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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거창 삼봉산 금봉암 이야기

by 장복산1 2012. 8. 13.

지난주 거창 원기마을에서 하루밤을 자고 새벽이 되자 여름같지 않게 한기를 느끼며 일찍 잠에서 깨었습니다. 보통 표고가 600~700미터 이상으로, 높고 몹시 한랭한 고원이나 산지를 고랭지라고 합니다. 거창군 고제면 원기마을이 아마도 고랭지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잠에서 일찍 깼지만 나는 특별히 할 일도 없는 터라 마을 뒤 산길을 산책하면서 해가뜨는 일출을 즐겼습니다. 동이트는 농촌의 아침풍경이 아주 특별합니다. 바쁘게 세상을 살며 느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거창출신 이경재 시인이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은 <원기마을 이야기>가 생각 나는 조용한 새벽입니니다.

 

 

산자락에는 미쳐 가꾸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제법 큰 배추밭 하나가 잡초가 무성한체 썪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잘 가꾸어진 사과밭이며 고추밭도 있고 그 옆에는 새로 이제 막 모종을 낸 것 같은 잘 가꾼 배추밭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 자란 배추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고 배추 썪는 냄새가 주변을 진동하는 이 밭의 임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썩어가는 배추들이 너무 아깝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한 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아침을 먹기 전에 동행한 석종근님과 나는 삼봉산 금봉암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아침식사를 신세질 최용환님은 아침 일찍 축사에 간다고 합니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 축사에 가서 소에게 먼저 아침을 차려주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금봉암은 거창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으례 한번씩 들려야하는 유명한 사찰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큰 사찰이라 그런지 아니면 위치가 좋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삼봉산 중턱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아침 운동도 하는데 차를 타고 올라간다는 것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금봉암은 생각보다 높은 절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금봉암을 오르는 길이 몹시 가파르고 구불구불 합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암자로 오르는 길이 가파르게 나 있습니다.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번을 쉬며 올라 암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금봉암을 오르며 바라보는 삼봉산의 자태가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어렵고 힘들겠지만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마다 능선을 타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집니다. 금봉암 주위에는 투구봉, 노적봉, 칼바위, 장군바위, 신중봉, 부부봉, 신성봉, 장군수 마당바위 등 봉과 바위벽이 어울려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르는 길에는 왼편에 바위봉 3개가 보일 뿐 잘 모르겠습니다.

 

삼봉산(1,254m)은 백두대간에 속하는 거창의 진산으로 덕유산의 들머리에 해당하며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하여 영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또한 3개의 봉우리가 연꽃 모양의 형상으로 되어 있어 삼봉산(三峰山)이라 하기도 하고 세봉우리가 봉황의 모습이라 하여 삼봉산(三鳳山)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금봉암 대웅전을 거쳐 등산을 할 수 있도록 등산로 안내 표지판도 보입니다. 
 
 

 


금봉암은 150여년 전 해인사 신도가 백일기도 끝에 점지받은 자리에 세운 암자로 금빛 찬란한 봉황이 기도처를 세번 왕복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금봉암은 삼봉산의 해발 1,000m에 위치해 동으로는 가야산과 정남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신령스런 기운이 짙게 서려 있는곳이며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뤄주는 영험한 기도처라고 합니다. 분명 암자의 위치가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금봉암에는 인기척이 없습니다. 우리가 암자를 돌아보고 나서는데 스님 한분과 보살님 한 분이 아침 공양을 준비하는지 솟 단지를 하나 들고 대웅전 앞으로 들어 오고 있습니다. 동행하던 석종근님의 설명은 금봉암의 삼성각이 제일 높은 위치에 있고 그 아래 대웅전이 있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삼성각은 산신을 모시는데 삼성각을 가려면 반드시 대웅전을 지나 가도록 동선을 설계한 이유가 숨어있는 불교의 특별한 포교방식이라고 합니다. 잘 모르지만 그럴 듯 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