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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참 기막힌 알르바이트 이야기

by 장복산1 2013. 11. 24.

요즘 나는 협동조합 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잘 나가던 중소기업이 M&A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사냥꾼들에게 넘어 가면서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유아복, 유아용품을 생산해서 전국에 300여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면서 유아업계의 선두를 다투던 건실한 회사입니다. 회사가 부도 나자 "갑"과 "을"의 관계에 있던 전문점과 생산업체들은 영문도 모르고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당장 자신들의 생계문제가 대두 되었습니다.

 

전국에 산재한 전문점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자구책으로 유아복, 유아용품의 공동생산과 공동판매를 목표로 하는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조합은 "우리 아기를 키우는 정성으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격의 거품을 뺀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설립목적으로 했습니다.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도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무기로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자니 자연히 협동조합의 운영경비를 최소화 하고 당장 필요한 운영비를 제외한 일체의 마진을 없에기로 했습니다. 대형유통에 지불하는 35%가 넘는 백화점 수수료나 26%가 넘는 대형마트 입점 수수료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과거 회사 본사의 방대한 운영경비와 본사 마진을 없에는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체인점 본사와 같은 일을 수행하는 조합 본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을 구하기로 하고 알바천국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이르바이트 모집공고를 하자 정말 벌때같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옵니다.

 

 

회사 근처에 사는 청년 한 명을 일급 5만원씩 주기로 하고 채용했습니다. 아주 열심히하며 눈치있게 행동도 빠르게 일을 참 잘합니다. 그래서 여자 아르바이트를 한 명 더 채용해서 그간 밀려있던 서류들을 정리하도록 하고 사무실에 바쁜 잡무들을 처리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알바천국에 아르바이트모집 공고를 했습니다. 역시 사무실 근처에 살며 갓 대학을 졸업했다는 여자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일급 5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도 출근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조건이 맞지 않아서 출근을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11시가 다 되어서 출근하더니 어제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늦잠을 자고 출근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사무실로 들어 옵니다. 그럴 수 도 있다는 생각으로 웃는 얼굴로 맞이하며 같이 한 번 일을 해 보하자고 했지요.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일감을 주었습니다.

 

 

그간 밀려있던 거래명세서를 전문점별로 일자별로 정리해서 책으로 철 하는 일입니다. 조합에서 거래하는 전문점들이 많으니까 먼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면 쉬울 것이라는 설명도 해 주었습니다. 먼저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청년도 자기가 아르바이트 이틀 선배라고 친절하게 옆에 가서 일을 하는 요령을 다시 설명하며 거들어 줍니다. 그런데 잠시 거래장을 정리하더니 옆에 있던 청년 알바에게 "공덕하고 광명이 어디가 앞이에요?" 하는 질문을 합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더니 조금 지나니 또 현풍하고 현리하고 어디가 앞이냐고 물어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람이 가나다 순서를 모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는 사이에 각 전문점으로 배송할 새로 생산된 제품이 입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스 하나가 운송도중에 파손이 되어 제품분실 여,부를 확인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박스에는 75호 치수가 25개 들어있고 100호 치수가 58개 들어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제품이 운송 중 분실되지 않고 치수별로 이상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 시켜 보았습니다. 빈 박스를 하나 같다 주면서 우선 75호 치수를 이 박스에 담으며 수량을 세어서 박스에 표시된 숫자와 같은지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격표 택에서 치수와 색상을 읽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일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전 내가 건내준 빈 박스에는 75호 치수가 담겨있는 것 같고 아직도 100호 치수가 담긴 박스의 제품을 꺼내서 하나 하나 치수와 색상을 읽고 있습니다.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목소리가 높아 집니다.

 

"야.!! 이사람아 여기 75호 수량이 25개가 다 맞으면 나머지는 100호라는 것은 상식이잔아.!! 그러면 그 박스에 남은 것은 모두 100호라고 판단하고 빨리 수량만 세면 되지 뭣 하러 남은 제품들 색상과 치수까지 일일히 확인하고 있는 거냐?" 옆방에서 일하던 디자인실장이 내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빨리 달려와서 사태를 수습합니다. 서로 치수가 다른 사이에는 신문용지를 깔아서 치수를 구분했다는 설명을하면서 제빠르게 수량을 세고 이상이 없다며 사태를 수습합니다.

 

 

참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제품을 분배하고 박스를 포장하는 과정에 내가 박스를 누르고 그 알바생에게 포장용 테이프를 박스에 붙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더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박스포장용 테이프의 접착면이 하늘을 향하게 들고 박스에 붙이겠다고 달려 듭니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람이 가나다 순서를 모르고 물어 보던 이유를 이제야 알만합니다.

 

퇴근시간에 아르바이트 용역비 5만원을 건네며 "오늘 무척 힘들었지? 내일은 나오지 않아도 되겠다." 하니 "아니요. 괜 찮은데요." 합니다. "아니 우리 일이 여자에게는 너무 힘든 일 같아서 남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그래도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자기는 괜찮다고 내일 다시 나오겠다고 하며 나를 처다 봅니다. 뭔가 아쉬운듯 좀체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일을 계속 하겠다고 합니다. 사실 나는 오늘도 참 기가 막히는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급하는 것 자체도 무척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