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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나는 합리적 보수입니다.

by 장복산1 2011. 12. 8.

사실 나는 60년을 넘게 세상을 살았지만 보수가 무엇인지 진보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다만 똑 같은 사안을 가지고 마치 극과 극을 달리듯 서로가 너무 다르게 극단적 제단을 하고 싸우는 모습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은 좁은 지역사회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자기편이 아니면 적이되는 기형적인 사회적 병페에 실망을 넘어 체념을 하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누구나 어떤 일이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여와 야의 조화가 사회를 개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화를 찾아볼 여유는 없고 오직 극과 극을 달리며 싸우는 일로 날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 가치나 판단을 기준으로 여와 야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보편적 상식으로 세상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꼴통 보수와 꼴통 진보로 양분하는 2분법적 논리만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상대편 이야기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세상이 너무 안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세상에는 과연 합리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가 존재하고, 그런 세력이 발을 붙일 공간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꼴통 보수나 꼴통진보가 아니면 줏대 없는 회색분자가 되는 중간지대가 존재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나는 60년을 넘게 살아 온 보수적 기질 때문인지 시민운동을 시작하고 진보적 사회개혁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도 진보적 사회운동가들과 대화를 하고 소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보수적 성향의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기도 힘들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버이 연합과 희망버스로 갈리는 세상에서 좋게 표현해서 합리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내가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긴 세월 세상을 무관심하게 살아 온 탓 일지 모릅니다. 가끔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생각이 외롭게 허공을 맴돌 때는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혼동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이런 나에게 경남도민일보 고동우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가장 객관적 시각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제법 긴 시간을 인터뷰에 응했던 일이 있습니다. 오늘 그 기사가 실렸군요. 조금은 나를 과대포장한 흔적이 있지만 내가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 해서 블로그에 간직하려고 합니다. 아마 한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내가 다시 이 기사를 읽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나 감정을 가지고 이 글을 대할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나 자신에게 "나는 합리적 보수"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