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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어느 유별난 농협조합장 이야기[창원단감축제①]

by 장복산1 2013. 11. 5.

유별나다는 말을 국어사전은 얼굴이 못생겼거나 유별난 성격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때 쓰는 말이라는 비호감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단어인 superordinary 는 유별나다는 말을 보통보다 위의 개념으로 표기하고 있더군요. 나는 지난 주말에는 창원 단감축제가 열리는 동읍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팸투어를 시작하면서 2년전에 넥타이 메고 단감밭에 나타났던 유별난 농협조합장을 다시 만났습니다. 동읍 농업협동조합 김순재 조합장이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나는 요즘 서울 와서 협동조합을 새로 설립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협동조합에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김순재 조합장은 그가 하는 일이나 행동이 유별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농촌이야기를 하는 그의 태도나 표정도 유별난 것 같습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지만 진지합니다. 어떤 때는 그의 말이나 행동은 이시대 농촌의 현실을  온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몸부림으로 느껴집니다. 김순재 조합장은 2년 전에도 내가 블로거 팸투어를 하며 방문했던 단감밭에 넥타이를 메고 불쑥 찾아와서 풀밭에 주저 앉아 단감농사를 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아주 특이한 몸짓과 말투로 단감농사를 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별x랄 다 해 보았습니다. 하는 그의 유별난 말투에서 농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2년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깡마르고 지친듯 한 그의 얼굴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오늘날 농촌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FTA니 뭐니 하면서 이제는 농촌에서 한가롭게 농사나 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김순재 조합장이 하는 이야기를 대충 들어본 기억은  20년 전에 120과가 들어 가던 10kg 단감 한 박스가 보통 38,000원 정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단감 10kg 한 박스에 6~70과가 들어가는 품질로 제품의 품질개선을 했지만 아직도 판매가격은 3만원 대에서 맴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농민들의 마켓팅 부재인지 FTA와 같은 시대적 변화와 맛 물리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아품인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요즘 서울 와서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들의 단합과 참여만 강조해 왔습니다. 협동조합은 대한민국 경제민주화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협동조합 일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창원에는 단감농가가 많습니다. 동읍과 북면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단감선별장이 있을 정도로 많은 단감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단감은 100여년 전 진영에서 재배하기 시작해서 점점 주변 농가로 퍼지면서 인근인 동읍과 북면이 단감 주산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창원 동읍과 북면이 훨씬 더 많은 단감을 생산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단감하면 누구나 '진영단감'을 떠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김순재 조합장이 고심하고 있는 단감 재배농가들의 판로개척 문제나 단감의 가격형성에 관한 문제들이 단순한 단감농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아침신문에 "배추 한 포기 250원? 차라리 갈아엎자"라는 기사가 실렸군요. 배추재배농가들의 문제도 쉼 없이 반복되는 고질적인 우리나라 농촌문제입니다. 배추파동의 원인은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통계청이 전국 가을배추와 가을무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약 13%가 늘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날씨까지 좋아 작황도 풍작이다 보니 지난 주말 거래된 배추 소비자 구입가격은 포기당 평균 3,240원으로 지난해보다 38%나 하락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산지에서는 포기당 250원이면 밭떼기로 가져가겠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것도 사정하는 게 아니라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라며 "속이 상해 넘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하는 농민들의 이야기가 가슴아프게 들립니다.

 

 

풍성하게 주렁주렁 메달린 단감들이 김순재 조합장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로 다가 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농민들이 농사가 풍년이 들어도 고민하는 시대적 아품이 있습니다. 세상이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모든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유통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농촌이나 농협도 그만큼 정보가 빠르게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농촌에 미칠 수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마련이고 신은 인간이 영원히 버릴 수 없는 욕심을 잉태하고 세상에 테어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내년에는 배추값이 좋을 것이라는 정보가 있으면 모두가 배추를 재배합니다. 단감나무는 한 번 심으면 100년 동안 수종변경을 하지 않아도 수확을 한다는 정보는 더 많은 농가들이 단감나무를 심도록 합니다. 나는 김순재 조합장이 20년 전 단감 가격과 요즘 단감가격을 비교하며 고민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품의 희기성은 제품의 가격결정에 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돌보다 황금이 비싸다는 사실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의 재질적 가치도 있지만 황금은 돌보다 구하기가 힘들고 보기가 어렵다는 희기성이 황금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나는 아주 유별난 동읍농협의 김순재 조합장이 단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단감들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제스추어와 함께 "별 x랄 다 해 보았습니다." 하는 말이 아직도 뇌리를 맴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