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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해군대위 안철수로 남아있는 기억들

by 장복산1 2012. 7. 2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나도 어제 밤에 이 프로그렘을 시청한다고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대충 1993년으로 기억을 합니다. 안철수 원장이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컴퓨터 사용자들이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 'V3'라는 이름의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한 일이 있습니다.

 

개인용 16비트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예상하지 못하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컴퓨터 사용자들이 어떤 대책도 강구하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안철수원장이 'V3'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면서 그의 대중적 인지도가 한 참 올라가면서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던 시기입니다. 바로 그 시기에 안철수원장은 진해 해군기지 해의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를 해군대위 안철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나는 진해 답산을 올라가는 1년계단(공원을 올라가는 계단이 365개라 그렇게 불렀음)입구 바로 건너편에서 컴퓨터랜드라는 상호로 컴퓨터가개를 개업하던 시기였습니다.

 

MS-DOS나 Basic을 배우고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소프트웨어주식회사에서 개발한 도스용 하나 워드프로세서를 행정전산망용 워드 프로세서로 지정해서 사용하고 배우던 시기입니다.

 

컴퓨터를 팔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50평 매장의 반을 나누어 전면은 컴퓨터 매장을 만들고 매장 뒤편은 칸을 막아서 무료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며 컴퓨터 장사를 하던 시절입니다. 진해경찰서 경찰들도 우리 매장에 설치한 무료 컴퓨터교실에서 하나워드를 배우고 MS-DOS를 배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덕에 진해경찰서장이 나에게 감사장까지 만들어 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오전에는 주부반을 운영하고 저녁 시간에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시키면서 진해에서는 최초로 컴퓨터 무료교육장을 운영해서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컴퓨터 교육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프로그램 개발 연구모임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서 Basic을 교육할 때 우리는 Cobol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xenix, Unix를 공부했으니 시골에서 제법 수준높은 연구모임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당 시 어떤 경로로 안철수 원장이 해군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어떤 경로로 그를 초대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매장에서 운영하는 무료 컴퓨터교실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강의를 해 달라는 우리들의 요구에 안원장은 흔쾌히 응해 주었던 기억은 선명합니다. 대충 잡이도 20여년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어제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20여년 전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습니다. 수줍게 웃으면서 입술을 모아 가며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던데 그래도 우리가 초청한 강의를 성의있게 해 주었던 안철수 원장과의 인연은 아직도 나에게는 오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략 20여년 전의 일입니다. 진해에서 당시 대한민국 제일의 컴퓨터 바이러스전문가가 무료로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 강의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스무평 남짓한 강의실이 차고 넘쳤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정말 아쉬운 것은 그렇게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안철수 원장에게 우리는 작은 선물조차 하나 전달한 기억이 없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했던 기억조차 없습니다. 심지어는 기념 사진촬영도 하나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안철수 원장은 그 때도 무척 겸손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성의를 다 해서 강의하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나는 안철수 원장과의 특별한 인연이나 기억때문인지 그에게 유달리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주에는 그가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출판했다는 "안철수의 생각"도 책이 출판되자 마자 온라인으로 주문 했습니다. 그리고 책이 도착하기까지 여유가 있는 이틀동안 문재인의 "운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습니다. 왠지 문재인 의원이나 안철수 원장은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맑고 순수한 영혼이 살아있는 신선한 사람들 같은 생각이 점점 더 매력으로 나에게 자리잡습니다. "운명"과 "안철수의 생각"을 번갈라 가며 읽고 또 읽으면서 점점 그런 생각들은 더 확실하고 확고해 집니다.

 

혹자는 안철수 원장은 정치적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번 대선에는 기존정치에 물들지 않는 맑은 영혼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하고 국민과 지키지 못할 약속를 하거나 자신의 말을 너무 쉽게 번복하는 프로정치인들은 이제 한 번쯤 정치를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원칙과 상식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하고싶은 말 보다는 국민들이 듣고싶은 말만 하는 속 다르고 겉 다른 정치인들은 결코 세상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세상을 바꿀 맑은 영혼들이 필요합니다. 안철수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시청하면서 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문재인의 "운명"과 "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면서 왠지 막연하던 기대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요즘 너무 자주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