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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창동 오동동 이야기

by 장복산1 2011. 9. 9.

 지역신문의 역할(役割)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우리에게도 그리 생소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경남도민일보 김태훈 기자가 쓴 지역 스토리텔링 기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옛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통해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옛날  이야기라는 스토리텔링도 아주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을마다 고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아주 제미 있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창동 오동동이야기를 하자고 합니다. 지난 6일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는 도민일보 부설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가 마산 원도심인 창동 오동동을 함께 이야기할 지역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설명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지역신문사에서 이런 일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고 대단한 모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부설 지역문화학교도 개설해서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역신문이 단순하게 정보전달 기능이나 중앙지를 흉내 내는 수준의 단순한 지역 언론으로 머물기 보다는 지역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주민들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새로운 시도가 나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지금은 전통 재래시장들이 새로운 유통구조의 출현으로 몰락하는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역신문이 지역상권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시작하는 창동 오동동이야기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입니다.


마산의 기억과 추억

내가 처음 마산을 거쳐 진해를 오갈 때는 지금 경남은행 창동지점 근처에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진해는 16인승 마이크로버스가 운행을 했고 마진고개를 넘어 오려면 비포장도로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창동하면 부림시장을 기억하고 오동동하면 아구찜과 통술집을 기억 합니다. 봉암 다리를 건널 때는 다리 옆에 수상가옥 같이 떠 있던 꼬시락집들도 생각이 납니다.


이런 기억과 추억들을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엮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궁금합니다. 나는 최근에 블로그에 글쓰기 기법을 배운다고 블로그 강좌나 블로그 행사에는 거의 빠지는 일 없이 열심입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경험하고 쓰는 글들이 서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른 맛을 내는 맛깔스러운 글들을 쓰는 것을 보면 글 쓰는 제주가 부럽기도 합니다. 서로 맛과 느낌이 다른 글들을 읽을 때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소중한 관광 상품은 지역 스토리텔링

아무리 생각해도 추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충청도에 있는 고향은 충주댐건설로 지금은 수몰되어 흔적도 없습니다. 고향이 수몰되기 전에 한번 어릴 때 살던 기억을 간직하려고 고향을 찾았던 일이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은 마치 내가 난쟁이 나라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마을길이나 뒷동산은 무척 멀고 높았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서낭당이 있었고 서낭당주변을 떠도는 이야기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광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노른자위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우리는 로마의 명물인 스페인 계단을 거닐며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고,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의 유자와 온천을 거닐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떠올립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연가의 이야기를 남이섬의 관광 포인트로 활용하는 등 관광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관광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관광 스토리텔링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에 등장한 장소에서 자신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판타지를 제공함으로써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창동 오동동에서는 또 어떤 영화같은 이야기가 생산될지 기대와 궁금증이 더해갑니다.       

 


오동동의 추억 아구찜과 통술집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가 생산할 창동 오동동이야기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뒤풀이는 오동동 아구찜 골목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사로 보고 지나던 오동동 아구찜 골목이 오늘은 아주 다르게 보입니다. 아구찜집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오동동 통술집 골목에 통술집들이 줄지어 있던 기억은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직원들이 단골로 다닌다는 정원아구찜집에서 중간크기 3접시를 시키고 그도 모자라서 나중에는 대자로 한 접시를 더 시켜서 나누어 먹으며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그런데 오동동 아구찜은 진해에서 내가 먹던 아구찜이 아닙니다. 같은 음식도 지역마다 요리법이 다르고 맛을 즐기는 기준도 다른 모양입니다. 경상도 보신탕과 서울 보신탕은 다릅니다. 맛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릅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들은 서울 조리방법으로 조리한 보신탕을 더 맛있게 먹습니다. 솔직히 그날 나는 모두가 맛있게 먹는 오동동 아구찜의 진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소주만 마시고 돌아 왔습니다.

 

냉면도 평양식과 함흥식이 있습니다. 평양사람들은 평양 냉면을 제일로 치고 함흥사람들은 함흥 냉면을 더 맛있게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입맛도 다르고 생각이나 느낌들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오늘 따라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세계에서 최초로 매운 맛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당도를 측정하는 기계는 단 맛을 일정하게 느끼겠지만 사람이 느끼는 단 맛은 서로 다른 차이를 느낄 것입니다. 각각 다르고 다양한 인간의 느낌과 생각들이 아마도 세상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모양입니다.   

창동 오동동 이야기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 http://www.masan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