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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참 이상한 도로공사

by 장복산1 2013. 12. 8.

며칠 전에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동학중학교 앞 인도 보도불록을 교체하는 공사를 보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원시에 거주하는 강창원님은 천부인권이라는 필명으로 "역사화 야생화"라는 불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야생화 불로그 주소: http://blog.daum.net/win690 ] 그런데 천부인권님 블로그에는 역사와 야생화 이야기보다는 도로 시설이나 설치물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많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도로에 대한 별 관이 없던 터라 천부인권님이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했습니다. 그러나 천부인권님의 줄기찬 주장에 점점 관심이 가면서 요즘은 도로를 지나가다 공사현장을 목격하면 유심히 살펴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동학중학교 앞 보도불록 교체공사도 도로교통법에 무지한 내가 보아도 말이 않 되는 참 이상한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의 반을 절개하는 경계석을 설치하는 것으로 보아 요즘 유행하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할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다니라는 인도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면서 사람은 어디로 다니라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진을 촬영해서 페이스북으로 천부인권님에게 질문을 했지요. 

 

천부인권님 답변 글입니다. " 경계석을 설치 한다는 것은 분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라 말할 것입니다. 도로교통법에는 인간중심도로를 추구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 웃기는 이야기가 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했더군요. "보도의 절반이 아니라 경계석이 놓인 도로쪽은 시설물 설치구간일 것입니다. 도로의 경계에서 1,5m는 시설물 설치구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차도에서 가장 먼 안쪽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고 중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로가 설치되고 차도쪽으로 좁은 공간이 보행자 전용도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보통 자전거 전용도로는 보도불록을 설치하지 않고 우레탄이나 아스콘으로 도로면이 고르게 처리합니다. 시각장애인 전용도로는 점자불록을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고 보행자도로는 보도불록으로 시설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도로교통법을 모르는 사람이 일반 상식으로 판단을 해도 화성시에서 시공하는 동학중학교 앞 인도 보도블록설치공사는 제일 중요한 1번이 차가 다니는 차도고 다음 중요한 2번이 자전거가 통행하는 자전거 도로입니다. 다음 순번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 보행공간이고 나머지 공간에 형식상 사람들이 통행하는 보행자 도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 "인간중심 도로를 추구한다."는 도로교통법과는 어긋나도 한 참 어긋난 도로행정이고 참 이상한 도로공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모양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천부인권님이 늘 자신의 블로그에 문제점을 지적하던 모습이 떠 오르면서 이제는 나도 뭐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자전거 전용도로에 밀리면서 마치 곡예를 하는 것 같이 구불구불하게 장애물을 피해가야하는 기막힌 문제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인도에서 차도를 건너는 부분도 점자불록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시각장애인이 걸어가면 영낙없이 차도로 돌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편하게 다니고 장애인들도 볼편함이 없이 다니라고 설치하는 도로가 아니라 살인을 유도하는 살인도로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많은 예산을 드려서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이유는 시각장애인들도 편안하게 도로를 보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화성시의 참 이상한 도로공사를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들이 없는 무관심이 더 큰 사회적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감독관청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공사를 발주한 화성시는 자전거 전용도로만 중요하고 보행자나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 확보에는 관심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나도 천부인권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줄기차게 글을 올리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기 전에는 주변에서 진행하는 도로공사는 나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던 일들이 이제는 확연히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시행정,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인 보도블록 교체공사는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절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