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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원칙이 상실되고 기초가 무너진 세상

by 장복산1 2012. 8. 29.

기초 [footing, 基礎]는 건물의 상부 구조물을 지지하고 고정시켜 그 하중을 직접 땅으로 전달하는 구조 체계의 한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반복되는 동결과 해빙 주기로 인한 건물 손상을 막기 위해 기초의 바닥은 결빙선 아래쪽에 위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기후적 변화에도 기초는 튼튼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번 볼라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도 기초가 튼튼한 구조물과 그렇지 않은 구조물은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같이 중요한 사회적 기초를 지키기 위해서 서로 어떤 법이나 규정을 만들고 원칙을 정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로스쿨 레오 카츠 교수는 '법은 왜 부조리한가?'라는 책에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나 직관에 어긋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의 허점을 찾아 탈세 수법을 쓰는 기업들을 제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또 법은 성매매나 대리모 계약처럼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거래를 금지합니다. 법적 판결은 반드시 유죄 혹은 무죄를 선택해야 하고, 절충적인 판결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은 좀도둑질은 처벌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수영선수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법은 왜 우리의 도덕적 정서에 비례하여 판결을 내리지 않고 우리의 직관보다 과소 처벌하거나 과대 처벌하는 것일까? 법의 허점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있거나, 막연히 불편하게만 여겼던 법의 부조리한 측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창원시보와 함께 배달된 "기본이 바로 선 창원"실천운동에 우리 모두 동참합니다."하는 전단지 하나가 유난히 선명하게 보입니다. 진해 충무동에서 불법주·정차, 노상 적치물,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광고물 부착 등 4대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사회적 병폐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담은 내용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다양성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서로 다른 생활 형태들은 각자가 들고 있는 기준과 잣대로 하는 도덕적 질문들에 대하여 서로 다른 대답을 제공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침묵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도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양립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공통성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생활형태가 양립하기 위해서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소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기초가 되는 원칙을 정하고 그 가치와 공통성에 합의하기 마련입니다.

 

주폭(酒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

서울지방경찰청은 김용판 서울청장 취임 이후 '주폭(酒暴)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주폭 척결 종합수사대책'을 수립해 추진한 결과 70여일만에 200여명을 검거·구속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상습범이라 전과 기록만도 모두 합치면 2569범이었고, 술에 취해 저지른 범행 횟수는 총 1136건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은 수사 초기에 상습폭행에 시달리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됐지만 주폭수사전담반의 끈질긴 설득으로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가 33회에 걸쳐 연제한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에서는 노숙자 주폭(酒暴) 확 준 서울역, 시민 체감 안전도 두 달새 38점에서 68점으로 개선되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술에 너그러운 문화는 이제 술취한 사람이 도를 넘어 병원 응급실의 기물을 부수고 파출소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약속을 거부하는 고의적 반칙은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범칙자는 규칙을 위반하면 벌칙을 받게 될 것을 분명히 알지만, 어쨌든 그것이 이득이라고 정확하게 계산한 뒤에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합의 이행위한 공권력 의지 필요

나는 진난해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을 위해서 행정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의지를 요구하며 CC-TV를 운영하는 문제를 창원시에 제기한 일이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진해구청에서 쓰레기불법투기 감시용 CCTV 설치예산 71,184,000원을 배정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산 집행 내역은 신규설치 비용 14,245,640원과 장비임차료 4,958,100원, 공공요금 808,230원을 포함하여 총 20,011,970원 집행하고 지난해 10월 현제 5,00여만원의 미집행 예산이 남아 있었습니다.

 

진해구는 지난 2011년 8월말 기준 중앙동 15-1번지를 비롯한 18개소에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용 CCTV를 설치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동별 CCTV에서 쓰레기 불법투기를 적발한 건수 및 과태료부과건수는 자은동 8월 1건, 9월 3건이 전부여습니다. 그리고 과태료부과도 자은동 8월 1건 .10월 1건(9월말적발)이고 신원미상 2건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위한 CCTV설치운영 목적은 과태료부과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본이 바로 선 창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권력행사의 확고한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알리는 표지판과 CCTV를 설치한 구역에도 여전하게 쓰레기 불법투기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품격있는 창원시민 여러분.!! 여기는 우리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한 장소입니다."하고 호소하는 현수막 앞에도 쓰레기가 쌓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창원시청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 진해구 정오규님이 올린 게시글(글 게시 번호74993)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이러면 절대 안 될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 노태우 정권은 경찰관 대폭 증원, 외근 인력 무기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범죄와의 전쟁'을 90년 10월 13일 선포했지만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초가 무너진 제방으로 넘치는 물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제방을 지탱할 기초가 튼튼하게 제 자리에 있을 때 넘치는 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원칙이 상실되고 기초가 무너진 사회적 병폐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잇단 무차별 '묻지마 범죄' 공포에 온 국민들이 떨고 있습니다.  

 

천길 둑도 개미의 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는 "천장지제 궤자의 혈(千丈之提 潰自蟻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현 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데서부터 시작하고, 천 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창원시에서 CCTV까지 설치하고 쓰레기 불법투기 하나도 근절하지 못하는 사실은 공무원들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고 변명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한 장소라는 현수막 앞에 아무일 없었다는 것 같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습니다. 무인카메라 운용지역이라는 입간판 앞에도 쓰레기는 여전히 쌓이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고의적 반칙이고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약속을 거부할 경우 법이 하는 일은 그들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진해 충무동에서 "기본이 바로 선 창원" 실천운동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창원시는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공권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세상을 모두 법대로 살 수는 없다고 하는 보편적 상식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무시되는 세상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닙니다. 원칙이 상실되고 기초가 무너진 세상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치, 경제, 사회전반의 모든 시스템이 무너지는 단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온통 쓰레기같은 세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