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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진실은 하나 주장은 두 개인 진해 동의요양병원 사건

by 장복산1 2013. 2. 20.

어제 진해 중앙시장에는 요즘 진해지역에서 이슈가 되어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개최한 진해 동의요양병원 사건에 대한 병원 측의 호소문을 담은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전단지는 8절지 크기의 앞뒤로 두 페이지에 써 내려간 병원측의 호소문으로 지금까지 내가 언론을 통해서 알거나 들은 내용과 많은 차이가 납니다.


호소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창원시민, 진해구민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로 시작하여 2012년 12월 2일부터 이른바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부 소속 조합원(간병사)들이 집회를 개최한지 어언 70여일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게 병원을 호도하고 비방하는 흑색선전들이 난무하고 있어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적어도 사실만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몇 말씀 올립니다. 하는 내용으로 병원의 어렵고 절박한 사정을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 접한 내용이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는 요양보호사들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환자들을 내 부모보다 더 정성과 마음을 다해 보살펴왔는데, 병원운영이 힘들다고 내쫓는 것은 너무하고 억울하다. 병원장은 병원에서 제일 역할을 잘 하는 사람들이 바로 요양보호사들이라며 병원이 잘되면 은혜로 갚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할 순 없다”며 분개하고 하루빨리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측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병원측은 호소문에 "계약기간 만료일인 11월 30일을 앞두고 11월 14일부터 4차례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한 병원측과 노조간의 협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병원측은 정규직 20명과 협회소속 13명으로 하여 전원 고용승계하겠다'는 제시를 하였으나 노조측은 이를 묵살하고 1명도 빠짐없는 33명 전원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 때문에 협상이 결열되었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지부장은 병원에 우리 요구안인 전원 정규직 고용이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계약만료와 함께 병원을 나간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조는 2012년 12월 2일부터 병원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여, 2013년 1월 16일에는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스피커를 틀어 노동가요를 연주하고, 확성기 차를 동원하기까지 하고 상급노동단체인 민주노총 경남본부 주최로 대형집회, 야간촛불집회 등을 개최하면서 집회 도중 "전원 복직이 안되면 병원도 문을 닫게 하겠다." 면서 개인병원을 악덕기업 자본가로 호도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고 하면서 병원측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나는 "전원 복직이 안되면 병원도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는 부분에서 실제 진해에서 병원노조의 노조활동으로 병원의 문을 닫은 진해 현대병원 사건이  머리에 떠 오릅니다. 그 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노동권보장을 위한 노동운동이 아니라 병원을 협박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화가나면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는 생각도 하지만 진해 현대병원의 악몽이 빠르게 머리를 스치며 다시 떠 오르는 이유는 말이 씨가되어 현실이 되었던 경험때문일 것 입니다. 


진해 현대병원은 잘 나가던 진해의 중견 개인병원이었습니다. 병원장이 사망하고 부인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간호사들과 의견 조정을 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이 간호사들이 장기간 농성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상급노동단체인 민주노총과 연계하여 장기간 농성이 지속되자 결국 병원은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노조와 병원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번 진해 동의요양병원의 경우는 간병서비스에 관한 법체계의 미비라는 더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극가가 간병은 환자와 간병인 사이의 사적계약으로 의료보험 항목의 대상이 아니라는 법체계를 운영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간병서비스는 제공 장소에 따라 병원·시설·가정으로 구분되고, 서비스 공급업체에 따라 직접 고용, 간병소개소나 파견업체 등에 의한 간접 고용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간병소개소는 다시 지역별 자활센터와 같은 비영리법인·단체 운영 형태와 간병협회 같은 유료 영리업체로 구분되며, 유료소개소는 소개료·교육비를 빌미로 중간착취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진해 동의요양병원 간병노동자 소속 업체 변화를 구체적인 예로 제시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이 병원은 개원 초기 비영리단체(창원지역자활센터) 소속 간접고용(2006년 9월∼2007년 5월) → 비영리법인(경남고용복지센터) 운영 사회적 기업을 통한 간접 고용(2007년 5월 ∼2011년 11월) →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2011년 12월∼ 2012년 11월) → 유료 간병소개소를 통한 간접 고용(2012년 12월 초∼ 현재) 등으로 간병서비스 수급 형태를 바꾸었습니다. 그러면서 간병노동자 고용 형태는 갈수록 불안정해졌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목희·심상정 의원, 보건의료노조 공동주최로 '한국 요양병원의 현황과 환자 안전, 간병노동의 질 향상, 고용안정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자리에서 주제 발제를 한 임준 교수는 "공동간병을 하는 요양병원은 인력 공급을 소개소 알선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나 병원이 직접 환자에게 간병료를 받아 소개업체에 넘겨 임금을 지급하고, 간병 인력 배치, 간병서비스 관리를 간호부 등에서 주로 해 병원이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간병소개소를 통한 알선은 실질 사용자인 병원이 노동법과 사회보험 가입 등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종종 악용된다"고 발표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 입장인 병원측에 비해서 간병노동자들은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강자는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우리거나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것이 우리 사회 노동운동의 출발점이자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약자는 어쩔 수 없이 단결하고 연대하여 생존권보전을 위한 투쟁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나 야권 정치인들 마저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 동참하거나 나서지 않는다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향한 꿈과 희망는 절망하기 마련입니다.


나는 원칙과 상식이 없는 세상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하나지만 주장은 두 개인 진해 동의요양병원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진해 주민들도 같이 농성에 참여하거나 힘을 합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들 전원 복직이 안되면 병원도 문을 닫게하겠다고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함께 농성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법과 제도를 고치려는 노력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농성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방법이고 수단이라는 사실은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절차와 수단은 무시하고 무자르 듯 편을 가르고 투쟁으로 일관하는 맹복적 편가르기에 동의하기는 아직 내 역량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오늘 모 정치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귀하나가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놈의 맹목적 편가르기, 이젠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쁜 것들에 함께 맞선다고 다 동지가 아니다. 못된 것들에 맞서 싸운다고 다 의인들이 아니다. 쪽팔린 줄 모르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나쁘고 못된 사람들이다. 염치가 사라진 사회야말로 가장 위험한 세상이다. 



<<다행히 19일 통합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이 요양보호사들이 81일째 일방적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해 동의요양병원을 찾아 병원장과 면담을 하고, 조건 없이 노사가 성실한 대화와 교섭을 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노동자전원의 고용보장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병원 측 또한 빠른 시일 내 노조 측과 만나 교섭을 진행하여 지금의 사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노사가 잘 타협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국가도 빨리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