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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오사카 나 홀로 여행기 (1)

by 장복산1 2013. 8. 29.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려면 먼저 두려움이라는 가장 큰 적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외국 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길을 안내하고 그 나라의 관광지나 풍습을 설명할 안내원인 가이드라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길을 안내하도록 하고 가이드 뒤통수만 보고 졸졸 따라 다니기 마련입니다.

 

촌에만 살던 사람이 처음 서울을 가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절절 매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나도 30여 년 전에 자동차를 몰고 서울 가면 미리 처남에게 전화를 해서 처남이 자기 차를 몰고 나를 마중 나와서 앞에서 가이드를 하도록 했습니다. 언젠가는 처남이 사정이 있어 마중을 나오지 못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서울 시내로 들어 가서 택시를 하나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택시기사에게 미아리에 있던 처형 댁 주소를 알려주고 택시가 내 차를 에스코드 하도록 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이야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이 있어서 친절한 Miss Kim이 옆에서 300m 앞에서 좌회전하세요. 차를 오른쪽 직진차선으로 운행하세요. 하며 친절하게 안내를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나도 서울생활에 익숙하면서 어제는 서초동 파산재단까지 가는 길을 네비게이션은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내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잠재의식이라는 것이 있지요.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 동안 파산재단을 드나들면서 잠재된 자신의 의식 속에 파산재단 가는 길을 기억하도록 메모리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이번에 예전 같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하던 "오사카 나 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도 에어부산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이벤트행사에 참여해서 단돈 11만원에 김해 오사카 간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 숙소도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코니텔 다인실을 25,000원에 예약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진해로 내려가서 하루 밤을 묵고 차를 몰고 김해공항에 가서 장기주차장에 주차하고 오사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아무 이상 없이 내가 원하고 기획한 오사카 아까짱 혼포에 들려서 피존 제품들 샘플을 구입하고 판비타운에 들려서 판비타운 임시 출입증도 만들고 샘플도 구입해서 김해공항으로 돌아 왔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도매상가에는 출입증이 없는 사람들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4년 전에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내가 사업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업자등록증과 점포사진을 제출하고 오사카 도매상가인 판비타운 출입증을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별 생각 없이 그 출입증을 챙겨서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손짓 발짓을 해 가면서 4년 전 내가 만들었던 출입증 데이터를 찾아내고 다음에는 그 출입증을 가지고 오겠다는 조건으로 임시 출입증을 만들어서 도매상가인 판비타운에 들어가서 내가 필요한 샘플들을 모두 사 왔습니다.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 와서 김해공항 주차비도 사전정산 기기를 이용해서 계산하니 이틀 동안 주차비가 9,000원 입니다. 나에게는 일상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행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아내에게 오사카 행 왕복항공권을 준비해 주고 같다 오라고 해도 아마 아내는 출발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어에 능통하거나 영어가 능수능란하지도 않습니다. 일본 말이라고는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는 "이랏사이"하는 정도 밖에는 전혀 모릅니다. 영어도 어쩌면 중학생 수준을 겨우 넘기는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외국여행을 할 때는 나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대화를 시도 하다가 통하지 않으면 내가 잘하는 한국말로 마구 지껄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말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국어인 영어로 소통합니다. 나도 비록 내가 외국에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소통하면 됩니다. 우리가 외국 사람들이 하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부끄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한국말을 하는 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 사람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좀 억지 같은 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당하게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떻게 하던 서로 소통이 됩니다.

 

내가 오늘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새로움에 도전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너무 쉽고 간단한 또 다른 측면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화와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기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본말을 하지 못하는 내가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들만 사는 오사카를 간다는 것 자체는 내가 극복해야 할 두려움의 시작입니다.

 

 

협동조합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영역인 베비라 협동조합의 설립을 꿈꾸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조합원들이 자신이 조합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영원한 “을”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풀어 가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아직은 내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고민에 빠지면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겹치며 정말 피곤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가격의 거품을 뺀 착한 가격”을 베비라 협동조합의 대표 광고카피문구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나는 최상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최저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조합원들의 동참을 요구하며 수차례 설명도 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선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값이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이 출시되자 어느 조합원이 아까워서 판매할 생각보다는 어딘가 감추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는 의견이 카페에 댓글로 올라 왔습니다.

 

나는 그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가격의 거품을 뺀 결과가 "싼게 비지떡" 이라는 선입견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어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해답도 있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카페에 올라 온 댓글들을 보면서 또 다시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 대체적인 의견들은 소비자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 그러면 예상보다 소비자 가격이 너무 싸게 책정이 되었다는 문제 재기는 있을 수 있는 경우다.

3, 제품의 디자인이나 퀄리티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직은 그런 표현이나 이야기는 없다.

4, 전문점의 마진폭을 늘려서 고객에게 인심 쓰고 할인을 하면서 팔아야 한다는 생각인가?

5, 소비자가격이 낮게 책정되다 보니 전문점의 마진폭이나 비율은 정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남는 금액은

   액수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다는 이야기 인가? 1만원의 10%와 10만원의 10%는 천원과 만원이라는

   차이를 계산하는 것은 아닐까?

 

조합의 디자인실장은 실장대로 머리가 텅텅 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디자인을 구상했던 생각들이 모두 달아나 버리고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이틀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쉬어야 하겠다고 합니다. 디자인실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디자인한 제품들이 실제 전문점에 나가서 손님에게 당당하게 내어 놓고 질 좋은 제품을 “검품 뺀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판매가격이 너무 싸게 책정되어 판매하기가 아까워서 어딘가 감추어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맥이 빠질만 한 것도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일부 조합원들은 판매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고 전문점에 "베비라 협동조합 가을 신상품 출하, 신상품 70% 세일" 하는 광고를 걸고 영업을 한다면 더 쉽게 판매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조합원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은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누구도 간섭할 사람도 없고 법률적으로 어떤 제한을 받을 이유나 문제도 없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그렇게 해서 지속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속일 수 있는 방안이나 마케팅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을 속이려는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치사한 상술입니다. 

 

나는 그렇게 하는 방법은 절대 지속 가능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전달되기 까지 우리 스스로 먼저 인내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를 조합원들에게 누차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나의 판단이나 생각이 틀렸다면 당장 바꾸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생계문제가 달린 중대한 일들을 조합 이사장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고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고 하는 주식회사는 자본가가 투자한 자본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절대 넘어서는 않 되는 의사결정의 한계와 경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1인 1표로 의사결정을 하는 절대적 의사결정 과정의 가치를 인정하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이 원하면 무엇이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막강한 권리와 함께 책임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며 상식입니다. 자신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려고 한다면 이미 자신이 주인이라는 신분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제는 고객을 속이려고 하다가는 큰 코를 다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 사고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심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가족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역적 조직과 또 다른 사회적 조직도 만들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만든 베비라 협동조합도 결국은 베비라 전문점을 하던 사람들이 본사가 부도나자 베비라 전문점을 계속할 방안을 찾아서 우리 스스로 만든 조직입니다.

 

자기 혼자는 제품 포장용 종이쇼핑백 하나도 생산할 방법이 없자 서로 주문을 받아서 주문생산이 가능한 기본수량을 맞추고 돈을 걷어서 주문했던 기억을 합니다. 혼자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들고 불가능한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이 가는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가 가는 길은 즐겁고 행복한 길을 모두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길입니다. ‘오사카 나 홀로 여행’은 나에게 여행도 함께 가는 제미를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거품 뺀 착한 가격" 베비라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장사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