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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권력 무상을 느낀 대통령궁/ 베트남 여행 4일차(2)

by 장복산1 2012. 11. 20.

시원한 커피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던 우리는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망한 나라인 남베트남의 대통령궁을 관광하기로 했습니다. 1975년 4월30일 새벽 미국 대사관에서 철수 헬기를 타고 사람들이 떠난 7시간 뒤 북베트남군이 남베트남 대통령궁 철문을 부수고 진입했습니다.

 

호치민시(Ho Chi Minh City)는 인구3,40만 명의 옛 이름은 사이공[西貢]으로 통일 전 남베트남의 수도였습니다. 지금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가장 큰 도시로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에 의해 함락되었고, 1976년 남북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호치민 시티로 개명되었습니다.

 

대통령궁 건물은 수십 개의 방을 갖춘 크고 호화로운 구조로써 옥상에는 전용 헬리포트까지 있습니다. 월남전 전쟁 시에는 미국의 극비 군사기지로 지하의 벙커가 활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1층에는 각료회의실과 식당, 2층에는 대통령 접견실, 3층에는 대통령 전용 식당과 극장, 개인 바가 있고 4층에는 대통령 전용 연회장과 영사실까지 있었습니다.

 

구치터널을 관광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남베트남 대통령궁을 관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서로 상반된 대치점에 서 있습니다. 베트콩들은 베트남 통일을 위한 일념으로 오리 걸음으로 걸어야 이동이 가능한 40여km의 터널속에서 보리빵을 먹으며 눈을 부라리고 있을 때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남베트남의 정치권력들은 호화스러운 대통령궁 연회장에서 노래하며 춤을 추다 이제는 단돈 1,800원(베트남 돈 3만동)에 관광객들의 광관상품으로 대통령궁을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권력 무상을 느끼게 하는 장면입니다.

 

 

 

내가 주월사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대통령궁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 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단돈 1,800원의 입장료만 지불하면 대통령궁을 마음대로 관람하고 사진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과연 베트남전쟁은 누구를 위해 전쟁을 했던 것인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한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고 한국군을 파병했던 명백한 이유나 명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이 공산화되고 통일되면 당장 베트남이 망하거나 베트남 국민들이 외계인이라도 될 것 같던 우리의 우려나 예상은 빚나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베트남의 국가권력이나 정치권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외형상으로는 아주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인풀레이션이나 국가경영에 어떤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외형상으로 관광객의 눈에 비치는 사이공은 도시의 이름이 호치민시티로 바뀌는 정도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 뿐 입니다.

 

 

 

 

 

 

 

호치민시에는 오토바이 450만대와 자동차 45만대가 거리를 누비며 활기찬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지 20주년이 되는 시점에 호치민시티를 포함한 베트남 중남부 각 시.성에는 8만여명의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만큼 우리와 밀접한 인연을 맺은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부대를 보낸 나라이고, 베트남이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했을 때 가장 많은 기업을 진출시킨 나라입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은 한류를 가장 뜨겁게 받아들인 나라, 한국에 중국 다음으로 많은 신부를 보내는 '사돈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내가 월남전에 참전해서 적으로 싸우던 붉은 공상당 깃발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감회가 새롭다>

 
지금 베트남이 변한 것이 있다면 사이공에 있던 대통령궁이 관광상품으로 변하고 하노이가 베트남의 수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사이공이 호치민시로 바뀌고 베트남에는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대통령궁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대통령궁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통령궁 옥상에 있는 대통령전용 핼기나 지하에 진열된 대통령전용 승용차가 유난히 초라해 보일 뿐 입니다.

 

호화롭고 화련한 위층들과는 달리 지하 벙커에는 전쟁당시 군사기지로 사용되던 곳을 그대로 둔체 일반에게 개방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전쟁당시 종합 상황실에는 무전기 등 통신장비, 상황지도, 침실 등을 실물 그대로 전시하고 있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베트남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지 모르지만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대통령궁 관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