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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창원시장님이 화가 난 치사한 사연

by 장복산1 2012. 2. 1.

내가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때는 설마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마 공무원이 자기 블로그에 시정을 비판하는 글을 좀 썼다고 해서 그것을 빌미로 징벌적 교육명령을 한다는 이야기를 믿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월요일 아침 일찍 차를 몰아 창원시청으로 갔습니다.

 

평소 경상도 블로그공동체라는 블로거들 모임에서 임마(林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창원시청 공무원인 임종만(6급)님이 창원시청 앞에서 출근시간에 1인 시위를 한다고 합니다. 그가 시위를 하는 이유가 나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좀 믿기조차 어려운 희귀한 일입니다.  좀 이상하기도 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이유라 더욱 관심이 갑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창원시청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래도 설머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지방자치 20년을 넘기면서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믿음의 끈을 아직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부터는 시민운동까지 한다고 여기저기 사회개혁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웃 거리다 생각이 나면 남들을 비판하는 글도 쓰고 하면서 블로거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이 쉬워서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말은 얼렁뚱땅하고 넘어 가는 경우도 있고 자기에게 좀 불리하면 시침을 뚝 때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기는 글이란 그렇게 쉽게 시침때기도 힘들고 옴싹달싹 하기가 어려워서 여간한 용기가 없으면 함부로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창원시청 정문에 피켓을 들고 홀로 서서 1인시위를 하는 임종만님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를 취재하는 몇몇 블로거들에게 들어 본 사연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박완수 창원시장의 경직된 사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 생각이 떠 오릅니다.

 

도대체 "시정역량강화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창원시에서 창안한 [자기변화과정]입교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공직자로써 자아성찰을 통한 국가관, 윤리의식, 공직가치확립. 공직자로써 의사소통 능력향상, 변화주는 능력배양 및 미래비전 확립. 뭐 이런 것을 이유로 경남국학원이라는 민간단체에 위탁해서 8주간 교육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마 과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번 시도 하다가 실페했다는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 박완수 창원시장의 능력이나 용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좀 치사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이유는 임종만님을 [시정 역량강화 교육]대상자로 선정을 했다는 이유가 웃기는 코미디 같습니다. "조직내부 의사결정에 대하여 대외적 불만표출 및 업무시간 개인블로그 운영 등" 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가 어릴 때 시골에는 야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까막눈이라고 합니다. 눈을 뜨고 보기는 하지만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는 정도 밖에 글을 읽지도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까막눈이고 갑갑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밤에 까막눈들을 모아 놓고 "가갸거겨" 하면서 한글을 가르치던 것을 야학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온라인 인터넷 세상에는 이런 신종 까막눈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트위터니 페이스북을 한다고 선거철이 되니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고 다니면서 폼만 잡는 정치인들도 꼴볼견입니다. 그런데 창원시역량강화교육대상자선정위원회라는 길고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위원회 사람들도 까막눈들만 모여서 자기들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임종만님에게 뒤집어 씌운 "업무시간 개인블로그 운영"이라는 어이 없는 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거나 블로그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엉터리 판정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블로그에 글이 업로드된 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시간에 블로그를 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왠만한 블로거들은 당장 알 수 있는 까막눈들의 실수일 것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블로그 예약기능이나 임시저장 기능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임종만이라는 한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려고 이 내용을 포스팅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연 창원시장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업자에게 위탁해서 운영하려고 하는 공무원들의 징벌적 교육시스템인 창원시 공무원들의 [자기변화과정 역량강화 교육]이라는 것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 구금, 수색, 심문, 처벌강제노역을 받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공무원을 징계하더라도 당연히 법률에 의하거나 조례나 내부규정에 의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본인의 소명을 받고 징계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적법한 절차입니다. 창원시는 자기변화과정 교육이라고 하지만 구정이 지나자 마자 서둘서 출석통지를 보내고 소명하는 서면진술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는 미운털 뽑아내기의 징벌적 교육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1인시위를 하는 임종만님이 주장하는 자신이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의 내용들의 제목만 보아도 징벌적 교육이 분명합니다. "시의원님께 싹싹 빌어야 하나?"  "창원시의 졸속 조직개편안을 접하며...이런 글들은 제목만 보아도 시의원을 비판하거나 창원시 행정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시의원이나 창원시장은 정말 치사한 정치인 들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임종만님의 비판이 올바른 비판인지 아닌지 하는 문제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방자치의 기본은 지역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결정하고 통치하는 것입니다. 시장이고 시이원은 자치실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거나 방법일 뿐 입니다. 지역의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 신분이 공무원이라고 해서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면 개인의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홀로 서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종만님을 남겨 두고 진해로 돌아 오는 길이 유난히 춥다고 느껴집니다. 돌아 오는 길목에 교육청 앞에도 농성천막이 보입니다. 경남도청 정문에도 농성천막이 하나 보입니다. 사연은 잘 모르겠지만 추운 날씨에 천막을 치고 도청, 교육청 앞에서 그리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농성을 한다는 자체는 사회적 소통이 막혀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창원시청 공무원노조도 창원시청 정문에 농성천막을 또 하나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특정한 공무원 한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최근 아주 위험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는 "왕따" 문제를 공무원사회에 양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 입니다. 나는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시정경연"이라는 제도의 이름을 바꾸라는 제언을 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자칫 박완수 창원시장이 제왕적 사고로 공직사회를 지배하고 시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는 기분나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너무 지나치고 급하게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며 욕심을 내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공직사회가 국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도청, 교육청, 시청 앞에서 시위와 농성이 끝나지 않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절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