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먹고사는문제를 이야기한 서울시의원 간담회

by 장복산1 2014. 10. 9.

나는 그동안 정치인들이나 정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이런저런 간담회에 여러번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정치적 이야기나 주최측의 자기주장에 치우친 간담회거나 토론회였다는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서울시의원들 간담회는 처음으로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이야기한 간담회였다는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진해에서 먹고사는 문제로 서울까지 와서 협동조합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역에서 하던 정치적 문제들이 개입되는 주제로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시민단체에 참여해서 하던 일과는 다른 먹고사는 일에 지금 열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는 서울에 있던 중소기업 하나가 어느날 갑자기 부도나면서 전국의 수 많은 대리점들은 하루 아침에 속수무책으로 생계문제를 걱정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경제적 지배구조는 서울이 "갑"이라면 지방은 "을"의 입장에서 지배를 받는 구조입니다. 정치권력만 중앙으로 집중된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경제권력들도 모두 서울로 집중되고 지방은 서울에 예속되는 종속관계의 경제적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기침하면 한국경제는 몸살을 앓는다고 하는 격으로 서울에 본사가 있는 적은 중소기업 하나가 부도나도 전국의 대리점들은 당장 생계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서울은 "갑"이고 지방은 "을"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유아복, 유아용품을 생산공급하는 체인사업을 하던 멀쩡하던 중소기업인 (주)베비라가 M&A전문가들에 의해 부도나면서 전국의 대리점들이 당장 생계문제에 위협을 느끼며 모인 전국베비라전문점협의회가  주축으로 설립한 베비라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맏아 서울와서 협동조합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서울시의원들이 간담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을 찾았습니다.

 

서울시의회에는 의원회관도 있군요. 서울특별시의회니까 지방은 광역단체 의회인 경상남도의회와 비교를 해보아야 격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을 찾아갔습니다. 입구부터 분위기가 좋습니다. 경상남도 의회에는 여영국의원이라는 야당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문제에서 출발한 재래시장문제와 지역 영세상인들의 문제를 다룬 "상남동사람들" 이라는 책을 출간한 일이 있습니다. 

 

"자영업자 그들의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은 책입니다. 집권여당의원들 일색인 경상남도의회에서 야당의원 혼자 마치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같은 인상을 받으며 내가 읽은 책입니다. 도의회 의원이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 없는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관련 글 보기 [책]"상남동 사람들"을 읽고

http://blog.daum.net/iidel/16078704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출신의 박원순 시장이 시정을 운영하면서 시의원들도 여당보다는 야당의원들이 더 많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서울시의원들 간담회자리에도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명의 야권 시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의원들도 진지하게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를 가지고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협동조합협의회 임원들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의원들도 더욱 집중하며 토론에 참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치인들과 하는 간담회에서 내가 처음 느끼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토론의 열기를 더해가는 자리였습니다.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시 의회 의원들 중에는 협동조합 일을 직접 실무에서 담당하던 의원도 있었습니다. 광진구 재래시장에서 영업을 하던 사람이 비례대표로 시의원에 당선되어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도 있군요. 내가 사는 지방의회는 보통 여성배려 차원에서 여성의원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이날 간담회에서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상황과 경위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베비라협동조합을 창립하던 시기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조합운영에 필요한 자금이나 컨설팅같은 실질적인 지원도 받았습니다. 지자체에서도 협동조합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송파구에서도 일차리창출과가 전담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지원사업 같은 일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협동조합이 자력만으로 일반기업과 경쟁해서 자리를 잡기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구성원인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세상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나보다 우리라는 개념은 항상 한 발 뒤에 머물러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문제도 아주 중요한 협동조합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서로 믿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온라인카페를 회원전용으로 개설하고 조합의 모든 일을 투명하게 시점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매월 5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정하고 조합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조합에서 공동으로 생산할 제품을 평가하고 주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공동생산하거나 공동구매한 제품은 조합원들이 적극 참여해서 공동판매를 하면서 조합원들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에서 생산할 시즌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6개월 전에 선입금해서 제품을 공동개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실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합의 모든 일을 온라인 카페를 통해서 시점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구축된 실뢰를 바탕으로 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보조수단의 조직이 되었습니다. 조합원들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는 베비라협동조합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해서 인사를 나누거나 명함을 교환했던 서울시의원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간담회에서 이야기 했던 일들을 서울시의원들도 기억하고 의정활동에 꼭 반영해 줄 것을 믿습니다. 협동조합은 한 두명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문제보다 경제민주화의 대안이라는 나의 판단과 생각을 같이 공유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