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진해사람들이 길 위에서 촛불 든 사연

by 장복산1 2011. 12. 15.

지난 12월 14일 저녁 어둠이 내리는 진해 (구)육대앞 삼거리 주변에 하나 둘 진해사람들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진해서는 여간해서 보기 드문 촛불문화제를 한다고 합니다. 나도 60년 이상 세상을 살았지만 TV화면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으로 보던 촛불집회를 오늘 처음으로 참석하고 경험하는 터라 왠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나는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상식이 통하는 시정을 꿈꾸는 진해시민모임"이라는 길고도 이상한 이름의 시민단체를 결성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온라인 카페를 개설할때 정했던 원칙도 있습니다. 절대 거리에서 자기주장을 하는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던 원칙입니다. 그러나 오늘 그 원칙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세상을 살아 온 방법은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자가 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과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머리에 띠를 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길 거리에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순간 공직사회의 관습만을 주장하며 어떤 원칙도 없고 상식마저 없는 못된 고질병에 걸린 공직사회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원칙도 없고 상식마저 없는 국가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며 국민을 무시하는 폭력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나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또 다른모습의 원칙 없는 세상을 보고 상식 없는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절대 머리에 띠를 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기 기준을 마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또 다른 상식 없는 분노로 해결하거나 거리에서 나의 주장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스스로 정했던 그 기준이 허물어지는 밤 입니다.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 밤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분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진해시민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진해시가 사라지고 진해시청이 없어진데 대한 진해사람들의 분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진해시는 지난 1955년 진해읍에서 진해시로 승격된지 55년만인 지난해 6월 30일 마지막으로 '진해시기' 가 하강식을 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진해, 마산, 창원이 통합만 하면 국가에서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고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하던 정치하는 사람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진해는 창원으로 흡수통합되면서 진해시는 사라지고 진해시청이 없어졌습니다. 통합의 효과는 집값만 오르고 쓰레기봉투에 상하수도 요금만 올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진해사람들이 알게되었습니다.

 

진해가 두 동강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떠난지 3년이 넘은 (구)육군대학 터는 아직도 선거철만되면 합의각서나 교환하는 정치쇼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줄기찬 주민투표 요구를 무시하고 국가권력이 개입해서 강제통합을 한 결과에 대한 진해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책임질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선거철이 다가 오자 도시발전 토론회를 개최하고 합의각서를 교환하는 상투적인 정치쇼가 연출되는 모습에 진해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진해시를 되 찾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하는 진해사람들이 길 위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주민들의 줄기찬 주민투표요구도 거절하고 불법부당한 방법인 시의회 의결로 지자체를 통합하고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창원시의회는 의원의 과반수를 넘는 의원 29명이 서명한 진해시 분리 주민투표요구안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못하는지 진해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진해는 그냥 진해로 남아있고 싶다는 진해사람들의 생각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명분도 주민들의 의사를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진해사람들이 어둠이 내린 추운 길거리에서 촛불을 든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