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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컨퍼런스

by 장복산1 2013. 12. 20.

어제는 서울에 함박눈이 무척 많이 내린 날 입니다. 아침에 일어 나니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덥혀 있더군요. 그러지 않아도 어제는 양재역부근 L타워라는 장소에서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컨퍼런스" 행사를 한다고 해서 차를 두고 지하철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발목이 눈에 푹푹 빠지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컨퍼런스는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신생 협동조합을 인큐베이터(incubator)에 보육하는 식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사업을 해 온 결과를 평가하고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눈이 오는 날씨에도 전국에서 수 많은 신생협동조합 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나도 어제는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못하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에 갔습니다. 조합에 같이 근무하는 디자인실장은 사무실 근처로 이사를 한다고 준비할 일이 많아서 출근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 사원 혼자서 출근하라고 하기도 뭐 해서 내가 행사가 끝나기 까지는 사무실 문을 잠그기로 했습니다. 결국 행사는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 왔습니다.

 

 

어제 행사는 각 소상공인지역센터 중 우수센터를 시상하고, 조합설립과정에 컨설팅을 지원하던 우수컨설턴트도 선정해서 시상하는 행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협동조합에 관한 각계의 전문가들과 대학교수들이 협동조합 육성방안에 관한 주제발표와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특강에는 개그멘 김학래씨를 초청했습니다. 그가 연예인동료들과 협동조합같은 동업을 시작하면서 실패한 실패담과 최근에는 부인과 같이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에 '차이나린찐'이라는 중국집을 운영하며 성공한 사례들을 제미있게 강의합니다.

 

점포의 가장 좋은 인테리어는 손님이라고 하더군요. 손님이  꽉찬 매장에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손님을 오지 말라고 해도 손님은 꼭 찾아 오더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목슴걸 각오로 죽기살기로 한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 평범한 이야기에 오늘 따라 더 가슴이 뭉쿨합니다. 중국집에서 월 2억 매출에 직원이 25명이라니 년매출은 20억이 넘는 것 같습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팔지말고 명품을 팔라는 김학래씨의 권고는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끝 없는 애정과 도전으로 인절미탕수육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시 인절미 탕수육을 냉동식품으로 개발해서 홈쇼핑에 팔기까지 그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홈쇼핑에서 부부가 단품으로 100억을 팔아 보았다는 이야기에 박수가 터집니다.

 

 

 

어제 점심은 와인을 곁들인 양식 풀코스로 배를 채웠습니다. 중기청에서 전국의 협동조합 임원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행사라 그런지 사회도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강사진도 화려하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진행하더군요. 오후에 이어진 주제발표와 토론에서는 정부지원사업을 집행하는 조합의 선정과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문제점들을 토로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플로어에서 마구 쏱아저 나오더군요.

 

나도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 했습니다. 우리가 지원사업을 신청한 것은 지난 2월 말인데 선정과정이나 조합원교육 문제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년말이 가까운 10월이 되어서 선정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소상공인진흥원도 처음 진행하는 과정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불과 두 달만에 예산을 집행하라는 요구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조합에서 예산을 집행하며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도 소상공인진흥원에서 풀제로 등록한 업체들과 계약을 해야 한다는 제약때문에 업체들이 우리가 지불하는 돈의 가치에 상응하는 제품을 납품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예산을 정확하게 잘 집행하려는 여러 제도와 규정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필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운영하느냐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벼룩잡으려다 초가삼칸을 태우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합니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고 입장이다 보니 이심전심으로 여기 저기서 박수로 나의 발언에 응원을 하며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발언을 신청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며 결국은 우수 컨설턴트들의 사례발표까지 취소하고 이어진 토론에서는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생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지원을 요구하는 사회적 병폐가 어쩌면 공직사회를 더 경직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행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5시가 넘었습니다. 부랴부랴 모 조합원이 담보해지에 필요하다는 서류들이 급하다는 요청으로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지난 임시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전문점들에게 거래장리스트를 우편으로 발송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퇴근시간이 넘었습니다. 좋은사람들 담당자도 전화를 해서 업무협약에 필요한 서류를 빨리 보내달라고 독촉합니다. 그래서 어제도 나에게는 참 바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