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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말도많고 탈도많은 <부러진 화살>

by 장복산1 2012. 1. 30.

구정 다음 날 일이었습니다. 지역에서 그래도 내가 가장 편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는 지난 구정에 영화 <부러진화살>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 내가 창원에서 있었던 <부러진화살>시사회에 초대를 받고 깜박하고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토로하던 기억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부러진화살>의 주인공인 김교수 케릭터가 평소 자신이 나를 만나면서 느끼던 나의 케릭터와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꼭 그 영화를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같이 창원을 가자고 압력을 가합니다. 자기는  이미 보았는데 무었을 또 같이 가자고 하느냐. 나중에 내가 알아서 영화를 보겠다고 해도 막무가네로 당장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것입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입니다.

 

나는 구정에 서울로 해서 원주까지 다녀 온다고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후배의 강압적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연행되다시피 해서 창원까지 넘어가 <부러진 화살>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은 영화가 퍽 제미있게 만들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사실은 영화를 보기 전에도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지난 여름 동읍 단감투어에서 이 영화의 원작자인 서형작가와 1박 2일을 동행하면서 주어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난번 경남도민일보와 갱불이 공동으로 진행한 '창원 을' 진보후보들의 집단인터뷰에서 이 영화에서 양아치 변호사로 묘사된 박훈변호사를 인터뷰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영화를 보지 않아도 나는 이미 이 영화와 무척 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내 느낌이 궁금하던지 후배는 호들갑을 떨며 내 생각을 물어 보지만 왠지 나는 선듯 동의하고 맛장구칠 만큼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대 오늘 경남도민일보에 또 이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글이 두편이나 실려 있군요. 김주완편집국장이 쓴 "<부러진 화살>사실과 허구사이"라는 글과 달그리메님이 쓴 "<부러진 화살>저작권문제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는 글입니다. 부러진 화살이 제2의 도가니니 뭐니 하면서 관객 200만 돌파를 예견하며 호들갑을 떨던 사람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다룬 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그간 뭔가 개운하지 않았던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김 전 교수의 재임용 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원래 김 전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됐었다"고 밝혀, 법원이 김 전 교수에게 적대적이 아니었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심판 합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이 있지만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내용을 공개한다"고 전제하고 "처음 재판부의 합의결과는 김 교수 승소였다. 다만 김 교수의 청구취지가 '1996년 3월 1일자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라는 것이어서 상고가 됐을 경우 학교 측에서 '공휴일인 3월 1일에는 (결정 등)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아 김 전 교수를 위해 추가 심리를 했는데 결국 결론이 뒤집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김 교수와 같은) 악성 당사자고 악성 민원인이라서 신청이나 행위를 무시한 적이 없는지,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왜 이런 행위를 하는지, 사람들이 왜 그 영화에 열광하는지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고 사법부에 자성도 주문했다. 박 원장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판결에는) 떳떳하다"고 하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영화 내용이 '팩트(사실)' 냐 '픽션(허구)'이냐 하는 문제를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다규멘터리 형식이지만 극영화입니다. 그러나 매번 공판일자를 자막으로 보여주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착각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럽던 내 생각을 오늘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이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실제 재판 과정을 일일이 취재하고 기록해 <부러진 화살>(2009, 후마니타스)이라는 책을 낸 작가 서형에 따르면 김 교수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며 성격도 좋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은 김 교수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 불편한 성격을 갖고 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멍청이' '쓰레기' '개소리' '개판'이란 말을 서슴지 않는다. 나 역시 이 책을 쓰면서 김 교수로부터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솔직히 인간적으로는 좋은 감정을 갖기 힘들었다."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그리메님이 <부러진 화살>의 저작권문제로 창원에서 시사회를 할 때 이 영화의 정지영 감독과 실랑이를 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하게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진해에도 <부러진 화살>의 김교수 같이 판사의 판결도 믿지 못하고 검사도 믿지 못하고 국세청장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그러나 하필이면 나를 김교수와 같은 케릭터로 착각하는 것 같은 그 후배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교수의 진짜 케릭터를 그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실제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