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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자연의 무한함을 느낍니다.

by 장복산1 2011. 9. 21.

달팽이와의 전쟁

 

나는 달팽이가 야행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달팽이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달팽이는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연체동물이고 달팽이집을 메고 다닌다는 사실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심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 온 모양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 같은 내용을 내가 알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 무심한 것인지 한심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모두를 다 알고 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 집 옥상에는 두 평 남짓한 회단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도 매년 오월과 유월 두 달간 우리 내외가 먹고도 남는 상추를 키워서 이웃에도 농약을 치지 않은 자연식품이라고 자랑을 하며 나누어 먹을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그 화단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토마토가 한 뿌리 자라고 있습니다. 화단 옆에 놓아  두었던 화분에는 참외도 하나 싹이 나더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떻게 건물 옥상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한 일이 없는 식물들이 자라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토마토를 키워서 따 먹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 참외가 여기에 싹이 나고 자라는지 알지 못합니다.

 

                    참외도 달리기는 했지만 따서 먹을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주변이 시멘트로 봉쇄된 옥상에도 홁이 생명을 모아

 

한 2~3년 전에는 옥상화단에 호박도 심어보고 오이도 심어 보았지만 잎이 모두 흰색으로 변하더니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두해정도를 똑같이 실패하고는 아예 다른 농사는 포기하고 상추 농사만 지어서 5~6월에는 풍족하게 상추쌈을 먹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갑자기 토마토가 자라고 참외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 매일 드려다 보고 관찰하는 재미를 제법 느끼고 있습니다.


추석 전에 노는 땅이 아까워서 아내와 배추를 한 번 심어 보자고 의논을 했습니다. 오후 한 나절을 허비하며 배추 58포기를 심어 놓고 올 김장은 걱정이 없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실은 모종을 파는 가개에서 20cm간격으로 심으라는 것을 무시하고 모종을 너무 많이 사 와서 아주 촘촘하게 심었습니다.

 

                              배추 모종을 너무 촘촘하게 심었습니다.


그런제 추석이 지나고 옥상에 올라가서 화단에 배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것은 벌레가 다 파먹고 줄기만 앙상합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배추벌레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파란 배추벌레를 무척 징그럽게 생각하며 나무 집개로 잡아 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배추벌레는 보이지 않습니다. 종묘사에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달팽이가 갉아 먹은 것 같으니 달팽이 약을 사가라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달팽이는 없었습니다. 달팽이가 야행성이라며 새벽에 잘 살펴보라고 합니다.

 

                         줄기만 앙상하게 남고 모두 파먹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다음날 새벽에 범인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달팽이가 맞습니다.

 

결국은 다음날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서 범인을 잡았습니다. 나는 달팽이가 야행성이라는 사실도 몰랐고 낮에는 어디 숨어 있다 나오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범인을 확인한 이상 '달팽이 싹'이라는 약을 구입해서 화단 여기저기 흩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집 옥상 화단에 이렇게 많은 달팽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달팽이 모양도 다르고 너무 많은 달팽이가 죽어 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 느껴

 

도대체 이 달팽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의 이치가 경이롭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 옥상에 달팽이가 옮아 올 여건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올라가거나 여러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장소도 아닙니다. 그리고 도시의 복판에 완전히 시멘트들로 고립된 두 평 남짓한 화단에 어떻게 달팽이가 생기고 어떻게 씨도 뿌리지 않은 토마토가 자라고 참외가 자라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달팽이도 내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달팽이가 아닙니다. 흙이 모든 생명체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어림짐작으로 달팽이를 50마리는 넘게 잡았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 많은 달팽이들이 어디에 숨었다 나와서 배추를 갉아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안심입니다. 남은 배추들은 잘 자라도록 매일 열심히 물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는 배추와 참외, 토마토를 지켜 본다고 옥상에 올라갑니다. 매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흙은 어떻게 참외를 키우고 토마토를 키우고 배추를 키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흙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배추 한 포기를 키우지 못합니다. 자연의 무한한 힘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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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찾은 달팽이에 대한 흥미 있는 이야기 입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온화한 기후로 유명한 미국 마이애미 주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사람 손 크기의 자이언트 아프리칸 스네일이 마이애미 남서부 주택가에 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들어오는 무역선을 타고 미국에 처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달팽이는 현재 집집마다 침투해 회반죽과 벽토 등 주택의 주요 부위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플로리다 농업당국 관계자들이 한 주택에서 1000마리가 넘는 달팽이를 발견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길이 25cm까지 자라는 이 거대 달팽이는 다른 어떤 달팽이보다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알려졌다. 적어도 500가지 식물을 먹어치우고 일 년에 1200개가 넘는 알을 낳는 이 달팽이는 수막염을 유발하는 기생충을 갖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