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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세번째 수요일 세수하고 모이는 세수회

by 장복산1 2014. 10. 21.

협동조합의 오해와 진실

이제 우리나라도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5명 이상이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명이상이 모인 협동조합은 법인격 대우를 받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2012년 12월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은 우후죽순같이 빠른 속도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7,4 개의 새로운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수치는 관공서가 근무하지 않는 각종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1개의 협동조합 설립신고서가 제출되었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난립수준의 협동조합 설립은 9월 현재 5,600개가 넘게 설립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설립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떻게 협동조합을 통한 협동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립신고를 마친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이 뚜렸한 설립목적이나 협동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협업화 수준의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얼마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협동조합 워크샵에 참석해서 교육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강사가 나에게 질문하고 내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협동조합의 오해와 진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이 설립후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조기에 하차하게 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당연히 조합의 투명한 경영에 관한 문제나 조합원들의 참여의식을 가장 큰 비중으로 생각하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나 강사의 판단은 나의 답변에 동의하면서도 이익분배 문제를 가장 큰 협동조합의 실패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우후죽순같이 설립하는 협동조합들의 속내를 깊이 드려다 보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나는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으로 독립된 인격체인 엄연한 독립법인체로 생각하고 협동조합에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협업화사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나에게 작은 혼란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협업화란 협동조합끼리 협업하는 방법과 다중이해자 간에 협업을 통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 했습니다.  

 

 

결국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에 휘말리기 쉬운 논쟁이 되겠지만 동업의 수준도 넘지 못하는 협동조합의 가치나 목표를 가지고 설립하는 협동조합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결론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독립된 법인격인 조합의 인격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조합을 구성하는 구성원인 조합원 각자의 이익에만 급급하다 보면 전체의 이익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울타리 속에서 나를 보호 받는다는 상식적인 원리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합의 이익보다는 분배를 우선하는 조합원들의 생각으로 서로 힘과 지혜를 합치는 협동을 생각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는 자체가 모순이고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강사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에서 설립되는 협동조합들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송사회 창립과 세수회 조찬모임

그동안 송파구에도 많은 협동조합들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을 서로 연결하는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문제를 고민하며 "송사회"(송파사회적기업협의회)를 얼마전에 창립했습니다. 송파구내에 산재한 일반협동조합, 사화적기업협동조합, 마을기업협동조합을 함께 묶어서 송파구 내에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송파구 내에 있는 협동조합들끼리도 서로를 알고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선 가치의 혼란 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판단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주장은 억지가되고 싸움이 됩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며 공모했던 "사회적경제지역생태계조성사업"에 응모하는 과정에서 지켜본 쓴 맛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입니다. 매월 세번째 수요일 아침 7시에 세수하고 모여서 이야기하며 아침이나 같이 먹자는 취지로 출발한 "세수회"  모임을 베비라협동조합이 주관하기로 하고 모인 모임입니다. 나는 세수회 첫 조찬모임에서 베비라 협동조합 자랑질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이제 자랑질을 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도나고 파산해서 망한 회사를 대리점들이 모여서 이만큼 살려놓았습니다.

 

모두가 협동해서 같이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무려 6개월 전에 조합원들이 선입금을 진행해서 마련한 자금으로 제품을 공동생산하고, 공동구매해서 공동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서로 믿고 의지하겠다는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베비라 협동조합은 의류업계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던 새로운 꿈을 향해서 오늘도 전진하고 있습니다.