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여행같은 지방의원들 해외연수

       모두가 알고있는 문제

                 나만 모르는 사실
지난 25일 창원 마산역 앞에 있는 아리랑호텔 2층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점과 해결 방안' 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세미나는 박동완 브레인파크 대표가 발제를 하고 창원대학교 행정학과 정재욱 교수의 사회로 진행을 했습니다. 발제자인 박동완 대표는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현황과 개선방안’ 이라는 주제를 아주 실감나게 설명하면서 세밀하고 정교하게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수준 높은 발표를 했습니다.

 

문제점은 알아도 개선하지 못하는 지방의회

나는 박동완 대표의 발표를 들으면서 미처 내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았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야 언론을 통해서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빙자해서 해외관광이나 다녀왔다고 연수일정을 따지고 경비를 따지는 정도의 비판기사를 접하는 것이 의원 해외연수에 관한 유일한 정보일 것입니다.  사실은 나 자신도 매년 관광성 외유를 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줄기차게 연례행사처럼 해외연수를 떠나는 자방의원들의 해외 연수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번 토론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석 했던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의 문제점들을 토론에 참석한 발제자나 지정토론자들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었고 그 개선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이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문제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 되면서 공회전을 하는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한나라당 경남도의원인 김부영 의원이나 민주노동당 석영철 의원은 토론의 주제인 수학여행같이 관행으로 떠나는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를 경험한 이해당사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정토론을 하는 도의원 두 분이 모두 문제점을 알고 있으며 개선방안도 알고 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학여행같이 관행으로 떠나는 의원들의 해외연수

나는 이날 지정토론자로 토론에 참석한 이부영 의원이나 석영철 의원은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문제에 대한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두 의원은 이런 문제를 개혁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간단할 것 같은 문제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나는 이날 토론을 지켜보면서 대체적으로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가 어떤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보다는 학생들의 수학여행같이 관행으로 떠나는 의원들의 해외여행으로 정착 해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해외여행이라는 관행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이고 규격화한 지침이나 규정들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생각입니다.   

지자체 예산운용지침은 매년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경비로 18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책정된 예산이 당년에 집행되지 않을 경우에 그 예산은 불용 예산으로 국고에 귀속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의원들이 언론의 비판이나 시민단체의 줄기찬 비난의 매를 맞으면서도 연례행사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국고로 귀속될 예산을 서둘러 집행하기 위해서 지방의원들이 뚜렷한 목적도 없이 주변의 비난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이유가 될지도 모릅니다.

 

조례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으로 문제점 해결해야

토론 자료집에는 경상남도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정이 있었습니다. 규정 제2조 (적용범위) 이 규정이 적용하는 공무국외여행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외국의 중앙정부차원의 공식행사에 정식으로 초청된 경우 2, 3개국가 이상의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경우 3, 자매결연체결 및 교류행사와 관련하여 출장하는 경우 4, 기타 의회의장(이하‘의장’이라한다)의 명에 의하여 공무로 국외여행 하는 경우 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가 학생들 수학여행 떠나는 것처럼 연례행사가 되고 특별한 계획이나 생각 없이 관행으로 떠나는 문제는 제2조 4항의 기타 의회의장의 명에 의하여 공무로 국외여행 하는 경우를 규정한 ‘기타’ 항목을 규정에서 삭제하거나 바꾸는 문제를 토론회 질의 응답시간에 주문해 보았습니다. 토론회 발제를 한 박동완 대표나 지정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한 결 같이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산을 풀 예산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나 상임위원회별로 해외연수를 떠나기 보다는 어떤 주제별로 공모를 통해서 지방의원과 공무원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방안도 참 좋은 제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사전 기획이나 국내에서 충분한 준비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극 찬성할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토론회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이렇게 이야기들만 무성하고 돌아서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가 버리고 마는 트로이목마(Trojan Horse)같은 사회적 필요악으로 자리 잡은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는 의원들의 자성의 노력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토론회 말미에 모 도의원께서 하신 말씀은 이문제의 심각성을 대변 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의원들의 해외연수 예산은 경남도 전체예산의 0.00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합니다.

예산이 적고 많다는 차원보다는 국민들의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하지 못하고 의원해외연수가 관행으로 의원들의 해외 관광여행으로 변질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인 도의원이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한 가지 더해서 이날 토론회에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모처럼 지역 언론사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준비가 좀 미흡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본래의 취지나 목적에 맞지 않게 예산 낭비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입니다. 토론회 사회자는 외국의 예를 들면서 외국에서는 지정토론자 한 두 명이 토론을 해도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하면서 토론회 참석자 숫자에 의미를 두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토론회 참석자들을 위해서 준비한 음식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돈도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인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기금에서 지원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더욱 큰 아쉬움이 가슴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