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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대책없는 정부의 농촌 대책 [창원단감축제②]

by 장복산1 2013. 11. 7.

나는 하루에 담배를 한 갑 반이 넘게 피우던 시절이 있습니다. 한 때는 골프운동에 빠져서 일주일에 서너번은 라운딩을 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프로골퍼 박세리가 1998년 7월7일 위스콘신주 퀼러의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US야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의 연장전 18번 홀에서 공이 연못 바로 옆 러프에 빠지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들어가 멋진 샷을 날려 IMF로 실의에 빠저있는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하던 시절 입니다.

박세리가 스윙하는 멋진 폼을 닮고 싶어서 쉼 없이 연습하고 노력도 해 보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스케이트도 타지 못하는 내가 아름다운 김연아의 멋진 트리플룹을 꿈꾸고 상상하는 것 조차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오르지 못할 나무도 오르려고 하는 지칠줄 모르는 욕망이 있습니다. 

 

박세리도 사람이고 김연아도 사람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가능성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막연하나마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사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크고 작은 희망의 끈을 가슴에 안고 세상을 살아 가기 마련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 납니다. 세상을 살아 가면서 조금은 무모한 것 같은 도전정신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지난 주말에 경남도민일보의 자회사인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하는 창원 단감축제 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창원 동읍과 북면 농협이 번갈라 가면서 담감축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읍 농협조합 김순재 조합장이 단감축제 제전위원장을 하던 2년 전에도 블로거들을 초청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지역사람들끼리 먹고 마시며 끝내는 축제보다는 블르거 마케팅이라도 하자는 의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단감 생산량의 60%를 넘게 단감을 재배하는 창원 동읍 농민들이 생산하는 단감을 제값받고 팔아 보려고 "별 x랄 다해 보았습니다." 하는 동읍농협의 김순재 조합장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처음 방문한 단감농가는 '두레박사슴단감농장' 이었습니다. 두레박사슴단감농장은 동읍 구룡산 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버스가 들거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트럭에 옮겨타고 농장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두레박농장은 얼굴색이 검붉은 이삼문씨와 그의 부인인 황해연씨와 같이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장 안에 있는 2층집에 아래층은 단감가공공장 설비를 하고 2층에는 부부가 기거하는 모양입니다.  

 

사무실 간판도 보이고 재료처리실 간판도 보입니다. 단감 즙을 내는 기계도 서너개 있고 단감 껍질을 벗기는 기계도 있습니다. 두레박농장 이삼문, 황해연 내외는 우리 일행을 맞이 한다고 정신없이 바쁘군요.

 

불과 20여일 전에는 창원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갑만)가 주관하는 "두레박 단감사슴농장 팜파티"를 열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두레박 단감사슴농장 로컬푸드 프로젝트라고 하는 행사였습니다. 이삼문씨 부부는 사슴농장을 홍보하는 블로그도 두 개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슈퍼멘이 되어야 하는 바쁜 농부입니다.  

 

 

두레박농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사슴을 키우며 생산하는 '두레박 힘찬액기스, 두레박 힘찬홍삼, 두레박 단감말랭이, 두레박 단감즙 같은 사슴과 단감에서 추출하는 가공식품들 입니다. 가공공장 바닥에 플라스틱 상자를 깔고 앉아서 농장지기인 이삼문씨가 열심히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두레박 농장에서 이렇게 설비를 하고 생산하는 가공식품을 블로그마케팅과 온라인으로 한달에 직접 판매하는 매출은 얼마나 될지 궁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이란 항상 투자대비 이익금을 계산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많은 판매를 해도 이익이 없는 사업은 사업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해도 투자비용이 전체이익금을 상회면 투자가치가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인 이익구조를 계산하는 방식도 있고 장기적인 이익구조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두레박농장 가공공장에는 단감즙을 내기 위한 착즙기가 4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단감껍질을 벗기는 기계도 하나 있고 그 기계를 가동하기 위한 콤프레샤도 보입니다.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단감즙을 보관하는 대형 냉장고도 보입니다.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내가 판단하기로는 지금 현제 상황에서는 이삼문씨가 농장에서 생산하는 담감의 99%는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삼문씨 부인인 황해연씨가 넉넉하게 내어 놓은 단감말랭이가 정말 맛이 있습니다. 나는 배가 부르도록 단감말랭이를 주어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가 정작 사진은 찍지도 않고 우리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황해연씨 이마에는 땀방울이 매칩니다.

 

내가 수년 전 아내와 같이 유아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블로그도 만들고 카페도 만들고 옥션과 지마켓에 남들같이 예쁘고 멋있게 상세페이지를 만어 보려고 서울까지 가서 포토샵 강의를 듣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내외가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한 달 매출이 4천만원이 넘으면서 꿈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습니다. 지금 두레박농장의 이삼문씨와 황해연부부 정도로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은 꿈이었습니다. 정작 매출은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미찐다는 이야기를 실감했던 기억입니다. 온라인 오픈마켓인 옥션이나 지마켓에서 그만큼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픈마켓에서 별의별 수단으로 운영하는 광고비와 수수료를 지불해야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을 생각하면 됩니다. 어리석은 것이 백성입니다.

 

세상의 이치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는 것 같이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느 한 쪽만 바라보고 세상을 살다가는 낭패하기 마련입니다. 정부에서 하는 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유통시장을 개방해야한다고 하면서 선진유통을 수입하고 유통시장을 개방했습니다. 대형유통들이 지역상권을 침투하면서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전통재래시장은 초토화 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전통재재시장을 살린다고 년간 수천억원의 예산을 퍼 붙고 있습니다. 차양막공사를 하고 재래시장 주변에 공용주차장을 만들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그러나 한 번 떠난 고객은 좀체로 다시 돌아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원군 같이 쇄국정책을 고집하며 세계화하는 시대의 물결을 거부할 형편도 아닙니다. 농촌대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FTA니 뭐니 하면서 농산물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모든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고 "팜파티"니 "로컬푸드 프로잭트"니 하는 행사들이나 합니다. 단감축제니 고추축제니 장미축제니 하면서 농촌에 축제가 풍년입니다. 이런 것은 결코 정부에서 취할 농촌대책이 아닙니다. 내가 박세리가 멋지게 스윙하는 폼을 보고 죽자사자 연습이나 하던 모습과 다름이 없습니다. 김연아의 멋진 트리플룹을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일찍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 같이 마켓팅이나 영업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합니다.  

 

재래시장은 재래시장 다운 독특한 마켓팅이나 영업전략이 필요합니다. 농촌은 농촌다운 특별한 마케팅기법이나 영업전략이 필요합니다. 농사를 하는 농부가 마케팅 전문가들인 상인들과 경쟁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들과 농민들이 협업화 하는 마을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일을 농협이 하던지 아니면 손학규 민주당의원 발의로 정부가 새로 입법한 "협동조합기본법"을 근거로 마을기업형 소규모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농민들이 뼈 빠지게 농사일을 해서 벌어 마련한 돈들이 모두 농기계공장이나 단감즙을 내는 기계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두레박농장의 이삼문씨 내외가 단감가공공장에 투자한 설비비를 언제 어떻게 회수할지 오히려 내가 걱정이 됩니다. 모든 것이 분업화 하는 시대에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부가 공장도 운영하고 스스로 마케팅 활동도 하며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는 박세리가 연못 옆 러프에 빠진 공을 쳐 올린 것 만큼이나 쉽지가 않은 일들 입니다. 정부의 체계적인 농촌대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