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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더불어 생각하는 모임 」회상기

by 장복산1 2013. 4. 9.

「계간 진해」창간호 표지에는 핀트가 잘 맞지 않은 희미한 진해 우체국 우체부 아저씨 사진이 실려 있다. 「계간 진해」는 1988년 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회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시작한 문화사업 이다. 진해를 이야기 하고 진해를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계간 진해」의 창간취지와 편집방향이 설정한 결과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회도 군항제 행사를 이유로 도로를 막아 팔아먹고 시비와 도비를 지원받은 예산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던 시절이다. 나석기 선생이 이용하 선양회장을 설득해 「계간 진해」발행지원금으로 매회 200만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 문우회」를 급조해서 시작한 사업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발행하던 "샘이 깊은 물“을 모티브로 진해를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진해사람들의 가정과 사회, 그리고 그것들의 어우름을 깊이 파고들어 탐색하고 관찰하겠다는 의도로 평범한 진해사람들의 일상을 「계간 진해」편집의 중심에 두기로 했다. 문우회 회장에 나석기 선생을 선임하고 내가 총무를 맞기로 했다. 편집위원에는 이미 고인이 되신 김종수 전 편집인과 역시 고인이신 이효동 전 진해예총 사무국장이 참여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선양회에서 지원하기로 한 지원금은 단 한 번 지원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자체가 통합된 지금은 군항제행사를 주관하며 지역에서 가장 막강한 조직으로 군림하던 선양회가 군항제 축제위원회와 양분되어 있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irony)한 일이다.


고 김종수 전 「계간 진해」편집인이 주동이 되어 다시 「계간 진해」의 발행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내가 모임의 이름을 「더불어 생각하는 모임」으로 제안해서 경상남도에 정기 간행물등록을 했다. 기대하던 광고수입이 없자 발행비용 절감을 위해 원고 보따리를 들고 고 이효동 선생과 같이 내가 출판사를 찾아 부산 광복동 거리를 헤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고 김종수 편집인이 사비를 보태가며 「계간 진해」의 기존 편집방향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담긴 글은 지금도 「계간 진해」에 남아서 이어지고 있다.


사실은 내가 원고마감이 임박해서 애를 태우다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제안한 문안이다. “썩 잘 쓴 글들은 책방에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훌륭하고 가치 있는 글, 땀이 스며있는 글, 서툴더라도 꾸밈이 없는 글, 원고지에 쓰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진솔한 글을 「계간 진해」로 보네 주세요.” 하는 문장이 「계간 진해」의 편집방향으로 자리매김해서 80호를 발간하는 지금까지 이어 온다는 사실에 나는 감회가 새롭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건 더불어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정치 환경이나 사회적 여건은 더불어 생각하거나 더불어 살아간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정치적 사고와 사회 환경은 불신과 오만으로 가득하다. 이미 누구도 올바른 비판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정치, 사회적 환경이다.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은 비판을 넘어 서로 비난으로 일관하는 정쟁과 싸움으로 날을 지세기 마련이다.


「계간 진해」는 이와 같이 삭막한 세상에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계간 진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삶의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하다. 오직 권력이나 부로 세상의 모든 행복이나 삶의 가치를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것도 세상을 사는 평범한 이치다. 이제 80호를 넘기는 성년이 된 「계간 진해」는 진해사람들에게 좀 더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더불어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