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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지독한 촌스러움의 가벼움

by 장복산1 2013. 8. 17.

-이춘모의 이생각 저생각 (8/17)-

요즘 텔레비젼 광고를 보노라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저런 장면을 촬영했는지 촬영기법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습니다. 어떤 광고는 그 내용이 기발한 정도를 넘어 경의로운 생각까지 드는 광고들도 많습니다. 그러자니 단 20초짜리 CF(Commercial Film)한 편을 촬영하는데 수십억의 광고비가 투자되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수입도 CF 촬영 빈도에 따라 순위가 정해질 정도라고 하니 기업들이 마케팅에 투자하는 경비에서 광고제작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만 합니다. 

 

나는 오래 전 어떤 세미나에 참석해서 광고마케팅 기법에 관한 흥미있는 강의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광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단 몇 마디의 카피문구를 찾아 내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과 고심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불과 2~30초라는 짧은 순간의 시간적 제한을 받게 되는 TV. CF는 광고주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내용들을 단 몇 마디의 카피문구에 담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의외로 간단한 카피문구 하나로 기업의 매출신장은 물론 동종 업계의 제품생산 트렌드를 바꾼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소주업계의 대표주자였던 진로소주는 두꺼비가 제품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술집에서 소주를 주문할 때도 "두꺼비"하나 달라고 하는 시절도 있었지요. 진로소주가 알콜도수가 조금 약한 신제품개발을 하면서 소주 이름을 작명할 때 일이라고 합니다.

 

진로소주의 마케팅부서 담당 카피라이터가 진로(眞露)라는 한자를 단지 한글로 풀어서 쓴 것이 "참이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진로'와 '참이슬'은 전혀 다른 소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참이슬'은 순하고 마시기 좋은 소주라는 이미지로 자리를 잡으며 대한민국의 소주시장을 평정하게 됩니다.

 

단지 알콜도수를 조금 내리고 이름을 바꾸면서 소주시장의 트랜드가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나도 술집에 가면 그냥 소주 한 병을 주문하기보다 '참이슬'나 '처음처럼'같은 특정 소주의 이름을 불러가며 주문하게 됩니다. 인터넷에서는 '참이슬'에도 두거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도 하고 있더군요.

 

마케팅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믿거나 말거나 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소주 한 병은 몇 잔이 나오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도 재미가 있습니다. 소주를 잔에 따르다 반 잔이 되면 왠지 한 잔을 채워야하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이용해서 소주 한 병을 더 시키도록 고도의 마케팅 기법이 계산된 상술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주와 안주가 없어지는 비중까지 계산해서 소주 한 병의 양을 조정했다고 하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내가 오늘따라 이렇게 장황한 광고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1965년에 해군에 입대한다고 진해로 내려 왔습니다. 진해에 정착해서 살아 온 세월이 무려 50여년이 되었군요. 이제는 영낙없는 진해 촌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내가 요즘 서울와서 머물면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특별한지식도 없이 회사운영 경험도 없이 시작한 조금은 무모한 도전입니다.

 

서울시장에게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하고 설립신고필증도 받았습니다. 다음은 협동조합을 법인으로 등기도 마치고 사업자등록증까지 발급받았습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협동조합의 설립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나의 '지독한 촌스러움의 가벼움'이 광고마케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이제 새로 설립한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가을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베비라협동조합의 탄생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설립한 협동조합은 "우리 아기를 키우는 정성으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서 가격의 거품을 뺀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사실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광고마케팅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수 십억을 투자해서 CF를 촬영하고 TV광고를 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우리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수단인 포스터라도 제작해서 각 전문판매점에 게시하는 방안이라도 강구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광고기획사에 의뢰해서 포스터제작에 필요한 경비를 산출하기 위한 견적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하던 나의 '지독한 촌스러움의 가벼움'으로 인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내적 갈등만 격으며 요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나는 아직도 이런 포스터 하나를 제작하면서 Planning 기획에 30만원, 카피(Copy)문구에 30만원을 지불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래픽 Design에 100만원이나 지불하고 Image Royelty로 40만원이나 지불해야하는 일에는 더욱 익숙하지 못합니다. 시안을 디지털로 출력하는데 시안출력경비를 30만원씩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황자체를 이해조차 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지방과 서울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할 따름입니다.    

 

 

실제 인쇄 및 가공비는 512,300원이군요. 그런데 전체 견적 금액인 2,882,300원에서 Discount 해 주는 금액이 실제 인쇄가공비인 512,300원을 훨씬 넘는 882,300원 입니다. 말 그대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경비는 포스터를 기획하는 아이디어 값이 전부군요. 그러나 나는 아직 이런 일에 익숙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독한 나의 촌스러움을 감추지도 못하고 금액만 따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결과는 촌티가 줄줄 흐르는 포스터가 제작될 확율이 많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고민스럽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