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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by 장복산1 2013. 10. 29.

지난 주말은 진해로 내려 가서 오래만에 아내와 같이 주말을 보넸습니다. 아침에는 내수면 연구소에 있는 진해 양어장 숲길을 아내와 같이 걸으며 아침산책도 즐겼습니다. 양어장 위에 있는 호수가 산책길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주민들에게 개방한 이후로 아침이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생태공원 입구가 저수지 물이 마르며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탓인지 오가는 사람마저 뜸한 을씨년 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저수지 바닥에 앙상하게 드러난 오래된 나무의 뿌리들은 그간 나무가 살아온 숫한 흔적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저 나무의 뿌리들이 물에 잠겨있을 때 나는 뿌리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호수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얽히고 설켜 있는 나무의 뿌리들을 나는 한 참동안 드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뿌리들은 쉼 없이 물을 나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양어장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잔잔한 호수위에 떠 있는 단풍나무 가지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이 푸른 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단풍나무 가지를 가르며 붉은 햇살을 비취자 단풍 잎은 더욱 붉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사진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역광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오늘 아침 흠뻑 빠져 있습니다. 빨리 가자는 아내의 독촉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나무 가지를 보다 나무를 쳐다 보니 아직 푸른 잎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운동기구들이 있는 양지바른쪽을 지나서 양어장 오른편 탁 트인 시야에 들어 오는 양어장풍경은 아직 가을이 아닌 것 같습니다. 푸른 잎들이 더 많이 보이는 늦은 여름같은 또 다른 풍경들이 시야에 들어 오면서 조금 전에 내가 붉은 단풍잎에 취해있었던 사실조차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단풍이 물든 나무가지를 보고 아름다운 가을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푸른 나무를 보고 아직은 가을이 오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푸른 숲을 보고 아직은 늦은 여름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부분에 얽메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진해에서 시민운동을 한다고 쉼 없이 시정을 비판하고 절차적 문제를 가지고 따지고 글을 쓰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충고를 하더군요. 나는 그에게 나무가 숲이고 숲이 나무지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을 준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소한 문제에 빠지고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산, 진해, 창원이 통합하는 지자체 통합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은 외면하고 지자체 통합과정에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내가 규모는 작지만 여러 사람들의 생계문제와 연관된 베비라협동조합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아직은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숲의 모습들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흔히 한 가지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영자에게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영자에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은 조율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합원들에게 제반문제에 대한 토론을 청하고 실제로 올바른 토론을 진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용하거나 조율하기 보다는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쳐야 건전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로 어김 없이 자신의 논리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고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숲을 보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경우가 많습니다.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나무는 보이지만 숲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인다는 이치를 깨닫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아주 지엽적이고 작은 문제들만 들추어 따지고 다투던 기억도 납니다. 정파나 정당의 이익에 사로잡혀 이 나라의 장래문제는 도외시 하는 정객들의 모습만 보입니다. 정치가들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나라 정치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대안 없는 비판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베비라협동조합도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대한민국 협동조합의 진정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조합의 기초를 다지는 문제에 조합원들의 뜻과 지혜가 모아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작은 이익보다는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실현하는 협동조합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원들 모두가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바라 보는 지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