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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이야기/이춘모의 여행후기

이름 없는 절터 합천 영암사지

by 장복산1 2012. 4. 22.

지난 18일은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계획은 20일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이틀 미리 출발한 여행입니다. 경상남도 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버스를 타고 하루여행을 즐기면서 점심까지 먹여주는데 1만5천원의 회비만 내면 된다고 하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으로 따라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가회 벚꽃길을 돌아 보는 코스인데 산나물도 채취한다니 봄을 캐는 마음으로 칼과 비닐봉투까지 준비하고 나섰습니다.

 

내가 이번 여행에 기대가 큰 다른 이유도 하나 있습니다. 작년 합천 블로거팸투어 기억 때문입니다. 팸투어 마지막에 블로거들을 조별로 나누어 모산재와 합천박물관 그리고 선비길 투어를 한 일이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모산재 코스를 선택했다가 주변에서 오르기 힘든 난코스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선비길 코스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모산재 투어를 한 블로거들 사진을 보고 얼마나 후회하고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합천 영암사지(陜川 靈巖寺址)는 모산재를 오르는 황매산의 남쪽 기슭에 있는 절터입니다. 사적 제131호로 지정된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있는 면적 3,812 의 통일신라시대의 절터라고하는데 사적으로 지정된 영암사지의 안내문에는 '영암사라는 이름은 입으로 전해지는 것일 뿐, 정확한 기록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절의 정확한 이름과 내력은 알 수 없다.'는 기록으로 보아 영암사는 이름이 없는 절터가 맞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영암사지를 오르는 길은 여유를 부리며 걸어도 넉넉한 아주 편한 길 입니다. 주변에 널브리하게 피어있는 벚꽃들은 진해서 보던 벚꽃과 또 다른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 영암사지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황매산 모산재는 산의 정기가 세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성계의 조선개국을 축원하던 국사당이나 한국 제일의 명당이라는 무지개터가 산의 정기를 품어 내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경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인 김훤주 기자가 열심히 설명을 하지만 주변경관에 압도된 탐방객들은 자기 나름으로 마치 역사학자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영암사지는 불상을 모셨던 금당(金堂)과 서금당(西金堂), 회랑(回廊)과 부속건물터 등이 발견되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영암사 터에 세워진 보물 제353호 쌍사자 석등(雙獅子 石燈)은 유홍준 교수가 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라는 책의 표지에 실릴만큼 문화제적 가치와 비중이 큰 석등입니다. 

 

보물 제489호인 영암사지 귀부는 동쪽 거북모양의 비석받침은 강인함과 율동감을 느끼게 하고 서쪽 거북모양의 비석받침은 크기도 작고 움추린 목에 등도 편편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이체롭게 보입니다.  이번에도 모산재를 오르지 못한 이쉬움이 남지만 넉넉하게 여유를 부리며 영암사지 입구 포장마차에서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내가 아주 어릴때 엄마 치마자락을 잡고 따라가 얻어 먹던 자칫집 국수 맛이 살아나는 국수며 산나물로 지진 지짐에 직접 만들었다는 두부까지 입맛을 돋우고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주어담아 즉석에서 벚꽃주라고 명명한 막걸리까지 겹치면서 배가 불러 걸음조차 걷기가 부담스럽도록 막걸리를 마시고 국수를 먹었습니다. 황매산 기슭에 퍼진 봄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며 얼마를 걸었습니다. 들에 핀 꽃이며 산을 벗삼아 마음껏 여유를 부리며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바람흔적 미술관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린 미술관은 왠지 사람사는 흔적을 잃어버린 썰렁한 흉가로 변해 있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좋은 터에 미술관을 지어놓고 떠났는지 무척 궁금하다는 생각이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