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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베트남 전쟁의 실상 전쟁기념박물관/ 베트남여행 4일차(3)

by 장복산1 2012. 11. 21.

대통령궁에서 불과 5분 거리에 베트남전 전쟁기념박물관 (Bao Tang Chung Tich Chien Tranh)이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을 수행하던 미군의 정보부로 사용하던 건물을 1975년 9월에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군이 베트남에 쏟아 부은 750만 톤의 폭탄과 화학무기 75만 리터가 남긴 베트남전쟁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목적으로 베트남정부에서 운영하는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화패로 15,000 VND (한화85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건물주변 야외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들이 사용하던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투기, 핼기, 전차와 폭탄같은 실물들이 가득합니다. 건물 옆에는 높고 투박한 담장을 사이로 감옥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아마 미정보부에서 포로로 잡힌 베트콩들을 가두어 놓고 심문을 하던 장소 같다는 짐작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시살들이 의문으로 남습니다. 과연 월남전을 하던 1960~70년대에 이와 같은 단두대나 죄수를 다루는 시설이 실제로 실존하고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고문시설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물관 내부에는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실감할 수 있도록 생생한 현장 사진들로 전쟁의 참혹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나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지만 전선에서 실제 이토록 비참한 상황들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후유증이 이토록 오랜 시간을 처참한 고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관광객들이 그룹을 지어 이동하면서 한국어로 안내하는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단체관광객들이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국관광객들이 퍽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단체관광객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미군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과정을 설명하던 부분입니다.

 

가이드가 설명하던 이야기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한 마을을 수색하고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휘관인 소대장이 상급부서에 무선통신으로 결과보고를 하려는 순간 마을 저쪽에서 미군병사와 이야기하던 아낙의 품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아군이 피해를 입자 소대장은 그만 뚜껑이 열렸다고 하더군요. 즉각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고 수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차피 인간이란 감정의 동물이라 이와 같은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어낙은 누구를 위해서 또 무엇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살폭탄테러에 가담해야 했을까? 미군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베트남의 정글을 누비다 57,000명이나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무엇을 위해서 7,380억 달러라는 막대한 전비를 쏟아 부으며 베트남 전쟁을 수행하고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꽝아이성 빈호아 마을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서 있다고 합니다. 증오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는군요.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이 학살에서 희생된 자의 수가 총 430명이며, 그중 268명은 여성, 109명은 50세에서 80세까지 노인, 82명은 어린이, 7명은 임신부였다. 2명은 산 채로 불에 던져졌으며, 1명은 목이 잘렸고, 1명은 배가 갈라졌으며, 2명은 강간을 당했다. 2가구는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당했다. 참 기가막힌 내용입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서 민간인들을 학살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광람객들 중에는 미국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미국 사람들이 이 박물관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나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의 참전규모만 표시한 표지판 외에 특별한 자료들이 없습니다. 지난 1992년 베트남과 국교가 수립되면서 전쟁기념관에 전시되었던 한국군 관련 많은 자료들을 베트남 정부에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배려한 배려차원인 모양입니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을 수행하던 1961년부터 75년까지 총 8천3백6십리터에 달하는 고엽제를 남베트남 전역에 살포했다고 합니다. 고엽제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휴유증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베트남 사람 400만명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전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수 많은 대부분의 파월전우들도 아직 고엽제의 피해에서 벋어나지 못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은 왜 할까? 무슨 이유로 인간은 서로 다른 의사를 지혜롭게 조정하지 못하고 이토록 처참하게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베트남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사망자가 57,000명에 달하고 전비로 7,380억 달러가 지출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미국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알 수도 없는 명분없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자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붙잡은 원인이 되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