면서 시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최근 창원지역에서 불거진 정치적이거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통합청사 위치선정문제나, 도시철도사업, 야구장 신축, 로봇 랜드, 해양관광단지개발 등 사사건건 창원시 의회가 중심에 서서 지방의원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길어야 6개월 서두르면 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통합청사위치선정 용역을 20개월이 꼭 필요하다고 고집을 한다면 억지를 세우는 일이다. 시청사 리모델링을 하려면 구, 마산이나 진해시 청사를 1순위로 리모델링 용역을 진행하라는 요구에 이제는 구청 청사가 되어서 곤란하다는 공직자의 답변은 법을 법이라는 글자로만 바라보는 억지라는 생각이다. 어떤 것은 통합추진위원회의 의결을 존중하면서 어떤 것은 행안부 유권해석을 우선하는 모습 역시 시민들의 시각에는 억지 세우기 수단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완수 창원시장님 이제는 더 이상 억지를 세우지 맙시다.

 

사진출처:경남도민일보 /지방분권운동 경남본부가 주최한 통합 창원시 청사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리모델링도 옛 두 시청사 우선 검토"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9861 -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