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내가 "소금꽃 나무"를 읽고 Posting 을 망서린 이유

by 장복산1 2011. 7. 18.

 

지난 7월 9일 한진重 2차 '희망버스'가 부산영도에 있는 한진 중공업 85호 크레인위에서 6개월 넘게 농성을 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가려고 부산역에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비가 무척 많이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던 날 입니다. 나는 한진重 2차 '희망버스'행사에 참석을 겸해서 내려 오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동영 의원이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100인닷컴과 갱불이 주최하는 블로거 공동 인터뷰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번 부산 민주공원에서 있었던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의 블로거 공동인터뷰에 이어 두번째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번에는 기회가 오면 질문이라도 한 번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둘러 가능한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약속시간인 12시가 지나도 정동영 의원은 도착하지 않았고 세찬 비바람 때문에 지금도 김해공항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는 전갈만 왔습니다. 처음 계획된 일정이 어긋 나면서 인터뷰가 끝나고 함께 하기로 했던 점심약속마저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누군가 점심까지 굶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자장면 주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을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지만 TV를 통해서 익숙한 얼굴 때문인지 아주 편하고 자유스럽게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정동영 의원이 인사겸 모두 발언을 하면서 언급한 금강산관광문제 때문에 내가 너무 서둘러 질문을 한 것이 화근(禍根)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참여정부와 MB정부를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문제도 자연스럽게 언급을 했습니다. 물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햇볓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단절된 갑갑한 남북문제의 해법을 찾아 보자는 의미에서 하던 말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대충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수정권인 MB정부가 아니었다면 금강산 관광문제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는 대목이 나는 마음에 걸렸습니다. 뒤집어 이야기를 하면 지난 2008년 7월 11일에 있었던 관광객 김왕자씨(피격 당시 만 53세) 피격사건이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알 수 없는 의도(意圖)가 포함된 사건이라는 이야기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발언이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그러면 정동영 의원 께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사고가 아니라는 말씀이냐"는 질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는 전문가 집단인 파워블로거들이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나 같은 초등수준의 블로거가 끼어서 생뚱맞은 질문을 너무 일찍 던지고 정동영 의원이 이를 해명하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이 그것은 분명히 불행한 사고였다는 해명을 곁들여 남북문제와 정치적 현안들을 길게 설명하는 중에 내 옆에 있던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어디로 나가더니 '소금꽃 나무'라는 책을 10권 들고 돌아 왔습니다.  

 

김국장님은 단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시간이 무척 길었다는 생각만 했던 모양입니다. "아직도 그 질문만 하고 있습니까? 다른사람들도 질문을 할 수 있게 이제 그만하시지요?" 하며 나에게 짜증섞인 핀잔을 줍니다. 사실 나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사고냐 아니냐는 아주 짧고 간단한 질문을 했을 뿐이데 정동영 의원의 답변이 이유 없이 길어지면서 장황하게 들렸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을 자기 편하게 바라보고 자기 기준으로 제단하면서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지독한 진보적 논리에 매몰되어 상대를 보수 꼴통이라고 물아세우고 있습니다. 또는 지독한 보수적 논리에 메몰되어 종북진보세력이라고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가끔은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가 지배하는 위험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기 마련입니다.

 

독후감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겠다는 조건을 담보로 김국장님이 선물한 "소금꽃 나무"를 읽으면서 나는 미쳐 내가 보지 못하던 세상의 또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글마다 감동적인 표현이 넘쳐나고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가슴속을 비수처럼 파고 들며 가슴은 고동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 뿐인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보다도 더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일께워 주고 있습니다.  

 

 

나는 소금꽃 나무를 쓴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 보다 세상을 더 많이 살았고 같은 시대에 무척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았으며 배고픈 설음과 아픈 기억들을 간직하고 세상을 살아 온 사람입니다. 문득 언젠가 인터넷 뉴스에서 본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걸개그림이나 해고조차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 것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쓴 커피를 머금었을 때 처럼 입안이 씁쓸하다.는 푸념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은 자칫 인간의 나약함을 볼모로 객관적 판단에 오류를 불러 일으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이미 7.4. 노사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조업을 정상화하기로 하는 결의대회까지 해 정상화되었지만 2차 ‘희망버스’를 타고 와서 한진중공업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희망버스’가 아니라 ‘절망버스’라는 어느 인터넷 싸이트에 올라 온 글에도 나는 일정부분 동의하고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상식이라는 판단정도는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독한 보수와 지독한 진보의 편가르기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판단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맹목적이라고 할 정도로 어느 한 편에 매달리며 마치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적대적 감정까지 표출하는 세상의 모습들은 소름끼치는 모습들입니다. 아무리 삼성이라는 제벌이 미워도 나에게 "왜? 겔럭시- S2 스마트폰을 구입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할 마땅한 해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삼성은 우리의 생각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애풀까지 개혁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소금꽃 나무'를 읽으며 느꼈던 지독한 보수와 지독한 진보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자신의 감정을 숨김 없이 글로 한 번 써 보고 싶지만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제3차 희망버스를 아무리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몰아 세우며 최루가스로 물대포를 쏘아도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산으로 모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보 개혁세력이 아무리 조중동을 비난해도 한겨레신문은 조중동 어느 한 신문사도 추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솔직히 시장지상주의라고 하는 신자유주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논리로 대량해고를 자판기에서 커피뽑듯 하는 문제나 국가권력을 넘어서는 삼성공화국에 대한 논리에는 아직 이해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가 월남전에 참전하고 귀국할 때 일제 Sony 나 Sanyo 녹음기를 제일로 알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래도 지금은 아이폰 대신 겔럭시-S2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놀랍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보수꼴통이라는 핀잔을 또 들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북한의 3대 세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북한에서 맹신적 독제정권이 유지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내가 '소금꽃 나무'를 읽고 블로그 Posting 을 망서린 이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