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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이팝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by 장복산1 2011. 6. 5.

 원래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꽃으로 뒤덮여 이밥, 즉 쌀밥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하고, 여름이 시작될 때인 입하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이라 부르다가 이팝나무로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곳에 따라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활짝피면 풍년이 든다는 얘기도 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지금 진해 내수면연구소 생태공원에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서 이제는 풍년이라도 오려는지 이팝나무 꽃이 한참이다. 저수지 수면위에 내려 앉은 하얀 이팝나무 둥지는 마치 소복한 여인네 처럼 길고 흰 머리를 수면을 향해 숙이고 있다. 저수지 둑길에 파란 잎새를 내밀고 있는 단풍나무들은 가을을 마중하는 성급한 여인네 같이 파릇 파릇한 잎새들을 수줍은 듯 산들바람에 싣고 산책하는 길손들을 반기는 길을 걸을 때면 즐겁고 상쾌한 기분은 어디도 비길 방법이 없다.

 

 

진해 내수면 연구소 생태공원에는 요즘들어 아침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나면서 어떤 날은 시장통 같이 북적대기까지 한다. 각양 각색의 운동복을 입고 각기 다른 폼으로 산책하는 산책객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 다양한 세상의 모습만큼이나 산책하는 모습들도 흥미롭다. 

 

늙어도 건강은 지키며 즐겁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열심히 아침 산책 운동들을 하는 모양이다. 가끔은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힘들게 산책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얼마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해서 걷는 모습마져 힘겨워 보이던 한 선배가 오늘은 등산용 지팡이를 앞 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벌써 아침 산책을 마치고 여좌천 데크로드 길을 내려오다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진해 내수면 연구소 생태공원을 끼고 오르는 여좌천 데크로드길 옆에는 장미꽃도 탐스러울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우리 주변 도심에 이렇게 아침마다 산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도시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과연 앞으로 몇 일이나 더 이 길을 걸으며서 산책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때문에 조갑증이 난다. 

 

이제는 어차피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 도 없고 젊은 청춘을 도리킬 수도 없다는 생각이 미치면 덧 없이 흘러간 세월을 회상하고 즐거웠던 기억들이 새삼스럽게 떠 오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짧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조갑증은 여전하기 마련이다.  

    

 

나이가 60이 넘고 칠십이 가까워 오면 어차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열심히 아침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한다는 사실도 사실은 지나간 자신의 젊음이 이제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을 이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마감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 온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조급한 생각이 아침 마다 열심히 산책하는 길로 그들을 인도하는 것 같은 삶의 표정들이 서로 다르게 산책 길에 스치는 얼굴마다 비취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마 나는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얼굴들 대부분이 나 자신의 연배(年輩)로 보이거나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이런 생각도 하는 모양이다.  아침 산책 길에서는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든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남자들 보다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문득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나는 자신의 일생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 보며 살았는지 생각 해 본다. 그리고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을 자연으로 바라보며 느끼고 숨쉬며 살았는지 스스로를 뒤 돌아 본다.  너무 바쁘게 세상을 살았다는 생각뿐이다.

 

이제는 하루에 단 3분의 짧은 순간이라도 눈을 감고 귀를 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을 살아 보자. 새 소리가 들리고 바람소리가 들리는 아침을 맞자.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 보자.

 

 

오늘 아침 따라 왠지 매일 산책하던 길을 걸어 가는 아내의 뒷 모습이 유난히 힘들어 보인다. 내수면연구소 생태공원 산책길을 온통 뒤 엎은 파란 입새들은 오는 가을이면 어김 없이 또 단풍으로 물들고 시들면서 떨어지리라. 그러고 우리는 또 한 살의 나이를 새면서 별 일이 없었다는 듯 이 길을 산책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병들고 늙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방법도 없고 거역할 능력도 없는 것이 인간의 분명한 한계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야 모두가 열심히 아침 산책을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해 보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도 파란 잎새와 호수를 보며 거니는 아침 산책 길은 매일 상쾌 하기만 하다.  요즘 진해 내수면연구소 생태공원에는 이팝나무가 활짝 피었다.  올 해는 정말 풍년이라도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