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나 전람회의 사전적의미는 여러 작품이나 물건 따위를 벌여 놓고 일반에게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어사전에는 박람 (博覽)이라는 단어를 ① 폭넓게 많이 읽다 ② 책을 폭넓게 많이 읽음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람회도 전람 (展覽)이라는 말을 펼쳐서 봄. 여러 작품이나 물건 따위를 벌여 놓고 일반에게 보인다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8월 일산 킨택스에서 "2013 BABY EXPO"라는 이름으로 (주)미래전람이라는 회사가 개최한 미래임산출산 유아교육박람회를 참관한 일이 있습니다. 원래 박람회(博覽會)는 온갖 물품을 전시, 진열하고 판매, 선전, 우열 심사 등을 하여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 진흥을 꾀하기 위해서 여는 전람회입니다.
미술전람회에서 전시한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것 같이 전람회나 박람회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나 관례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람회나 박람회에서 전시한 제품을 판매하고 참관하는 사람들은 전시된 제품을 구매해서 실제 사용해보고 제품을 평가하는 기회로 삼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자칫 내가 포스팅하고 글을 쓰려고 하는 임신출산유아박람회에 대한 내용이 단순하게 특정업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박람회가 끝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다음에 박람회를 참관하고 느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느 방송에서 대중가요 가수인 인순이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려다 장소를 대관하지 못하고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건립한 공익적 건물입니다. 대중가요 가수가 공연할 수 없다는 특별한 규정이나 법이 정한 내용은 없을 것 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순수예술의 경계를 따지며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공연은 되고 대중가요공연은 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이야기하는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일산 킨택스도 막대한 국가예산으로 많은 국민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립한 공익적 공간입니다. 절대 특정한 개인의 이익이나 특정한 회사의 영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없는 공익적 공간이 틀림 없습니다. 일산 킨택스를 처음 가 보는 나에게 킨택스 전시공간은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건조물의 규모도 크고 전시공간도 넓습니다. 입구에서 부터 만나는 사람들 손에는 커다란 보따리들을 들고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시장 안에는 말 그대로 돗데기 사장을 방불하게 합니다. 과거 시골장터에서 느끼던 북적대는 모습들이 일산 킨택스 임신출산유아교육 박람회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전람회나 전시회 또는 박람회는 관람이 주된 목적이고 판매는 부가적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박람회를 개최하는 근본 취지는 기업들이 개발한 새로운 제품이나 생산품·모형·기구도(機構圖)등의 전시와 실연 등으로 일반사회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모임입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제품들을 평가 받아서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 진흥을 꾀하기 위해서 여는 전람회를 보통은 박람회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박람회나 전람회를 핑개로 보따리장수 같이 지역을 떠 돌며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열중하는 박람회 장사꾼들이 대한민국의 유통질서 마저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처음 전람회, 박람회는 코엑스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산에는 킨택스가 생기고 부산에는 벡스코가 생겼습니다. 대구에는 엑스코가, 광주에는 김대중 컨베션센터가, 대전, 창원SECO 국제전시장까지 우후죽순같이 규모가 큰 지역 전시공간들이 생기면서 임신, 출산 유아교육을 핑개로 전시회, 박람회도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시회만 전담해서 돌면서 영업을 하는 새로운 유통망이 생기면서 기존 유통질서를 무너트리고 전통적인 지역상권을 초토화 시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 실현과 함께 지역마다 지역 특산품을 홍보한다는 이유로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새로운 축제 떠돌이 유통망이 구축된 일이 있습니다. 봄소식을 전하며 시작하는 진해 군항제를 출발해서 축제가 시작되는 지역축제장을 떠도는 음식점과 공산품판매조직은 막강한 유통조직으로 떠 오르며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해서 지역상권을 잠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람회, 박람회라는 또 다른 공식적이고 공적인공간을 이용해서 새로운 유통조직을 형성하면서 지역상권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람회나 박람회를 핑개로 떠돌이 5일장을 방불하게 하는 새로운 유통조직의 출현은 비단 출산, 유아용품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웨딩박람회 건축자제박람회, 정원박람회, 주방용품박람회를 비롯한 유통이 가능한 전 제품들이 망라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지역상권이 붕괴된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수천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수 많은 정부예산을 낭비수준으로 퍼 붙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의 대안이라고 하면서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공포하자 전국에서 협동조합이 우후죽순같이 생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협동조합에 국가예산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를 유지하며 유통망을 구축하는 체인스토아 사업은 "갑"의 막강한 영향력에 "을"이 종족되는 유통조직입니다. 횡포수준의 견디기 어려운 불공정한 거래계약까지 감수해야하는 체인스토아 사업에서 "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경직된 질서의 틀은 이와 같은 공권력이 공인하는 폭력들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막다른 골목에서 "을"들의 반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제야 국가권력이 사회를 바라보는 잣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우리에게 공정거래위원회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한 공정거래를 자본주의사회를 지키는 틀과 질서가 옹호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수천년을 이어 오던 유통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직거래라는 명분으로 온라인장터가 개설되면서 붕괴하기 시작한 전통적인 유통망의 붕괴는 "지역 5일장으로 전락한 임신,출산 박람회"가 공권력의 묵인하에 다시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코엑스나 킨택스, 백스코, SECO 같은 공공 건물에서 개최하는 전시회나 박람회는 전시의 기본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시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판매가 목적이고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탈세의 온상이 되는 것이 박람회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정한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사업을 공공건물에서 개최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상식이고 기본입니다. 기본이 무너지고 상식없는 세상은 결국은 엄청난 제앙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박람회 (博覽會)는 온갖 물품을 전시, 진열하고 선전, 우열 심사 등을 하여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 진흥을 꾀하기 위해서 여는 전람회입니다. 이와 같은 기본을 잊어버리고 상술로 무장하고 특정한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박람회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 아닙니다. 소비자를 위한다고 하는 논리는 결국 정상적인 유통조직이 무너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되고 말 것입니다. 물은 물이 없는 사막에 가 보아야 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이 유통의 기본틀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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