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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함양으로 배추농사 지으러 갈래요?

by 장복산1 2011. 10. 17.

함양에서 만난 농부 

함양 장터에는 장날만 파는 국밥이 있다고 합니다. 하도 맛이 있다고 자랑을 하는 바람에 이끌려서 간 국밥집 깊숙한 안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함양 막걸리를 곁드려서 나온 국밥은 국물도 진하고 냄새도 나지 않고 고기도 듬북 넣었습니다. 자랑을 할만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맛있게 국밥 한 그릇을 모두 비웠습니다. 별도로 청한 순대 한 접시와 함양 막걸리를 한 잔 하고 나니 세상모두가 내 아래로 보입니다.

 

이번에 함양군수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학송 후보와 100인 닷컴에서 블로거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함양에 같던 길입니다. 마침 파비님과 잘 알고 지내는 분이 함양에서 배추농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듣기로는 올해 배추를 몇천 포기 키운 모양인데 100인 닷컴에 배너광고를 부탁한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광고를 부탁하는 처지라 그런지 파비님과 친분이 있는 선생께서 국밥과 막걸리 값을 계산해 버렸습니다.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으면서 함양 백전에서 배추농사를 같이 한다는 개농이네 농장 허동선 선생도 만났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합석을 해서 국밥을 먹고 함양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서형 귀농 제창자라고 소개하는 허선생은 함양이 고향이고 지금은 서울 살면서 함양와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고 합니다. 함양 백전 배추가 그렇게 맛이 있고 유명한 배추라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정서형 귀농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 보는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배추농사 이야기가 이어지고 우리 일행은 계획에 없던 백전 배추밭 탐방을 하기로 즉석 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양에 온 목적과 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주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는 함양사는 농부를 만나서 배추밭 탐방을 한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함양 군청에서 얼마 걸어 가지 않은 함양장터 국밥짐에서 즉석 만남이 이루어졌고 배추밭 탐방도 성사가 된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허동선 선생은 서울 살면서 고향인 함양에 와서 배추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한 5~6년은 되는 모양입니다. 자신이 '개농이네 농장'이라는 다음 카페도 운영을 하면서 배추농사를 지어 김장용 절임 배추로 온라인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배추농사로 1년에 1억정도의 매출을 올린디고 하니 대단 하다는 생각입니다. 개농이네 농장이 성공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이웃에서 배추농사를 시작하는 농부들이 하나 둘 느는 모양입니다. 오늘 정서형 귀농 제창자인 허동선 선생을 소개한 분도 올해 배추농사를 처음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파비님과 친분을 이용해서 100인 닷컴에 온라인 광고를 좀 부탁하자는 취지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망서림 없이 백전 배추밭 탐방을 하기로 하고 배추밭으로 올라갔습니다. 함양 장터에서 차를 타고 한 20여분은 올라 가서 남원으로 넘어가는 고개 아래편 골짜기에 배추밭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속이 차지 않는 상태지만 정말 싱그러운 배추들이 보기만 해도 맛이 있어 보입니다. 우리 일행은 배추밭에서 '정서형 귀농'에 대한 개념을 설명들었습니다. 허선생 이야기로는 도시생횔을 완전히 포기하고 귀농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생활을 하면서 농사철에는 귀농해서 농사일을 하고 도시생활도 같이하는 자유로운 귀농형을 정서형 귀농이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

 

사실 농촌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향수만 가지고 귀농을 했다가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농촌에서도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귀농에 실패한 사레들도 이야기를 합니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 했습니다. 사실은 나도 이제 나이도 들고 해서 어디 농촌이나 산속으로 들어 가서 터밭이나 가꾸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도 옥상에 있는 두평 남짓한 화단에 배추모종을 30여 포기 심었습니다. 매년 3, 4월이 되면 상추씨를 뿌려서 상추는 우리 내외가 넉넉하개 막고도 남아서 이웃에도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배추도 한 번 심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서 지난 추석 일주일 전에 모종을 했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지내고 옥상에 올라 가 보니 무슨 벌레인지는 몰라도 배추잎을 모조리 갈가먹었습니다. 종묘사에서 하는 충고는 달팽이가 한 짓일 것이라며 달팽이 유인제를 사다가 듬성듬성 놓아 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옥상에 달팽이가 접근하기도 어렵거니와 달팽이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달팽이는 야행성이라 아침일찍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다음날 새벽에 보니 정말 달팽이가 한 짓이 맞습니다.  달팽이 유인제로 달팽이를 처리하고는 아무 탈 없이 우리집 옥상에 배추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한 달만에 이렇게 크다니 놀랍습니다.

 

우리집 옥상 배추를 생각하며 함양 백전배추를 보니 정말 더 놀랍습니다. 포기가 크기도 하지만 너무 싱싱하고 탐스러울 정도입니다. 허선생은 백전배추는 90일 배추라고 하면서 배추 한 포기를 뽑아서 잘라 보이며 설명을 합니다. 보통은 60일 배추인데 함양 백전배추는 90일 배추로 반을 가르면 뿌리와 밑둥부분에 동그란 표시가 난다고 합니다. 정말 이상하게 뿌리와 배추가 만나는 지점에 둥그런 모양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배추 속을 뜯어 먹고 사진을 찍으며 야단이 났습니다. 개농이네 농장 허동선 선생이 아주 진지하게 설명을 하면서 배추농사를 한 번 지어보라고 권합니다. 모두가 귀가 솔깃한 모양입니다. 허선생 이야기로는 일년에 90일 농사를 지으며 요즘은 기계로 골도 다 만들어 주고 모종은 동네 할머니들 품을 사면된다고 합니다. 한 두번 풀매기도 사람을 사서 하면 된다고 하니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1천평정도 배추농사에 700여만 원만 투자를 하면 7천여만원의 매출이 오른다고 하니 로또복권 수준입니다.

 

 

 

 

                                   (정서형 귀농 제창자 '귀농이네 농장' 허동선 선생입니다.)

모두가 흥분해서 내년부터 당장 배추농사를 지어보자는 중론이 돌았습니다. 내년에 농사를 지으려면 늦어도 올 12월 까지는 이야기를 해야 밭도 빌리고 준비를 한다고 하는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진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귀가 솔깃하게 된 이유는 바로 허동선 선생의 정서형 귀농 이야기도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습니다. 도시생활도 즐기면서 농사철에만 귀농해서 배추농사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구미가 당깁니다.  땅도 빌리고 품도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일들을 모두 허선생이 도와주겠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어쩌면 아주 손 쉽게 배추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 허선생이 영농조합 이야기도 하고 페교를 빌려서 김치대학도 만들어 볼 생각이라니 더욱 진지하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는 파비님과 내가 참여하고 달그리메님도 합세를 하는 조건으로 우선 세명이 2백만원씩 투자해서 공동으로 한 해 배추농사를 지어 보자는 이야기까지 진척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적극적이고 의욕적이었습니다. 파비님도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마음이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파비님과 달그리메님이 마음이 변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을 물색해서라도 배추농하를 한번 지어 보고 싶은 의욕이 아직도 있습니다. 우리집 옥상에 심은 배추가 가만히 두어도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신기합니다. 요즘은 하루에 두번은 옥상을 오르 내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흙의 기운을 받으며 배추가 자라는 모습들이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년에 함양으로 배추농사 지으러 갈분 어디 없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