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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번호표 뽑아들고 기다려서 먹어본 수원갈비

by 장복산1 2011. 12. 17.

일반적으로 고기 1인분이라고 하는 말은 한 사람이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을 말할 것 입니다. 그러나 식당에서 파는 고기 1인분이라는 기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식당주인이 정하는 것이 기준이고 주인이 주는 것이 1인분이라고 하더군요.

 

삼겹살 1인분도 300g, 200, 180, 150g으로 식당마다 1인분의 기준은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한 가족 네명 정도가 먹으려면 여유있게 5인분이나 6인분을 시키기 마련입니다. 갈비도 갈비 두 대를 1인분으로 하더니 최근에는 갈비 1대를 1인분이라고 하는 식당도 있다고합니다.   

 

지난 주에는 아들이 사는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쳐  선발된 직원을 세계 각 국에 1년씩 조건 없는 해외체험 연수를 보넨다고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해외 체험을 통해서 국제감각을 높이고 결국은 국제 마케팅사업에 기여하게 하기 위해서 사원들의 능력향상을 위한 해외연수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점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정으로 글로벌화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는 이런 제도가 한 편으로는 회사 자본을 투자해서 인제를 육성하는 사회공헌사업 같은 생각도 들면서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이 해외체험연수에 합격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은 아프리카를 지원했고, 출국하기 전에 연수원에 입소를 한다고 합니다. 나는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제안해서 우리 내외가 수원으로 올라 갔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점심식사를 하려고 찾아 간 본수원갈비집에서 생전처음으로 대기자 번호표를 뽑아 들고 기다리다 갈비를 먹고 식당에 설치한 대기자 번호표발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수원갈비를 처음 만난 것은 15~6년 전에 삼성컴퓨터 대리점을 할 때 삼성전자 초청으로 수원 삼성전자를 견학하고 수원갈비를 먹어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일반 가정집 같은 식당에서 갈비 한 대가 무척 크고 맛이 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4년 전에 큰딸이 홍콩에있는 미국계회사에 취업해서 출국하기 전에 아들이 근무하는 수원에 가족들이 모여서 본수원갈비집에 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아들이 아프리카로 출국하기 전에 다시 본수원갈비집을 찾았군요. 그런데 갈때 마다 식당은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이번에는 번호표를 뽑아 들고 한참을 기다려서 식당문을 들어 설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TV화면을 통해서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기행 프로그램에서 보는 식당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직접 경험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대기자 번호표 기계까지 설치하고 대기자들을 위해서 대기실까지 운영하는 식당의 모습이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지금 전국의 자영업자들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서 가게문을 닫는 집들이 늘어 가면서 모든 자영업자들이 고사직전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번호표를 받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식당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궁금 합니다. 이 식당이 이렇게 진화하기까지는 분명히 이 식당만의 특별함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갈비가 특별히 맛이 있다던지 분위기의 특별함이 있던지 아니면 가격이 특별하게 싸던지 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긍금증이 호기심으로 발동하고 있습니다.

 

 

메뉴판에 표시된 가격은 생갈비 1인분(450g)에 35,000원, 양념갈비가 32,000원이었습니다. 결코 가격이 싼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식구가 네명인데 아들은 3인분만 주문을 합니다. 원래 고기를 좋아 하는 나는 내심 고기 양이 모자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수원갈비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배가 부르다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식사는 냉면 한 그릇과 된장 한 그릇만 시키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보통 일반식당이라면 당연히 갈비는 6인분에 냉면 두 그릇과 된장 두 그릇을 시켜 먹어야 배가 부르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마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식당은 네명이 갈비 3인분을 시키고 밥도 반만 시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루를 사는데 필요한 영양으로 섭취해야 하는 열량은 여자가 2400칼로리고 남자는 2700칼로리 정도라고 합니다.

 

우선 본수원갈비집은 예민한 인간 세포가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양을 1인분으로 하는 기준에 충실한 식당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산 소고기라는 사실을 메뉴판에 크게 솔직히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식당 내에 질서가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써빙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결국은 본수원 갈비집은 특별함은 없었습니다. 다만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당연하게 해야 할 일에 충실하고 양심을 지키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수원갈비는 1940년대 수원문 밖에 있는 시장인(지금 영동시장) 싸전거리에서 화춘제과를 경영하던 이귀성씨가 해방이 되면서 영동에 27평짜리 2층 목조건물을 사서는 화춘옥이란 간판을 걸고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당시 40여세 였던 이씨는 이곳이 시장 안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다는데 착안, 음식장사의 경험도 없이 우선 해장국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춘옥 해장국은 다른 집과는 달리 소갈비를 푸짐하게 넣어 주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고 도처에서 손님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러나 비싼 갈비를 넣어주다보니 해장국의 질은 좋았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이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갈비에다 양념을 넣고 무쳐서 재어 놓은 다음 맛있는 갈비의 맛을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양념갈비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숯불에 구운 이 갈비는 맛이 일품이어서 단연 인기품목으로 떠올랐고, 화춘옥 갈비는 갈비대가 크고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화춘옥은 공무원이었던 아들 이영근씨가 나와서 경영을 맡은후 언론에 소개가 되는 등 본격적인 소문이 퍼지고 전성기를 맞었는데 고 박정희 대통령이 다녀 가고 정부 고위층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1995년부터 장안공원에서는 수원갈비축제가 매년 개최되면서 지역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자료를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내가 느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작고 큰 식당이건 다른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사업을 다시 한 번 뒤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장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우선하는 조건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통의 몫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같은 이치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점포를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내 사업장으로 고객들이 찾아 오고 모이도록 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대게는 제품을 판매하는 업종도 고객이 찾는 제품을 구색으로 맞추어가며 판매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내가 판매하는 제품을 고객이 찾아 오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문점이라고도 하고 체인스토아라고도 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등장합니다. 담배를 사려면 담배가게를 찾아야 하는 이치입니다. 

 

삼겹살 1인분이 300g에서 200, 180, 150g이 되기까지 몫 좋은 점포의 바싼 점포세를 문제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는 무한 경쟁이라는 가격경쟁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은 갈비 한 대의 길이가 줄어들고 갈비살을 접착제로 붙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는 몫 좋은 점포도 무한경쟁을 하는 값싼 가격도 결국은 사람을 속이며 크게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오늘 보았습니다.    

 

그래도 갈비 한 대의 길이를 15cm 이상 줄이지 않았고 갈비살을 푸짐하게 남겨서 갈비 1인분이 의미하는 진정한 1인분의 의미를 지키며 올바른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본수원갈비집에 대기실이 있고 대기자 본호표를 발행하는 기계까지 설치한 이유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